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다낭
현재 숙소에서 마지막 날이다. 다낭에서도 곧 떠나야겠다. 이곳은 너무 관광객이 많은 느낌이다. 그게 싫은 건 아닌데 이런 유명한 관광지에 있으니 이 여행의 목적 자체가 그저 휴양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한국인이 너무 많다. 오사카 이후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을 외국에서 본 것이 처음이다. 또 이곳의 상인들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많아서 그런지 이들은 기본적인 한국말만 할 줄 안다. 이 숙소 부근이 또 한국인들이 자주 오는 호텔들이 모여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러한 이유들로 숙소를 옮기려고 한다. 바다 쪽에 호텔을 4박 잡았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휴식다운 휴식을 즐기려고 한다. 그 후에는 쿠알라룸푸르로 떠날 계획이다. 거기 가서 무엇을 할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일단 다른 도시를 가보려고 한다. 신체의 피로를 풀 만큼의 자유는 이곳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마음속의 자유를 찾아 떠나보려고 한다.
하이네켄 한잔과 함께 일기를 쓰고 있다. 이 일기는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이다. 이 여행의 마지막에 무엇이 남을지 모르겠다. 영상과 글 쓰는 것을 둘 다 열심히 해놔야겠다. 이 여행이 끝난 뒤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도와 상관없이 뭐든 매듭지어보고 싶다. 항상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 결과물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이고 그 과정에서의 나의 시선과 감정들을 결과물로 만들어 가려는 것이다.
난 형식에 맞추어 글을 쓰는 법을 잘 모른다. 사실 글을 잘 안 읽기 때문에 잘 쓰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수능 국어를 4등급보다 높게 받아본 적이 없다. 독해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독해력이 부족하니 책을 멀리하고 책을 멀리하니 독해력이 늘지를 않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생각 덩어리들을 나열할 뿐이다. 나의 시선과 감정을 나열하며 이것들을 요리조리 조합해 하나의 덩어리를 만든다. 그러다가 너무 동떨어지는 생각이 생기면 문단을 나눠줄 뿐이다. 나는 이런 과정이 재미있기는 한 것 같다. 말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글을 쓸 때면 말로 생각을 풀어낼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풀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말을 할 때면 나의 생각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반응이 그렇게 좋지 않으면 이야기를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그렇지 않다. 내가 나의 생각에 대한 나열을 완료한 뒤 사람들이 읽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피드백은 나의 글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나의 감정에는 변화를 주겠지만 이미 적어버린 나의 생각들은 데이터로 모니터 안에 남게 되는 법이다.
이곳의 노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먹는 맥주와 함께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펍을 찾아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맥주는 최고의 술인 것 같다. 위스키도 좋지만 위스키를 즐기기 위해서는 갖춰야 하는 것들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음악만 있다면 맥주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과 시원한 맥주를 바깥공기를 맞으며 즐기는 순간이 맥주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내일 가는 쪽은 물가가 좀 더 비싸 보인다. 건물들의 높이가 좀 다른 것 같다. 현찰로 환전해 온 현금을 다 쓰려면 열심히 먹어야 한다. 이번 일주일은 푹 쉬었다 간다고 생각해야겠다.
나는 내가 이곳에서 일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베트남어를 못하는 것이다. 난 베트남이 영어를 쓰는 줄 알았다. 와서 보니 말이 하나도 안 통하지 않는다. 하나도 찾아보고 오지 않았기에 잘 몰랐다. 난 이곳에 한국인이 많고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내가 경쟁력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베트남말을 할 수 있어야 경쟁선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영어 회화에는 자신감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무 쓸모없는 능력이 되어버린다.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하겠다는 나의 생각은 과감히 접어두었다.
오랜만에 맥주를 먹으니까 좀 취하는 기분이다. 물론 오랜만이라기엔 시간으로 따지면 48시간 정도 금주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알코올 중독자로서의 2달 생활을 지내왔던 것 같다. 늘 술을 달고 지내왔고 더 나아가서 술에 대한 다큐를 찍겠다는 생각도 정말 알코올 중독자다운 발상이었다. 술을 통해 솔직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를 찍으려고 했다. 여기서 솔직함이란 감정의 투명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기에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술자리 같은 술자리들을 나열하는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계획했던 것이다. 교수님은 이 발상이 너무 좋다고 했는데 사실 그 주제로 완성도 있는 다큐를 만들 자신이 없었다. 내가 너무 예술적인 작품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냥 하면 되잖아 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능동적인 삶의 방향성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주체적인 생각을 품고 달려가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뭘 먹어도 배가 차는 느낌은 아니다. 그저 끼니를 때우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맛없는 건 아닌데 그냥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쌀이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굉장히 가벼운 음식들을 먹는 느낌이다. 근데 그건 음식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가 좀 가벼운 느낌인 것 같다.
11/6 다낭
꼭 밖에서 일기를 적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물론 그냥 나가기 귀찮아서 하는 핑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콘셉트가 자유라면 안될 건 뭐가 있냐는 말이다. 저렴하지만 그래도 호텔에 오니까 몸과 마음이 편하다. 이게 공간이 주는 편안함인가 보다. 사실 모텔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냥 나의 방이 온전하게 마련되니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이번 일주일의 콘셉트는 확실한 휴식이기에 이 휴식을 즐기도록 해야겠다.
쿠알라룸푸르에 갔다가 그다음 나의 계획은 인도여행을 할 계획이다. 갑자기 뭔 인도냐 하겠지만 그냥 끌렸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거기서 나의 목숨이 끝이 난다면 그것이 운명일 것이다. 사실 여기도 저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크게 겁낼 일이 뭐가 있냐는 생각이다. 내가 한국에서도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굉장히 발전된 나라이고 우리는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지금 나의 노력으로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능력이 아닌 운에 따라 내가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지금 이 세계의 구조가 무너진다면 누가 강자일까 생각하면 운으로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온 우리보다는 힘들게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더 강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항상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야 하고 내려놓고 사는 법을 배워야 진정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인도를 여행해 본다. 사실 방금 갑작스럽게 생각한 여행 동기이다. 뭐라도 동기 하나는 있어야 출발할 것 같아서 적어봤는데 너무 거창해 보여서 별로이다. 사실 그냥 가는 것이다. 그게 자유니까
오늘은 피자와 맥주 그리고 침착맨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여기 호텔 텔레비전에 유튜브가 나온다. 렉은 좀 걸려서 그냥 10시간짜리 침착맨을 틀어놓았다. 침착맨과 주호민이 앞에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고 있다. 혼자 온 거 같지 않고 좋다. 여기에 다낭은 배달이 잘 돼 있다는 걸 어디서 들었다. 그래서 한번 시켜 먹어보려 한다. 물론 훨씬 비싸긴 한데 현금 있는 거 다 쓴다는 생각으로 그냥 열심히 먹어야겠다. 인도 가면 잘 못 먹을지도 모른다. 또 벌써 혼자 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