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대신 롤모델이 되기로 했습니다.

새벽 기상의 목적

by 골드가든

새벽 4시 30분. 나의 기상 시간이다. 이 사람도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사람인가? 할 것이다. 아니다. 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이다. 11시부터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고, 온 정신이 집중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내가 새벽 기상이라니... 아마 나와 같은 올빼미형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새벽 기상이 얼마나 힘든지를...

난 세상의 많은 직업 중 새벽에 움직여야 하는 환경 미화원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목회자라는 직업이 참 못할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신앙심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그것이 이유는 아니다. 바로 '새벽 예배' 때문이다. 새벽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걸 평생 하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새벽 4시까지 안 자고 버티면 모를까,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새벽 4시 기상은 특별한 누군가만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에 친정 엄마도 속해 있는데, 친정 엄마의 새벽 기상을 보니 나는 정말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친정 엄마는 시골에서도 부지런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다. 내가 어렸을 때 봐도 늘 움직이고 쉬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부지런함'에 있어서는 내게는 '넘사벽'인 분이시다. 그런 분들이나 새벽 기상을 하시는 것이지...(그러고 보니 친정 엄마의 새벽 기상도 새벽 예배를 드리기 위함이었다.) 나 같이 게으르고 올빼미형의 인간은 절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20대 때 교회에서 종종 행사를 했었다. 대학부, 청년부들이 주축이 되어하는 행사들도 많았다. 다른 것들은 다 재미있게, 열심히 하겠는데 새벽 예배를 진행한다고 하면 가슴에 돌덩이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져 왔다. 분위기상 참여는 해야겠는데, 난 영 자신이 없었다. 목사님께서는 의지의 문제이고, 믿음의 문제라고 하시며 설교를 하며 온 교인들이 합심을 해야 한다고 설교를 하셨다. 그럴 때면 더욱 뭔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막상 일어나서 간다고 할지라도 교회에서 자는 건 마찬가지이니 며칠 후면 어김없이 따뜻한 내 침대에서 편히 자고 있는 날이 늘어났다. 늘 새벽 예배 실패자 명단에는 내가 있었다.


그런 내가 새벽 기상을 시작하고 있다. 새벽 기상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아프거나,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있거나, 혹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세 번째에 속한다. 목적이 있다!



무슨 목적이 있을까? 남매 아이 둘을 키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전업 주부이다. 잘난 것 하나 없고,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색으로 따지자면 무채색과 같은 그런 사람이다.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진취력도 없는 사람이다. 끈기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내가 아이를 키우니 얼마나 건조하고 재미없게 키우고 있겠는가? 이 부분은 늘 반성이 되지만 내 성격에서는 특별하게 아이디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내 안에는 그런 재능은 없나 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장점은 있다. 무채색이지만 성실함은 있다. 이리 속해도 어색하지 않고, 저리 속해도 어색하지 않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나의 육아는 옛 방식을 고수하기는 하지만 또한 변화를 크게 거부하지도 않는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잔소리 없는 육아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된다는 것을. 초등생이 된 이후의 육아는 내 경험상 잔소리이다. 잔소리를 하기 싫은데, 어느새 하고 있다. 그것도 매일매일! 횟수의 차이,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잔소리 존재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만 잔소리 듣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인 우리들도 잔소리하는 것이 싫다. 잔소리가 무엇인가? 어디에 가서 콕 박히는 소리가 아닌 허공에서 맴도는 메아리 같은 소리이다. 같은 형식, 같은 내용의 말을 숱하게 한다. 하면서도 지친다. 아이들이 귀를 점점 막아버리고 있음을 느낀다. '참 능력도 좋다'하며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을 거르는 솜씨가 보통은 넘어선 아이들이다.


"책 좀 읽을까? 책을 읽으면 좋대. 책은 좋은 친구 같은 거야."

아~ 아이들의 이마를 맞고 튕겨져 나오는 이 의미 없는 말들...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오늘부터는 꼭 일찍 자자."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지. 고기만 먹으면 어떻게 해. 신선한 야채를 먹어야지."

"양말을 벗었으면 제발 빨래통에 넣자. 자고 일어났으면 자기 이불 정리는 자기가 해야지..."

매일 반복되는 이 잔소리들... 이미 힘을 잃었다. 이 잔소리들에는 아이들을 변화시킬만한 힘이 없는 것이다. 왜 이 필요한 말들이 그들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을까? 감동이 안되나? 아~~ 감동까지 바랬던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어?? 감동??

아~~ 그렇다.
아이들도 어른도 감동이 있어야 움직인다. 감동...
내 삶을 봐도 내가 감동받은 일에 목적이 생기고 움직였던 것 같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말이 잔소리로 들렸고, 지금 그 말들이 기억이 나질 않은 것을 보니 아마 나 또한 지금 내 아이들처럼 흘려듣기 기술을 사용했었나 보다.




감동시키기... 어떻게 지금의 잔소리를 감동의 메시지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나는 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본인이 스스로 깨달아 알아서, 혹은 스스로 욕심을 부려서 자신의 행동을 바꿔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텐데 아직 내 아이들에게는 그것까지는 기대할 수가 없다.

한참을 고심한 끝에 내가 변하기로 했다.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내가 보이기로 했다. 난 시간이 많은 전업 주부이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감시자라고 생각하면 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있어서 아이들이란 존재는 힘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 없는 틈을 타서 쉬면 되지 않을까, 꼼수도 미리 생각해뒀다. 그렇게 나는 나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독서를 하기 시작했고,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사이버 대학에 편입하여 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정리하는 습관을 보여주고 있고, 감사하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칭찬의 말을 하루에 한 마디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경청하려고 노력했으며,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찍 자려고 노력을 했고, 아침에 늦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아이들보다는 먼저 일어나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일부러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 이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 애쓰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나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이 먹은 엄마도 이렇게 하고 있으니 너희도 애쓰라고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꼴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래. 이왕 이렇게 하는 거 진짜 아이들의 인생 롤모델이 되어보자.'라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공부는 평생 할 만큼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억울해하지 말라고 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위로받는 것이 어떤 것임을 내가 보여주고 싶었다.(사실 지금도 잘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위로하는 것, 경청하는 것, 공감하는 것이 어떤 것임을 나와 같이 사는 동안 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채색의 사람인 내가 세상에 아주 잘 묻혀가고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어설프게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엄마인 나의 역할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위인은 아니지만, 대단히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큰 인물은 아니지만, 이 지구에서 개미만큼 작은 존재로 살다가 언젠가는 죽을 테지만, 내 아이들에게 잔소리 대신 내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이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전업 주부, 엄마인 나의 성장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벽을 깨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것들을 하루하루 쌓아 가다 보면 내 아이가 언젠가는 이런 엄마의 모습에 감동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새벽 기상의 목적이다.

오로지 아이에게 감동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인생의 롤모델이 되고 싶은 엄마!!

욕심이 참 야무지고 크기는 하다. 매일 실패하더라도 이 목적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아이들 마음에 고속도로를 뚫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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