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의 시작

by 진민

11/15 벵갈루루

드디어 인도에 상륙했다. 사실 어젯밤 11시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지금 오전 11시 지금까지 뭘 했냐? 사실 이곳 호스텔 찾아온 것이 전부이다. 공항에서 내렸는데 일단 와이파이가 안 됐다. 와이파이를 쓰려면 바우처를 받아야 하는데 그 바우처 받으려면 항공권 바코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분명 비행기 탑승할 때 직원이 바코드 부분을 챙겨갔기에 나한테 항공권 바코드가 없다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를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밑에 가서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떠넘기길래 일단 밑으로 가서 하려고 하니 여기는 기계가 고장 나 있었다. 기계를 고치는데 뭔가 당직 아닌 사람 불러다가 급하게 고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고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기에 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을 수 있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갑자기 자기 핫스팟을 쓰라는 것이다. 또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이 친구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이런 도움을 주니 너무 고마웠다. 나는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구매했던 esim을 설치하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esim설치를 완료했는데 작동을 안 하는 것이다. 인도니까 그렇지 하고서 체념했다. 전에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둔 지도에서 호스텔을 찾아서 주소를 적고 외국인 전용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걱정했던 도착비자를 작성하러 갔다. 비자발급직원이 말레이시아에서의 체크인할 때의 직원보다 나의 일정에 대해 덜 물어보았다.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

그렇게 공항을 나왔다. 나오면 안 됐다. 어떻게 그 안쪽에 자리를 잡았어야 했는데 출구로 나오면 다시 못 들어간다는 것은 알았는데 출구가 하나만 있는지는 몰랐다. 그 입국할 때 사람들 기다리는 자동문 나오고 나서 이제 공항을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문을 나가면 공항을 나가는 것이었다. 다행히 공항 앞에도 벤치나 상점들이 존재하긴 했다. 굉장히 배가 고픈 상태였기에 일단 서브웨이에 가서 물과 샌드위치 쿠키를 먹었다. 그랬는데 시간이 아직 1시가 안 된 것이다. 새벽버스가 아무리 있다 해도 새벽에 시내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석에 벤치에 가서 드라마를 좀 보다가 잠들었다. 그런데 야외에서 그렇게 자본 거는 처음이다. 물론 날씨가 딱 좋긴 했지만 밤이라 약간 쌀쌀했다. 그리고 허리가 아파서 자다 깨고 자다 깨고 했다. 그 결과 정신 차리고 일어난 건 6시였다. 거의 5시간을 야외 노숙을 했다. 살짝 쌀쌀했기에 아침에 코코아 한잔 마시고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어제부터 안되던 esim이 계속 안 되는 것이었다. 와이파이도 안되기에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지도에 의지 해서 가야 했다. 그래서 전광판과 지도를 보고 버스를 찾아서 탔다. 버스는 정말 오래된 버스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너무 피곤했기에 버스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도착해 보니 내가 생각한 데로 잘 왔다. 그럼 이곳에서 숙소까지의 거리가 차로 20분이던데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인터넷이 안 돼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시내에 가면 인터넷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툭툭이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걷기 시작했다. 무작정 걸었다. 어제 새벽 1시에 왔으면 진짜 큰일 났겠다고 느꼈다. 공항노숙이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인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이곳은 쉬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벵갈루루에 대해 살짝 찾아보았을 때에 이곳이 it도시라길래 어느 정도의 발전된 상태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내가 평범하게 생각한 인도 그 자체이다. 물론 여기가 그래도 발전된 곳이라 학생들도 많고 건물들도 꽤 많다. 하지만 갑자기 이것이 꽤 발전된 도시라면 인도 시골은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는 들개들도 참 많다. 근데 이 개들이 귀여운 개가 아니라 그냥 사냥개 같은 애들이 막 다닌다. 지들끼리 뛰어다니고 막 그런다. 사실 내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나에게 아무 해도 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공포감이라는 것이 간간히 발휘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나를 되게 이상한 눈빛으로 본다. 그래도 외국을 많이 다녀본 입장에서 이런 눈빛은 또 처음이다. 호감의 눈빛도 불호의 눈빛도 아니다. 그냥 이게 여기 왜 있지? 하는 눈빛이다. 마치 맥도날드에서 잡채덮밥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본 눈빛이랄까? 그를 혐오하지도 호의적으로 보지도 않지만 그냥 저게 뭘까 라는 생각으로 볼 것이다. 딱 그런 눈빛이다. 한 번은 쳐다보길래 웃으며 목례를 했다. 이것도 안 받아준다. 그냥 신기하게 쳐다보고만 간다. 나는 이게 정확히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길을 걷다가 차를 한잔 마셨다. 여기 사람들이 에스프레소 잔 정도 사이즈의 종이컵에 자꾸 뭘 먹고 있길래 저게 뭘까 생각하면서 가는데 어떤 자전거에서 보온병에 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 봤다. 라씨라는 것이었다. 뭔지 안 찾아봐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먹었을 때의 느낌으로는 뜨거운 밀크티에 설탕 엄청 넣은 맛이다. 달다는 뜻이다. 보통 여기에 담배를 같이 피나보다. 담배도 피울 거냐고 물어보다. 커담 같은 느낌인가 보다. 라담이라 기가 막힐 거 같긴 하다. 그렇게 170원짜리 차를 마시고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에 와서 다시 esim을 설치하면서 이 서비스의 문제가 아닌 그저 나의 실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공항에서 너무 급했던 나머지 말레이시아 유심을 다시 활성화시켰던 것이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시 설치를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인터넷이 잘 된다. 괜히 고생한 느낌이 조금 들긴 하지만 뭐 어쩌겠나? 덕분에 인도를 무작정 걸었다.

