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외지인

by 진민

11/16 벵갈루루

인도에서의 2일 차이다. 어제 밖에서 잔 것이 굉장한 피로를 불러온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날 때 뭔가 피곤한 채로 일어났다. 그래도 밥을 먹으러 일단 출발했다. 어제 들렀던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출발하여 쇼핑몰에서 고 피자를 먹었다. 한국에서도 안 먹어본 한국 체인점이었다. 밥을 먹고 이제 나름대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근처 지하철 역으로 갔다. 이곳은 지하철도 짐검사를 한다. 지하철에서 짐검사를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치안이 좋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지하철에서는 잘 안 하는 짐검사를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인도는 치안이 안 좋은 나라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지폐가 큰 단위 밖에 없어서 티켓을 구매 못하는 것이었다. 어디 딱히 바꿀곳도 없고 일단 나와서 다른 곳을 가야겠다 하고 걷는데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있던 피로가 지속되어 이대로 구경을 가도 그냥 피곤하기만 할 것 같았기에 일단 다시 숙소로 와서 씻고 낮잠을 잤다. 이게 자유 여행이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밥 먹을 때 일어나는 짐승 같은 삶. 아무튼 그렇게 자다 보니 거의 4시간을 잔 거 같다. 또 어제처럼 저녁시간이 돼서야 나왔다. 오늘은 맥주집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하이데라바르에는 적당한 펍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에 찾아둔 펍에 식사 겸 맥주를 먹으러 왔다. 일단 IPA를 시켰는데 뭔가 부족한 맛이다. 다음은 그냥 라거를 한번 시켜 먹어봐야겠다. 라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물가를 고려하여 이 맥주의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매력적인 맛도 아니었다. 평범한 맥주였던 것 같다.

이곳 인도에 와서 동양인을 진짜 못 본 것 같다. 정말 외지인이 된 기분으로 항상 길을 다니고 있다. 이들의 시선은 점점 익숙해진다. 그들도 내가 신기하겠지만 그 마음은 나도 똑같다. 나도 이곳이 신기하다. 클락션 소리가 정말 많이 나는 도로이다. 이곳에서 밖에 나가기가 두려운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냥 이곳은 도로만 보면 어지럽고 피곤하다. 밤에는 쌍라이트를 켜고 클락션을 울리며 다니니 보행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도로상황이다. 한국의 도로가 얼마나 쾌적한지 역체감 할 수 있는 곳 바로 인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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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벵갈루루

벵갈루루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하이데라바드로 떠난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갈지 정하지 않았다. 그건 오늘 밤에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최대한 늦게 자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하이데라바드로의 여정동안 잠드는 것이 목표이다. 아마 슬리핑 버스를 탈 것 같은데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의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이다. 오늘은 신경 쓰지 않도록 하자

