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고아
오늘은 스쿠터를 타기로 했다. 어제 좀 걸어 다녀본 결과 이 정도 도로면 스쿠터를 탈만하다고 생각했다. 차들의 수를 보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도로의 상황이었다.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탈 때에도 가장 위협적인 것은 갑작스러운 맨홀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맨홀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도로가 중간중간 파여있다. 물론 이곳에서 빠른 속도로 가기는 힘들기에 조심해서 다니면 되긴 하지만 스쿠터를 타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러니 잠깐 탔는데도 피곤하다. 그래서 잠깐 바다에 와서 주스를 마시고 있다. 확실히 여유롭다. 여유로우니 나의 머리도 마음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 여행을 통해서는 그냥 여행자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얻은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걸 하면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결실을 맺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12/1 고아
오늘은 칸돌림으로 이동했다. 거의 2시간을 걸었다. 오기인지 고집인지 그냥 걸었다. 사실 택시 타서 눈탱이를 맞는다 해도 한국에서 타는 것보다 돈이 더 나올 일은 없다. 하지만 뭔가 2시간이라는 시간이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의 여행의 방식이 이렇게 점점 자리 잡히는 것 같다. 걷는 것이 여행의 주 포인트가 되어가고 있다. 걸으면서 특별한 것이 있냐? 그것은 아니다. 그냥 걷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보려고 애쓰지는 않지만 옆에 지나치는 모습들은 모두 새로운 풍경들이다. 그 자니치는 새로운 풍경들을 뒤로한 채 그저 앞으로 걷는 것이다. 나는 이 걸음 자체가 참 매력 있는 것 같다. 여유로움 속에서 부지런히 걷는 나의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인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잠에 들었다. 걸음은 피곤한 법이다.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길에 뮤지션을 만났다. 그런데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다. 나한테 카메라맨이냐고 물어보면서 나의 노래로 영상을 만들어볼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나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좋다고 했다. 그리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가서 함께 도사를 먹으며 나는 이 친구의 노래를 들어보고 나는 전에 만들었던 제주도 영상을 보여주었다. 도사는 인도인들이 아침에 많이 먹는 팬케이크 같은 것인데 안에 감자 같은 게 들어있어서 가볍게 먹기 딱 좋다. 내가 전문 영상인이 아니었기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곤 2년 전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영상 뿐이었다. 이 친구의 노래를 들었을 때 그냥 평범한 노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익숙한 노래는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힌디어라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었다. 물어보니 트렌디한 블루스라고 했다. 뭔가 이곳에서 느끼는 여유로움이라는 감성과 비숫한 노래이긴 했다. 딱 해변가의 여유로움이 떠오르는 노래였다. 사랑이라고 하면 이별이나 이별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유로운 자세인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을 생각하며 저녁에 보자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뭐 사실 나도 해보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지금 지역을 이동해서 다시 그곳으로 갈 수 있을지를 모르겠다.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고 더 좋은 경험으로 발전된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