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밥을 잘 산다. 밥도 사고 커피 마시러 가면 커피랑 빵이랑 디저트도 산다. 자식들이랑 밥을 먹으러 가면 꼭 자신이 밥을 산다. 주위 사람들이 엄마는 어른 노릇을 잘한다고, 아주 현명한 어른이라고 한다.
엄마는 밥은 자신이 살 테니 한 달에 두 번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엄마가 밥을 사는 건 좋지만 그래도 한 달에 두 번은 좀 많다.
남들은 우리 엄마가 굉장히 세련되고 부잣집 사모님 같다고 하지만 (그래 보이긴 하다) 엄마는 고생을, 시집살이를 오래 하셨다. 사회생활도 꽤 하고 한 자리했을 것 같은 외모와 달리 엄마는 초졸이다. 엄마는 어디 가서 사인을 하거나 서류 작성 하는 것을 끔찍하게 여긴다. 본인이 초졸인 게 티가 난다면서, 글씨를 너무 못 쓴다면서, 간단한 한자나 영어를 읽지 못해 창피하다고 한다.
요즘도 엄마는 은행 업무를 은행에 직접 가서 하신다. 가끔 우리들 용돈을 줄 때에도 꼭 현금을 찾아다 놓고 주신다. 얼마 전에 토스 앱을 핸드폰에 깔아 드렸는데 혼자 계실 때는 겁난다며 사용하지 않으신다.
전 세계가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휘발유는 곧 이 천 원을 넘을 거라고 한다. 엄마는 벌써부터 종량제 봉투가 동이 났다고 하고 설탕 가격도 오를 거라면서 인터넷으로 설탕을 사달라고 한다. 가끔 쌀이나 무거운 식재료는 대신 주문해 드리고 하는데 문득 엄마가 자신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하신다.
요즘은 인스타만 하루 종일 봐도 지루하지 않은 세상인데 TV 보는 일 아니면 별 다른 일이 없는 엄마는 온종일 얼마나 심심할까 생각이 든다. 틈틈이 사드린 컬러링 북 색칠도 하시고 동네 공원으로 산책도 다니고 하시지만 어떤 날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날이 있다고 하실 때에는 솔직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나이가 들고 엄마도 더 나이가 드시니 이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보여준다. 내가 손 서방 흉을 보면 그러게 내가 뭐랬냐 하며 타박하기도 하고 아이 때문에 걱정을 하면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면서 자식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말라고 한다.
어제 읽다 논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보면 그녀는 부모와 참 가식 없이 잘 지내고 특히 엄마랑은 성 상담도 하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엄마랑 좀 더 친해지면 아빠랑 처음 선을 보았을 때 아빠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래서 결혼한 건지, 외할아버지가 강제로 시킨 건지, 아빠랑 살면서 아빠를 사랑했었는지, 우리를 낳고 산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빠는 이미 하늘나라에 가셔서 물어볼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빠는 엄마를 많이 사랑했을 것 같다. 사랑의 표현이 좀 서툴기는 했지만.
해마다 때가 되면 피는 꽃인데 올해는 유독 꽃 소식에 귀가 쫑긋해진다. 개나리는 이미 만발이고 목련꽃도 거의 피었고 벚꽃은 이번 주말 절정이라고 한다. 주말에 엄마랑 꽃구경을 가야겠다. 사람에 치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게 또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