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방생기도를 다녀왔다. 방생기도라 함은 물고기나 생명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그 공덕을 발원하는 기도이다. 내가 다니는 절에서는 물고기를 부러 사서 바다에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만 가지고 기도를 드린다.
양양의 죽도암으로 매년 방생기도를 가신다고 하는데 이곳은 죽도해변의 맨 끝자리에 자리 잡아 앞에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으로 이번이 두 번째이기는 하지만 너무 멋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어제부터 꽃샘추위가 온 탓에 바닷가에서는 얼마나 추울까 싶어 이미 정리를 다 해서 넣어 두었던 겨울옷도 다시 꺼내 입고 털 덧버선에 무릎담요에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도착했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작년에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 준비도 없이 와서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추위도 그렇지만 1시간 반이나 되는 기도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져 힘이 들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도 시간인데도 하나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년 한 해 동안 그래도 열심히 절에 다니고 기도를 했기 때문인가 생각되었다.
하긴 올해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좀처럼 힘들지 않았다. 아마도 갱년기가 아침잠을 조금씩 뺏어가고 있나 보다.
기도가 끝나고 다음 코스는 낙산사이다. 낙산사는 매우 큰 절이고 가볼 곳도 많은데 낙산사에서의 시간을 1시간밖에 주지 않으셨다. 우리는 도장 깨기 순으로 홍예문을 지나 원통보전, 해수관음상, 보타전을 지나 홍련암까지 찍고 기념품샵까지 들려주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내려왔다. 딱 1시간이 걸렸다.
근데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 대도 우리 차량의 한 분이 아직 오시지 않았다. 스님이 연락해 보니 그분도 주차장에 계신다는 거다. 아무리 찾아도 그분은 안 보이고 계속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서로 다른 주차장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낙산사를 올라가는 입구가 두 군데인데 서로 다른 입구에서 헤맸던 거다. 사실은 그분이 길을 잘못 찾아 출발했던 주차장이 아닌 반대편으로 내려오셨던 거다. 옆에서 듣는 나도 갑갑했는데 정작 통화하는 스님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언성을 높이는 큰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스님 목소리에 그 답답함과 짜증이 묻어났다.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는 스님은 세상의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하신, 먼 숲 속의 암자에서 가부장자를 틀고 앉아 수행하고 계실 것만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스님들은 생각보다 인간적인 면이 많으시다. 오늘 우리 차량의 운전을 맡으신 스님만 해도 우리 절에서도 항상 상냥하시고 잘 웃는 분이시다. 그런데 오늘 이런 인간적인 면을 보니 스님도 우리랑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주차장에서의 해프닝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2시쯤 되었으니 정말 배가 고팠다. 더군다나 낙산사에서의 1시간 트레이닝을 한 덕에 시장이 반찬이었다.
오는 길에는 꼭 들르는 속초 중앙시장에 들러 명물 닭강정도 사고 스님이 먹어보라고 사주신 옥수수 술빵에 블루베리 젤리까지 잔뜩 짊어지고 돌아왔다.
날씨가 꽃샘추위 치고는 바람 한 점 없는 맑고 청량한 날이었고 주말인 대도 오는 길이 하나도 안 막혔고, 지난번에 체해서 고생한 탓에 미리 약을 먹어두어서인지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왔다.
불교에서 기도는 무언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지게 해 주십사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비우고 또 비어내어 내려놓음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내 삶에 바라는 것이 많고 세속적 욕망과 허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나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질투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제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안해질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 일일까?
속세에 쩌 든 나는 오늘도 반성하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