숙소에서 조금 쉬면서 체크인을 기다리는데 뭔가 체크인하면 그대로 잠들 것 같아서 일단 밥을 먹으러 나왔다. 밤에 배고프면 나가기가 두려워 그냥 참을 거 같아 일단 나와서 뭐라도 먹을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여행에서의 첫끼고 인도 상륙 후 첫끼이기에 가장 대표적인 것, 가장 현지의 것을 먹기로 생각했고 그냥 아무 현지식당을 가기로 했다. 그래도 파리가 좀 덜 날아다니는 집으로 골라 그냥 인디언 푸드 카레랑 라이스 그런 거 달라고 했다. 고기 먹을 거냐 물어보길래 고기로 달라고 했다. 내가 주인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영어로 해석해 주었다. 근데 그것도 100% 이해는 못했다. 인도사람들이 다 영어만 쓰는 게 아닌 거 같다. 그리고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억양이 특이해서 잘 못 알아듣겠다. 그래도 느낌으로 다 알아듣는 척한다. 아무튼 그렇게 음식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밥이 이렇게 많은 식판을 처음 본다. 식판에 카레랑 닭고기 밥 뭐 이렇게 주는데 밥이 거의 고봉밥이다. 왠지 손으로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손으로 먹기 시작했다. 근데 카레가 국물이 많아서 거의 찌게느낌인데 이걸 손으로 먹으려니까 뭔가 불편했다. 사실 더럽다기보다는 뜨거웠다. 그래서 그냥 늘 그랬던 것처럼 숟가락을 다시 집었다. 맛은 뭐 그냥 식사하는 맛이다.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가격은 120루피 환화로 약 2천 원 정도 한다.

그 후 근처에 쇼핑몰이 있길래 한번 가봤다. 쇼핑몰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일 점심은 저기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쇼핑몰을 둘러보는데 위에 영화관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영화관이 들어갈 때 짐검사를 한다. 아마 내 캠코더는 못 들고 들어갈 것 같았다. 영화에 진심인 건지 아니면 그냥 치안이 안 좋아서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음료하나를 시켰다. 사프란 피스타치오 프라푸치노가 있길래 한번 시켜보았다. 왠지 인도에만 파는 메뉴 같았기 때문이다. 가격은 환화로 약 8,000원 정도였다. 한국에선 당연한 가격이지만 여기서는 굉장히 비싼 음료였다. 이걸 시키니까 점원이 다른 거는 안 먹냐고 물어보았다. 씀씀이를 보고 한번 승부를 걸어본 점원의 한마디였다. 하지만 밥을 먹고 온 터라 디저트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도 와이파이를 하려면 인도 전화번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근데 마침 비싼 음료도 시켰겠다 한번 점원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그러니 점원이 자기 휴대전화를 알려주면서 그걸로 쓰라고 하였다. 인도사람이 착한 건지 돈 받은 인도사람이 착해지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난 어찌 됐든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저녁에 밥을 먹으러 나갔다. 이대로 계속 자다간 분명 새벽에 깨서 배고픈 걸 참으며 폰만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근처 가장 번화가로 갔고 굉장히 바글거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의류브랜드들이 즐비해 있는 곳이었다. 뭐 사실 옷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밴드티를 파는 매장을 봤다 건스 앤 로지스 옷을 입고 있던 나는 그냥 홀린 듯 들어갔고 옷을 구경하는 데 퀄리티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너바나 티셔츠를 하나 찾았고 가격을 물어봤는데 15,000원 정도 하는 것이다. 왜인지 그냥 동묘가격에 비해 싸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좀 더 깎아야 될 것 같아서 2,000원 정도 더 깎아서 샀다. 물론 이 가격도 여기서 비싸게 주고 산 것 같다. 하지만 이 옷의 가치는 내 기준에서 매긴다면 나는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소비 습관이 뇌리에 박혀있어서 그런지 13,000원에 이런 퀄의 티셔츠는 분명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구매를 결심하였다. 사실 문제는 돈보다 짐이다. 백팩하나에 꽉 차게 짐을 챙겨 왔기 때문에 어떤 기념품이나 선물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사면서 그럼 원래 있던 검은 티 하나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도에 남겨둘 나의 흔적이 하나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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