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과 열정

by 진민

11/13 쿠알라룸푸르

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오늘은 2시를 넘어서 하루를 시작한다. 계획은 딱히 없다. 점심 먹고 머리띠 살 수 있으면 하나만 사야겠다. 형한테 왓츠앱 문자가 와 있었다.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기분이다. 물론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여러 사람과의 대화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왓츠앱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면 이 왓츠앱도 그냥 지워버려야 할 것 같다. 카톡을 지운 이유가 점점 무뎌지는 기분이다. 나는 그저 엄마한테 내가 잘 지낸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다른 한국에 있는 친구를 왓츠앱으로 끌여들였는데 점점 뭔가 넓혀지고 있다. 나도 이 이상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감당이 안된다. 이곳 여행지에서도 스트레스를 얻겠지만 지금은 현실에서 이어져 오는 스트레스를 경계하는 중이다. 한국에서의 삶과 여행의 삶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sns를 지우고 온 것이다. 이 여행에서 뭘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의 삶에게서 영향을 받는 것은 원치 않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마음이 확실히 안정됐다고 느꼈는데 안정된 상태가 아니가 텅 빈 상태인 것 같다. 마음의 짐들을 다 지워버리고 지금은 비어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스트레스에도 마음이 크게 휘몰아친다. 이 여행 끝에는 마음속 그 공간에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머리띠를 사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결국 찾지 못하였다. 푸드코트에서 점심만 먹고 나왔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중 구글 지도에 모스크가 있길래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모스크에 그냥 들어가려니 투어리스트는 저쪽으로 돌아 들어가라고 했다. 그쪽에 가서 명단에 이름을 적고 신발 벗고 들어갔다. 물론 실명을 적지는 않았다. 사실 국적도 일본이라고 적었다. 별 이유는 없다. 그렇게 맨발로 모스크에 들어갔다. 뭔가 기이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신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고요한 것이 신기했다. 중앙에 있는 기도 홀로 가니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있고 여행객들에게 구석의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사실 모스크가 이슬람교의 건물이라는 것도 모스크 안에서 네이버에 쳐봐서 알았다. 종교에 대해 무지하여 모르는 것이 많지만 이 기도를 하는 공간이 굉장히 신성한 느낌을 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기도를 조금 감상하다가 나왔다. 뭐 사실 뭔 말인지 해석도 못하고 뭐에 대한 기도인지도 몰라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뭔가 새롭고 신비한 느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오늘은 그만 숙소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내일 드디어 인도로 떠난다. 진짜 여행이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다. 행운이 가득하길 빌면서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잠을 자야겠다.


11/14 상공

오늘은 비행기에서 써야겠다. 뭐 별다른 이유는 없다. 원래 이 4시간의 비행동안 풀로 자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목이 말라서 인지 깨버렸다. 지금은 벵갈루루로 가는 길이다. 인도로의 여행을 이렇게 시작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이런 급진적인 계획엔 예상치 못한 행운이 따를 때도 많은 것 같다. 그러길 바란다. 사실 시작부터 꼬일 뻔했다. 오늘 한 것이라고는 빨래하고 공항에 와서 유튜브보고 게임하면서 거의 5시간 넘게 기다렸다. 체크인 시간이 돼서 카운터에 가서 체크인을 하는데 체크인 직원이 인도 비자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나는 분명 도착비자를 신청할 생각으로 가는 것인데 직원말로는 도착비자라는 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네이버 블로그 2,3개 찾아본 게 다였고 이것도 2023년 글이라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당당하게 우겼다. 아니다 가능하다 내 친구가 가서 이런 종이를 받았다고 하면서 블로그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 생각에도 벵갈루루 정도의 공항이면 도착비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의 일정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물어서 하나하나 다 대답해 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굉장히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이 방법 말고는 지금 인도에 들어갈 방법이 없다. 물론 e비자를 신청하면 되었지만 프린트나 사진을 구하는 것이 번거롭기에 도착비자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20분 정도의 대화 끝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고 발권을 해주었다. 당당한 태도도 분명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당당한 태도는 인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일 것이다. 나의 선입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인도에서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곧이곧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보았을 때 인도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인 것 같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이 쪽 문화권의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분명 어떤 문화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떤 문화적인 이유인지 한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비상구석에 앉아있다. 뭐 그냥 랜덤으로 줬는데 비상구 일수도 있는데 오랫동안 실랑이 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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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하늘


자정에 지금 나는 하늘을 달린다

밖은 검은색이지만 곧 있으면 푸른색이 될 것이다

회색빛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날은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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