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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Dec 21. 2023

이뤄놓은 게 없는 엄마지만 멋지고 싶다

   어제 갑자기 몸이 으슬거리며 몸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 6시 30분 기상으로 평상시와 다른 이른 기상을 한 탓에 몸이 덜 풀려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을 하며 애써 나의 아픔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추운 바람을 맞으며 제설 작업을 한 것도 영향이 아주 조금은 있었겠지만, 일어날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 제설 작업은 억울하게 이유로 오르게 된 추리이다. 오비이락인 셈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면 될 것 같은 마음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셔 보았지만 몸이 욱신거리는 느낌과 으슬거리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보는데, 브런치에서 공지가 떴다. '브런치 프로젝트'에 합격한 10명의 출품작들과 작가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은근 기대했다. 아직 스토리도 탄탄하지 못하고, 구성은 엉성한 내 글이... 그래도 소재 하나 가지고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소설... 그런 작품을 내고 싶은데 이 뜻에 부합한 출판사가 혹시, 혹시... 혹시나.... 연락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은근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여전히 떨어졌다. 떨어졌다.... 떨어졌다..... 

내 작품도 없고, 나도 없다...........................................................

아~~ 열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있는 체온계로 체온을 재었다. 정확하기로 유명한 체온계에서 37.8도라며 노란색 불이 나왔다.  그래... 내가 아픈 건.... 마음이 아파서가 아니라 그냥 몸이 아픈 거야. 감기에 걸린 거라고. 요즘 독감 유행이라는데 독감일지도 몰라, 라며 나의 서운한 마음을 애써 눌렀다. 열이 난다고 생각을 하니 바로 아픈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집에 왔으나, "엄마가 오늘은 몸살이 있나 보네. 조금만 자고 일어날 테니 너희 할 일 하고 있어."라고 말하고는 안방으로 들어왔다.

    전기장판을 깔고 눕자... 진짜 환자가 되어 버렸다. 몸이 아픈 것인지.... 마음이 아픈 것인지...... 

이마가 더 뜨끈 거리면서 머리까지 아파왔다.  몸이 축 늘어지는 것 같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곧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한숨 자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면 몸도 마음도 가뿐해져 있겠지....



       카톡 소리에 잠을 깼다. 지인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어제 저녁에 연말 모임 약속을 해놓은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그 모임은 빠지지 않고 꼭 가는데, 나의 컨디션이 허락하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나의 상태를 말하며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약속은 미뤘지만 잠이 깬 나의 상태를 봤는데도 컨디션은 영 별로였다. 얼굴을 더욱 부어 있었고, 콧물은 주룩주룩 흘러내리면서 코 안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처럼 매우면서 아프기까지 했다. 머리는 더욱 무거웠다. 

        "그래..... 몸이 아픈 거지......."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이 있는 거실에 나왔다. 각자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와 그 옆에서 스핀을 돌고 있는 아들을 보니 머리가 더욱 아파오는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야단을 쳐야 할 상황인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할 의욕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격지심에.....


         나는 이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엄마이다. 성과가 없을 뿐 열심히 살기는 한다. 누구보다도 책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모습도 보인다. TV를 보고 싶어도 보지 않는다. 유튜브를 보고 싶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자제를 한다. 40이 넘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여서 엄마도 뭔가 이루면.... 아이들에게 본이 될 것 같아서이다.  말로도 이야기하지만 내 생활로, 내 몸으로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책 읽기를 꾸준히 하고 있고, 글 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간간히 공모전에 응모도 하면서 말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엄마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적은 성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만 공모전을 4개 떨어졌다. 겨우 4개이지만 점점 움츠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뭐 조앤롤링이나 박완서 작가님처럼 대단한 사람은 아니어도 작은, 아주 작은 성취라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역사에 기록될 인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우리 엄마는 재능도 있고, 끈기도 있고, 열정도 있어. 난 그런 엄마가 자랑스러워.'라고 남아 있었으면 한다. 내가 글을 쓰고, 공모전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아이들에게 평소 말하는 것을 내가 내 삶에서 보이고 싶은데....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나는.... 마음이 아팠나 보다......




      거실 중앙에서 스핀을 돌고, 소파 위에서 뛰고, 소파 뒤로 넘어가는 놀이를 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그래, 겨우 4번이다. 뭐 이제껏 합쳐봐야 10번도 안된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이게 실패는 아니잖아.

            계속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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