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함과 친절함 사이

by 진민

11/18 버스

무질서 그 자체의 벵갈루루의 길을 걷고 있다. 오늘 하이데라바드로 떠나는 버스를 탑승하는 정류장 근처를 가는 중이다.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나는 시간이 많기에 천천히 걸어가려 한다. 지금은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쉬고 있다. 이곳의 도로는 정말 무질서 그 자체이다. 어떻게 보면 인도자체가 정말 혼돈 그 자체의 나라인 것 같다. 이렇게 흔들리는 외부 속에서는 무엇보다 나를 잘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1시간 정도 걸어서 버스 타는 곳 근처 몰에 도착했다. 1시간을 걷는 동안 어떤 개 한 마리가 나를 계속 쫓아왔다. 내가 뭐 먹이라도 줬으면 몰라도 왜 이 친구가 나를 쫓아오는지 도통 알지 못했다. 그냥 가는 길이 같은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친구는 나를 따라서 길을 건너기까지 하면서 나를 따라왔다. 심지어 아마 이 친구가 자기 지역을 벗어나면서까지 나를 찾아와서 다른 그 동내의 개들과 싸움이 날 뻔하기도 했다. 내가 추측하기에는 그저 나에게 색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롯데리아만 먹던 친구에게 갑자기 맘스터치를 맛보게 해 준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나는 쇼핑몰로 들어가면서 이 친구와 헤어졌지만 거의 1시간을 함께 산책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뭔가 기이한 동행이었다.

오늘은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도움들이 정말 나에게 도움으로 다가올지는 앞으로 30분 뒤에 버스 탑승에 성공하면 결정 날 것이다. 버스 하나 타는데 두 명이나 나를 도와주었다. 한 명은 호스텔 직원으로 버스 예매를 도와주었다. 내 카드로는 인도에서 인터넷 결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호스텔 직원이 이것저것 알아봐 주며 내가 원래 본거보다 2배나 싼 버스를 찾아주었다. 그리고 925루피가 나왔길래 1000루피를 그냥 주려했는데 100루피를 나에게 거슬러주었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지닌 채 버스 타는 곳 근처 몰에서 시간을 보내고 았었는데 갑자기 그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버스 픽업장소가 변경되었다는 것이었다. 항상 빨리 움직인 덕에 나에겐 시간이 많았고 바뀐 픽업 장소로 이동했다. 또 약 40분을 걸었다. 진짜 이 클락션 소리는 들을 때마다 나의 체력을 깎는다. 클락션과 쌍라이트, 6시 이후 인도의 도로는 정말 무질서 혼돈 혼란 그 자체이다. 암튼 픽업장소로 이동했는데 이곳도 너무 복잡한 것이었다. 내가 여기서 과연 나의 버스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정류장에 서있는 사람에게 가볍게 이곳이 버스 정류장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무슨 버스 타는지 어디서 타야 하는지 얘기해 주고 버스 번호를 물어봤는데 내가 그것까지 알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순간 또 나는 벽을 느꼈고 어찌할지 모르는 순간에 이 분이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이 분이 모든 걸 통화로 해결해 주셨다. 버스 번호를 알아내고 이 기사님께 내가 힌디어를 못하니 영어로 대해 달라는 말까지 전했다고 한다. 인도는 내가 인도인의 인간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가는 와중에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한없이 친절한 이런 신비로운 곳이다. 인구가 너무 많기에 다양한 인간성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곧 버스를 타야겠고 이 버스 타는 것에만 성공하면 벵갈루루의 기억은 좋게 기억될 것 같다.


11/19 하이데라바드

피곤하다. 근데 순일이가 자꾸 데려간다. 내일도 뭐 이것저것 하자는데 내일은 그냥 혼자 나만의 템포로 여행해야겠다. 순일이와 하루동안 하이데라비드 여행을 했다. 순일이는 호스텔 옆 침대에 있는 친구이다. 인도사람이다.

슬리핑 버스를 타고 성공적으로 하이데라바드에 도칙했다. 걱정한 거보다는 쉽게 도착했다.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워낙 피곤했던 차에 그냥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숙소에 왔다. 이곳은 뭔가 낡은 느낌의 숙소인데 그래도 뭔가 갖춰진 느낌이다. 피곤한 상태였는데 10시에 체크인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 일찍 들어와서 쉬고 있는데 옆 침대의 친구가 오늘 이곳을 투어를 하자는 것이었다. 유럽에서의 추억이 떠올라 당연하듯이 가자고 했고 한 2시간 뒤에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리는데 너무 피곤한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잠들었는데 이 친구가 나를 깨웠다. 그래서 이참에 나도 일어나서 밥도 먹어야겠다 해서 일단 함께 가기로 했다. 비리아니를 먹으러 갔고 이곳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가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실 난 30% 밖에 못 들었다. 인도식 영어발음이 진짜 듣기 어려운 것 같다. 음식은 맛있었다. 볶음이 된 인도밥에 탄두리치킨과 함께 먹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끝까지 손으로 먹었다. 손으로 먹으면서 든 생각은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천박하게 먹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식사예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손으로 먹었다. 뭐 좋고 나쁘고를 떠나 좀 게걸스럽게 먹는 느낌이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하려는데 850루피정도 나왔다. 나는 당연히 이 친구가 계산을 하고 내가 현찰을 줄 생각을 했는데 나보고 다 내라는 것이다. 뭐지?라는 생각이었지만 거기서 강하게 이야기할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해 일단 내가 냈다. 내가 원정선수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유럽여행의 추억으로 인해 조금 방심했다. 유럽여행에서 함께 다녔던 친구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여행객 처지였다. 하지만 이 친구는 인디언이다. 좀 더 강하게 이야기했어야 했나?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옆 침대이기에 나쁜 관계를 만들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낸 걸로 치고 나는 피곤하다 하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여기 근처에 관광을 할 곳을 한 번만 갔다가 가자면서 이번엔 자기가 내겠다는 것이다. 내가 돈에 살짝 기분이 상한 걸 알아챈 눈치였다. 그래서 나도 지는 척 일단 거기까지만 가자고 했고 교통비는 이 친구가 냈다. 그렇게 하이데라바드의 중심인 호수를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호수를 돌고서 돌아오는 길에는 할림이라는 치킨 죽 같은 것도 먹었고 이것도 내가 계신했다. 이걸 계산하면서 마음먹었다. 내일은 그냥 피곤하다고 하고 안 가든가 혼자 여행하고 싶다고 하고 같이 안 가야겠다. 하지만 그래도 이 친구덕에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경험들을 하기도 했다. 일단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인터넷에서 인도 어린아이들이 한국인 보면 같이 시진 찍고 싶어 한다는 걸 봤는데 믿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이 친구들이 순일이한테 가서 나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서 막 물어보며 사진 찍어서 자기 부모님 휴대폰으로 보내달라는 것 같았다. 이들의 눈빛에는 정말 호기심과 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순수한 관심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물론 뭐라는지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정말 순수한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런 것처럼 혼자라면 경험 못했을 것들을 이 친구덕에 많이 경험했고 그 경험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다고 생각해야겠다. 뭔가 호구 잡힌 기분이긴 한데 막 나쁜 경험은 또 아니었다. 참 신비한 나라이다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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