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 뭄바이
뭄바이에서의 하루를 더 있기로 마음먹었다. 뭄바이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는 아니고 그냥 오늘 하루 휴식이 필요했다. 수많은 먼지와 소음과 악취들에 대한 휴식이다. 오늘 하루 쉬었으므로 내일 이제 다시 뭄바이의 건축물들을 보러 가려고 한다. 그러고 아마 첸나이로 넘어갈 것 같다. 정말 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여행이다. 이런 자유로움을 원하긴 했다. 그런데 또 너무 목적에 집착하고 의미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좀 비우고 이 여행자체에 의미를 찾는 방식으로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 훈련을 통해 인도여행을 순전히 이어간다면 좋을 것 같다.
11/26 뭄바이
깁자기 얻어진 뭄바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 고아로 떠나는 버스는 구매 완료하였다. 긴 여정이겠지만 여기까지는 버스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첸나이를 가려다 그냥 고아를 다음 목적지로 골랐다. 고아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들어서 색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이 버스티켓 예매는 호스텔 직원이 도와주었다. 2번째 도움이다. 이 직원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래서 왠지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부탁을 했고 역시나 흔쾌히 도와주었다. 인도사람들의 심성은 대체로 착하고 순수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서로 간의 대화도 잦고 어떻게 보면 개방적이다. 하지만 돈이 연관되었을 때 악해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근본적인 심성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빈부격차에서 일어난 특징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인도는 굉장히 폐쇄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이 여행하면서 현지인에게 받을 사기를 두려워하는 것부터 이 나라는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유도 역시 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버스예매를 마치고 이 직원에게 한국돈 1,000원을 주었다. 사실 별거 아니지만 그냥 갑자기 주고 싶었다. 막상 주고 나니 이 친구도 역시나 외국돈을 모으는 중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한국돈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가 나에게 인도 루피 1루피 지폐를 주었다. 한국으로 치면 100원짜리 지폐정도 수준인 것 같다. 암튼 그렇게 성공적인 티켓구매 후 오늘의 여행을 시작하였다.
길을 걸어가는 도중 omii라는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지도를 보고 게이트웨이로 향하고 있는데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았다. 일단 나의 목적지와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니 나한테 그러지 말고 기차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무실 가는 방향이니 같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일단 믿고 따라가기로 마음먹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믿고 따라가게 된 이유에 이 친구의 옷차림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이 친구는 깔끔한 직장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사람들을 보았을 때 복장에 따라 그들의 태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일단 복장이 갖추어진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한다. 그리고 친절하다. 하지만 복장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힌디어만 사용을 하며 그렇게 친절한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는 있는 것 같다. 부유함에서 나오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이 친절함을 돋보이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도 길 건널 때 내 손을 잡고 건너준다. 하이데라바드에서의 순일이도 이렇게 하길래 그 친구가 이상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인도친구들의 특징인가 보다. 그렇게 가다가 갑자기 이 친구가 툭툭이를 탔다. 나는 따라 탔고 같이 기차역까지 갔다. 이 친구는 자기가 툭툭이 값과 기차비를 내주었다. 물론 기차는 나 혼자 타는데 이 친구가 왕복티켓을 끊어주었다. 대충들은 바로는 항공사에서 일한다고 한 것 같다. 서비스 정신이 탑재된 부유한 인도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친구의 걸음걸이를 봤을 때 분명 일에 늦은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나를 도와주려고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이 노력에 나는 감사를 해야 할지 부담을 느껴야 할지 애매모호한 상황이었기에 둘 다 느끼는 중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10분마다 전화가 왔다. 어디까지 갔냐고 물어본다. 거의 연인인 줄 알았다. 이런 순수한 도움을 받아본 적도 오랜만이다 정말 고맙지만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뭄바이 남부로 이동을 했다. 이곳에 오니 차원이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영국식 건물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풍경을 지니고 있다. 이곳이 유럽인지 인도인지 잠시 헷갈렸다. 하지만 클락션 소리가 나를 금방 일깨워 주었다. 이곳은 인도이다. 여기에 오니 관광객이 조금 보이긴 하다. 하지만 인도인 관광객이 너무 많다 보니 외국인이 흔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고 사진 찍자고 하고 그런다. 이런 순수한 관심을 주는 곳은 인도밖에 없는 것 같기는 하다. 분명 인도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에선 경험하지 못할 경험들을 선사해 주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의미와 목적을 찾는 것에서부터 멀어져야겠다. 의미를 찾고 목적을 찾으려 하니 출발조차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나의 한 발자국 자체에 의미로 느끼며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행에서도 삶에서도 말이다. 삶이란 건 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여행에서 내딛는 한 발과 현실에서 내딛는 한 발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인 것처럼 현실에서도 내일은 항상 새로운 경험이다. 어제와 같은 내일을 보내도 내일은 내일이고 새로울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새로움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역시 뭄바이 중심으로 오니 진짜 인도를 경험하는 것 같다. 어디를 가든 말을 건다. 순수한 관심인지 돈을 노리는 관심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그저 나의 눈치력을 믿고 돈 얘기로 넘어갈 듯한 분위기에 자리를 떠날 뿐이다. 이곳 뭄바이는 넓게 보면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다. 인도 그리고 여행에 대한 열정이 다 식어버릴 뻔한 순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곳은 뭄바이였다. 역시나 이런 대형 도시는 유명한 이유가 있는 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