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 재취업의 문을 열다

경력 단절녀의 재취업은 힘겹습니다.

by 골드가든

"긴장되지?"

"아니. 긴장 안돼. 뭐 대기업 압박 면접도 아닐 테고"

남편의 질문에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걱정을 했다. 몇 년만의 면접인지 모른다. 나름 20대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면접을 당당하게 해냈는데 경단녀, 전업맘의 10년이 지난 후의 면접은 감이 오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장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기에 기대 반, 두려움 반이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내게 다시 취업은 상상 속에서만 있었던, 현실성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 긴장할 지식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경단녀 8년 차 전업맘의 재취업의 항해는 시작되었다.



이력서를 쓰는 것부터 어색했다. 경력을 적는 칸은 왜 이렇게 칸이 많은 것인지, 보유 자격증 칸은 또 왜 이렇게 넓어 보이는지 모른다. 결혼 전 이력이 전부인 나는 경력 빈약자가 되었고, 보유 자격증이 많지 않은 나는 그동안 숱하게 배웠던 배움의 결과가 한 줄 이상 적을 게 없음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며 흘러가고 있었던 사회라는 바다를 보지 못하고, 방주 안에서 방주 안의 세상만 보며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처음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의 막막함보다 더 큰 막막함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생각해 보았다. 전업 주부들은 자신감이 지하로 많이 내려와 있다. 집안에서는 큰소리치는 엄마이고, 만능 우먼인 것 같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세상으로 나오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라기보다 걱정이다. 집에서는 아이들에게는 "왜 그것도 못하니?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얘기도 했건만 당장 잘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집안일 말고 뭐가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심지어 나는 간호사라는 면허를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병원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간호사라는 장롱 면허를 소지한 능력 없는 전업맘일 뿐이다. 할 줄 아는 게 없다.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밥 잘하고, 빨래 잘하고, 정리 잘하고, 청소 잘하는 전업주부의 모습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적 문제가 더 있다. 아이들을 내버려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제일 정성을 쏟았던 분야가 육아, 즉 아이들 관리였는데 재취업을 이유로 갑자기, 그리고 완전히 아이들을 손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몇이란 말이냐. 현실성 제로에 가까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느 한 아주머니의 취업 소망으로 전락하고 마는 순간이다. 어디 남의 돈 벌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아나,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난 평생 일도 못하고 돈도 못 버는, 경제적 인간일 수는 없는 사회적으로는 무능력한 한 인간인 채로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내 가정을 위해 살아온 지난 10년의 시간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찰나에 나를 이렇게 무능력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는 작지만 울리는 외침이 들렸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질문을 바꾸었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문제이다. 어쨌든 지난 코로나 기간동안, 내 아이들은 나와 아이들의 노력으로 자기 주도적인 아이들이 되었다. 자기 주도력의 완성도를 따져 묻는다면 100%는 아니라 하지라도 70~80%는 완성되고 있다. 나머지 20~30%는 아웃풋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다. 어찌 되었건 나는 요즘 육아서에서 외쳐대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코칭한 엄마이다. 나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코칭을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


'그래. 이걸 이용해보자.'

이렇게 전업맘의 재취업의 분야를 좁혀가며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관리하는 것을 위주로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자택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몇 줄 되지 않는 경력이 붙어있는 이력서에, 하고 싶다는 열정과 그동안 배움을 놓치지 않는 나의 열심을 첨가한 자기소개서를 더해 지원을 하게 되었다.

마침내 나는 면접의 기회를 얻었고, 그렇게 면접을 위해 떨릴 것도 없는 무지의 상태로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일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는 것, 이력서를 채우는 것부터 무능하며, 배울 것 채울게 많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줌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경제적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것, 생각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슨 배짱일까?

"이제 나를 키울 때이니 내게 기회를 줘보지 뭐."라는 뱃속에서부터 소리가 들리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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