오늘은 인디언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시작했다. 굉장히 맛있었다. 내일 점심을 또 저기서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버터 치킨 카레와 난 그리고 쌀밥 이렇게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은 인도요리 중엔 최고였다. 사실 2개밖에 안 먹어보긴 했다. 먹을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는 이번 여행이기에 뭐든 식사가 된다면 먹는 편이다. 전에 유럽여행 때는 현지음식을 먹기 위해 무조건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발이 닿는 데로 먹을 뿐이다. 나는 이런 게 좋다. 자유로운 식사도 이 여행의 특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점심을 다 먹고 나와서 결제를 이는데 320루피가 나왔다. 결제를 하고 원래 나는 영수증을 버린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한번 봤는데 생수가 2개나 찍혀있는 것이다. 나는 1개의 물만 마셨기에 영수증에 찍혀있는 2개는 잘못된 것 같아 이야기를 하니까 웃으며 20루피를 돌려주었다. 딱 사기 치려다 실패한 웃음이었다. 생각해 보면 괘씸하지만 돈을 생각하면 고작 300원 더 받으려고 이렇게 거짓말을 치는 모습에 신기했다. 물론 이런 게 걸린다고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300원 더 받겠다고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인도사람들의 인간성에 관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벵갈루루 펠리스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려고 마음을 먹었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구글지도에 온다고 하는 시간과 내가 타야 될 버스가 계속 맞지 않는 것이다. 한 20분 넘게 기다리다가 하나를 타게 됐다. 일단 타서 20루피를 건네고 목적지를 이야기하니 5루피를 거슬러 주었다. 근데 내가 여자 칸에 잘못 탄 것 같았다. 몇 정거장을 지난 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뒤로 가라고 했고 뒤로 가서 알아차렸다 남녀가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뒤로 가서 서서 가고 있는데 옆에 있던 인도 친구가 말을 걸어온다. 그런데 뭐라고 하는지를 도통 모르겠다. 아이폰 하나 알아들었다. 이 친구는 내 휴대폰을 보더니 아이폰이냐고 물어봐서 그렇다 해줬다. 근데 왜 물어봤는지도 모르겠고 혹시나 해서 그때부터 이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서 잘 안 꺼냈다. 물론 나의 선입견일수도 있었지만 이는 옳은 행동이었던 것 같다. 그 뒤 언제 내려야 하나 고민하던 중 사람들이 내리길래 그냥 따라 내렸다. 보니까 2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하지만 난 시간이 많기 때문에 걷기 사작했다.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서 가려고 하는 중에 어떤 사람이 인사를 건네왔다. 이 사람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반갑게 인사를 해주고 어디 가냐고 물어봐서 벵갈루루 펠리스를 간다 했다. 그러니 이 친구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이 친구가 나랑 같이 버스를 타겠구나 생각하고 따라갔다. 이 친구는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을 존이라고 하고 방금 교회를 갔다 왔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사실 이 이후의 대화는 거의 못 알아들었다. 정말 인도인들의 영어 억양이 뭔가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그냥 거의 다 알아듣는 척 하긴 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가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고 몰래 도망갈까도 생각했다. 나의 생각으로는 자기 차를 타고 팰리스까지 가서 나에게 돈을 요구할 것 같았다. 물론 이 사람의 사이즈를 봤을 때 내가 순순히 돈을 뺏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그의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랑 계속 함께 가다가 어느 정도 너무 멀리 왔다 싶을 때 나는 이 친구한테 나는 벵갈루루 펠리스를 가야 돼서 이쪽으로 간다. 하니까 그 친구가 거기까지는 너무 멀다길래 나는 그냥 걸어간다 하고 그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나의 걱정만큼 큰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항상 경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걷고 또 걸으며 나는 결국 벵갈루루 펠리스에 도착하게 되었다. 조금 많이 걸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나의 여행은 걷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펠리스를 구경을 시작했다. 외국인은 훨씬 더 비싼 요금을 받았다. 하지면 여기까지 온 이상 입장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입장을 하였고 금방 나왔다.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돌아보려고 했는데 이 오디오 가이드도 모두 인도 억양의 영어로 녹음이 되어 있다. 반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뭐 딱히 매력적인 볼거리도 없었기에 금방 둘러보고 나왔다. 나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이번엔 툭툭이를 한번 타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 올 때 상당히 많은 걸음을 걸었기에 돌아갈 때만큼은 툭툭이를 타고 이동하려고 했다. 일단 흥정을 시작했다. 그쪽에서 150을 부르면 나는 100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부르니 그냥 안태워준다는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굉장히 많기에 끝까지 걸어갈 수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100루피를 부르며 흥정을 시작했고 한 툭툭 기사가 130에 가자고 자꾸 꼬드겨가지고 그렇게 출발하였다. 툭툭 기사들은 대체로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대충 목적지를 이야기하는 의사소통 이외에는 의사소통이 힘들다. 그렇게 숙소로 가던 중 20분 정도 걸어갈 거리가 남았을 때 툭툭이 갑자기 멈추는 것이다. 대충 들어보니 숙소까지 가는 도로는 툭툭이 갈 수 없는 도로였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몰랐고 이 툭툭기사는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나는 2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릴 상황이 되었다. 돈을 주려고 했는데 120 루피만 주었다.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나는 분명 130 루피로 숙소 앞까지 가달라고 했지만 숙소 앞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나는 120밖에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의 의견이 똑바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툭툭 기사는 130을 계속 달라고 하였고 나는 그냥 내려버렸다. 10루피는 환화로 170원 정도이다. 170원을 가지고 현지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이것이 불필요한 실랑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0 루피라는 돈이 아닌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돈을 덜 지불했고 이러한 태도가 여행객으로써 옳은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행동은 나뿐만이 아닌 다른 여행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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