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그녀를 만났다. 그녀와 가끔 연락을 했어도 얼굴을 보는 건 거의 1년 만이다.
그녀는 나의 전 직장 동료인데 같은 나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많이 친하게 지냈었다. 아니 내가 그녀를 많이 좋아하고 의지했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녀는 이런 것까지 얘기한다고? 할 정도로 과도하게 솔직하고 또 이런 농담이 나와? 할 정도로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다. 평소에도 인상이 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고 뭔가 농담은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때의 나 (사실 나는 내가 이런 상태인 줄 몰랐다. 주위에 지인들이 말해줘서 알았다.)는 그런 그녀가 무척이나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웃느냐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많았다.
그 당시 학원이 재오픈을 하면서 나는 부원장이 되었고 그녀는 평교사이기는 하지만 학원 아이들 성적에서부터 학원 홍보물 만드는 것까지 모든 사항을 의논하는 그런 사이였다. 내가 너무 힘든 시기였기에 이런저런 어려움도 편하게 털어놨었는데 그때는 그녀가 나의 그러한 마음을 잘 몰라줘서 서운하기도 하고 약간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같은 나이 아이를 서로 키우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비교하게 되는 일도 생겼는데 어릴 적에는 여자아이들이 좀 야무지고 당차서 상대적으로 남자아이인 우리 아이가 부족해 보여 속상할 때도 있었다.
1년 만에 만난 그녀는 약간 살이 찐 거 같았고 유쾌한 말투는 여전했다. 그녀의 아이는 00 여대에 입학을 했고 내가 생각했던 그녀의 아이는 훨씬 성적이 좋았는데 그녀는 아이가 인서울을 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재수를 한다고 했더니 샘은 외동이니 재수를 시켜도 되고 아이가 자기 주도 학습이 되니 잘할 거라는 얘기로 서로 근황 토크를 했다.
그녀는 다니는 직장이 벌써 5년째인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나는 너무 힘들면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했더니 그녀는 이제 나이가 사십 대 후반이다 보니 직장을 옮기는 게 어떨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요즘 나이는 그렇게 흠이 아니고, 더 나은 직장을 찾을 수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찾아보라고 했다. 그녀는 이런 얘기를 듣고 싶었는지 그래요? 하며 반가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사실 오늘 직장 옮기는 문제 때문에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아직도 항암치료를 하신다고 하고 그녀의 부모님은 이제 많이 늙으신 거 같다고, 그녀의 둘째 아이는 이제 6학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알고 지낸 지 벌써 15년이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만나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러 다녔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그들은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아는 것 같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한참 동안 예전처럼 배꼽 빠지게 웃었다. 그녀와 더 오래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녀의 둘째 아이가 계속 전화를 해대는 통에 우리는 서로 잘 지내라는 얘기도, 오늘 만나서 반가웠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얼렁뚱땅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에 왠지 그녀는 나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직장 때문에 궁금했던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씁쓸한 마음과 허전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며칠 전에 본 인스타에 이호선 교수님은 한국인이 오십이 되면 변화의 시기이고 떠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했다. 요즘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이 나는데 그녀도 결국 나의 시절 인연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