아이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아이 등교할 때 같이 갔다.
3년 전 입학식 때는 시간을 잘 못 맞추어서 도착했을 때 이미 입학식이 끝나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갔다가 아이의 미움만 사고 가져간 꽃다발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씁쓸하게 온 기억이 있다.
사실 내가 시간을 못 맞춘 건 아니었다. 학교에서 입학식이 정해진 시간보다 너무 일찍 끝나버린 탓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준비하고 아이와 같이 나섰다. 마지막인 졸업식을 입학식 때처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아이를 먼저 교실로 보내고 남편과 꽃을 사러 갔다. 미리 사놓을까, 생각했는데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해서 꽃집에서 픽업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냥 학교 앞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다행히 학교 앞 꽃집에서 마음에 드는 꽃다발을 찾을 수 있었다.
꽃다발을 가지고 이따 졸업식이 끝나면 어디서 사진을 찍는 게 좋을까 하고 학교를 한 번 둘러보았다. 곳곳에 학교에서 마련한 포토존이 여러 개 있었다.
교실로 올라가니 우리처럼 아이와 함께 학교에 일찍 부모들이 꽤 되었다. 선생님은 학부모들을 교실 뒤편에 앉게 하고 아이들과 졸업식을 진행하셨다.
고3 아이들은 대학의 길목에 있어서 서로의 방향이 달라서인지 뭔가 어수선하고 크게 즐겁지는 않은 모습들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하는 얘기는 나로서는 참 공감이 가고 선생님이 한 해 동안 애쓰셨다 생각이 들었는데 정작 아이들은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건네주는 행사를 마치고는 강당으로 갔다.
때마침 남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졸업식에 와 주었다. 요즘은 그렇게 대가족이 졸업식에 다 모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족 수가 적은 우리는 항상 소외감 비슷한 걸 느낀다. 이번에는 엄마랑 남동생도 있으니 마음이 좀 든든했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졸업식이 시작되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내빈들의 축하 연설이 있고 한 학생이 대표로 졸업장을 받는 순서가 이어졌다. 2학년 학생 대표의 송사와 3학년 대표 학생의 답사가 이어지고 장학금을 비롯한 각종 상을 수여하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수상 시간이 무얼까 아쉬우면서도 부럽기도 하고 짜증 나는 시간이었다. 2층 강당을 가득 채우고도 서서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고작 10명 남짓 되는 아이들 수상을 지켜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모 학교는 졸업식 전날 상을 받는 아이들을 미리 불러 수상을 했다고 한다. 어떤 학교인지 참 바른 생각을 가진 교장 선생님이 계신다고 생각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그동안 고생하신 담임 선생님과, 3년 동안 제일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그리고 우리 가족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포토존을 다 다니며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영하 10도의 너무 추운 날씨와 사진 찍기 싫어하는 아이 때문에 그나마 한 장씩 찍은 사진으로 아쉽지만 마무리해야 했다.
아침에 학교에 오면서 마지막으로 가는 학교길이라고 하니 짠했고 교문을 나서면서도 입학했을 때 설레었던 마음과 아이가 3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속상하게 했던 일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지, 후련할지, 아쉬울지, 속상할지, 아마 그 모든 마음이었을 것 같다.
다음 날 몇 번 입지 않았던 교복을 잘 챙겨 이번에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나눔을 주었다. 그 어머니는 교복이 너무 깨끗하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셨다. 교복까지 다 정리하고 나니 정말 아이가 졸업했구나, 이제 성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인 아들과 사는 건 아직 내 머릿속에 없는데 앞으로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다. 어느새 내가 오십이 넘고 아이가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 현실감이 없다.
얼마 전 인스타에서 일타 수학 강사 정승재 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하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누구나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산다고 했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나만 이렇게 불안한 건 아니라는 말이, 나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불안감을 모두가 느낀다고 하니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란 말처럼 아이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른 채 사는 것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열릴 거라는 말을 믿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