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라.

by 골드가든

"우리... 절대 놀고먹는 사람들 아니잖아, 그지?"

시어머니로부터 서운한 말을 들었다는 한 엄마가 얘기를 꺼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신 시어머니가 전업 주부로 있는 B 엄마를 못마땅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냐?'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자신 손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길 원해서 아이들이 어리다는 것을 이유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대답이 그 질문에 대한 원천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은 아니었나 보다. 시간을 유보했을 뿐,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니 다시 그 질문이 지속적으로 날아온다고 했다. 그때마다 아직은 자신이 더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시어머니에게는 그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답답하고 심지어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는 것이다.

전업 주부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라는 뜻이다. 주부도 직업이라는 뜻이다. 집안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전업 주부를 평가절하한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한 친척이 내게 그랬다.

"아니, 이제 둘째도 어린이집 다니잖아. 그럼 어린이집에서 애 다 봐주는 건데 왜 일을 안 해? 난 이해가 안 되네. 요즘은 여자들도 일을 해야 해."

능력을 썩히는 것이 아까운 것과 동시에 남편 혼자서 벌기 힘든 세상임을 강조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나를 걱정하고, 우리 집 경제를 염려해서 하는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웃을 수는 없었다.




요즘은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정확한 통계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을 보아도 확실히 맞벌이 가정이 훨씬 더 많다. 맞벌이로 살아가는 가정들 정말 존경한다. 그리고 워킹맘들, 진심으로 대단하고 멋있다. 자의이든 타의이든, 생계형이든 자아 성취를 위한 일이든 상관없이 워킹맘에게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워킹맘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는 함께 24시간을 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려진다. 그러니 안쓰럽기도 하고, 그 책임감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스트레스의 종류는 전업 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의 강도도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면에서 선택이라는 것이 있음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워킹맘이 되기로 선택했듯이, 전업맘이 되기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워킹맘이 되는 이유가 다양하듯 전업맘이 되는 이유도 다양하다. 유난히 아이가 예민하여 엄마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줘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아빠가 육아에 전혀 참여할 수 없고, 다른 도울 이가 전혀 없어 어쩔 수 없이 전업맘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 전업맘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간혹 몸이 정말 좋지 않아서 전업맘이 되는 경우들도 있다. 이건 각 가정에서 부부 합의하에 선택한 결정이다. 물론 결정을 했지만 그 결정에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사회는 점점 전업맘들을 '능력 없는 사람', '한가한 사람', '팔자 좋은 사람' 취급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들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아이가 어느 정도 컸다고 생각하면 일하기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돈 버는 주부 =능력 있는 주부'라고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한다. 고학력의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안타까운 일이고, 부모님 입장에서도 아깝기만 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전업맘들은 주변에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들보다 훨씬 불안해하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결혼 이전에 나름 능력이 있었던 전업맘들이 참 많다.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고등학교 선생님을 비롯하여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대형 병원 간호사, 석사 출신 강사들, 유학을 다녀온 사람 등 이력을 듣고는 놀랄만한 능력을 가진 전업맘들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아이들 때문에 경력 단절녀가 되었고, 그리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디 아이들이 동물 키우듯 1~2년만 키운다고 키워지던가? 도와주는 남편, 그리고 양가 어른들, 하물며 믿고 맡길 친인척이라도 있으면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정말 복을 받은 가정들이다. 전업맘이 된 주부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해 10년 가까이 전업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보다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서는 늘 고민하고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니 전업맘의 선택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장거리 출장이 잦은 남편이 2~3일에 한번 집에 들어오니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전업맘으로 살았던 지인이 있다. 그 전업맘은 늘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어 했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는 요리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고, 컴퓨터 자격증을 따고, 여러 공예를 배우는 등 재취업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동네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시간은 자신만이 아는 시간이다. 조금씩 자라는 것은 옆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자세히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겠는가!

어느 주말, 남편, 아이들과 다 함께 시댁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마른 아들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며느리인 지인에게 지나가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한 사람 버는 것보다 두 사람이 벌면 오죽 좋으냐? 이제 애들도 학교 가고,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야만 왜 이렇게 살이 빠져있냐."

이 말과 함께 맞벌이를 하는 시누이를 높여 비교하듯 이야기를 하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많이 서운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남편을 대신해 시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값을 쳐주지 않는 것이 그렇게 서운했다고 한다. 시부모님 병원 모시고 다니는 일, 친인척들 행사에 다녀야 하는 일들, 2주에 한 번에 꼭 시댁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시댁 일이 터지면 항상 먼저 나서서 일을 처리하고는 했던 그녀였다.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정성을 들였다. 가능하면 집밥을 해먹이고, 남편이 새벽에 나가면 그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해주고, 혹여 늦게 들어오는 날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다. 아이들의 공부도 직접 공부를 해서 가르쳐 주기도 했다. 매사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아오는 평가는 '무능력한 안사람'이었다.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가 계속되기를 원하는 전업맘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많은 전업맘들은 자신의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 일이 직장에 메인 일이든,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든, 혹은 장사를 하든 그 종류는 상관이 없다. 너무도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이 말은 자신을 가정 안에 가둬두기보다 더 확장시켜 나가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그때를 기다릴 뿐이다. 매미가 자신의 때가 차기를 기다리며 땅 속에서 4~5년을 기다리듯 말이다.

그 시기가 오기도 전에 주변에서 시련을 가져다준다. 낙심하게 한다. 사람은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에 더 마음이 쉽게 움직이는 법이다. 특히 주변에서 하는 부정적인 말, 부정적인 평가들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참 복잡해지게 만든다. 이럴 때면, 다른 사람들 모르게 자신이 조금씩 준비하며 성장시키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쓸모없게 보이기도 한다. 지인도 시어머니의 이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디 걱정을 가장한 부정적인 말은 삼가줬으면 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니어도, 전업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나 이렇게 하는 거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 아닐까?', '자신이 없다', '일 안 한 지 벌써 몇 년째인데 내가 뭘 하겠어.'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몇 번이고 일으킨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일으킬 힘조차 없어서 눈물짓고, 가슴을 치기도 한다. 아이들 다 재우고 조용히 맥주를 마시는 것, 그것은 자신을 포함한 여러 압력에서부터 벗어나 무중력 상태로 놓고 싶은 마음과 행위인 것이다. 부탁하건대 부디부디부디... 전업맘 혼자서 잘 해낼 테니 가끔 무관심한 듯 칭찬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전업맘들은 더 강해져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자존감이 낮아진 나는 원래부터 이렇게 낮았던 게 아니었음을 명심하자. 육아, 집안일 말고 우리의 영역과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일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자. 그리고 공부하며 매일의 작은 성공들을 이루면서 자존감을 조금씩 높여가자. 쪼그라진 우리의 자존감에 공기를 불어넣어주자. 팽팽한 풍선처럼 되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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