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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orua로 가자!

term 4의 방학은 길고도 길다. 날씨는 여름이라 놀기에 딱이다. 이번에는 로토루아에 다녀왔다. 로토루아는 어떤 도시 일까? 로토루아는 단연코 뉴질랜드 최대 관광도시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인 곳 중 하나이다. 로토루아는 로토루아 호수를 중심으로 이뤄진 도시이다. 14세기 중반 하와이키에서 카누를 타고 향해를 온 이헹아라는 원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로토루아는 원주민어로 두 번째 호수를 의미한다. 그래서 로토루아는 뉴질랜드 원주민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

뉴질랜드는 이웃나라 호주와는 달리 원주민과 공존을 선택한 나라이다. 그러한 이유로 원주민의 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고,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어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도 영어와 마오리어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운다.

최근 개봉한 모아나 2는 뉴질랜드 마오리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다. 마오리의 설화나 전설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만화이다.


"뉴질랜드 전역을 통틀어 로토루아만큼 알찬 관광도시는 없다. 양파 껍질처럼 아무리 벗겨도 한 겹 한 겹 새로운 볼거리가 나타나는 곳. 아름다운 호수와 울창한 숲, 부글부글 살아 있는 오넌과 마오리의 노랫소리 그리고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양털 깎기 쇼와 다양한 액티비티... 자연은 자연대로, 자잘한 인공적인 재미들은 또 그것대로 어울려 로토루아를 뉴질랜드 최대의 관광도시로 만들고 있다. <생략> 이곳이 '유황의 도시'임을 실감하게 하는 이 냄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솟구치는 간헐천에서 내뿜는 것이다. 냄새에 익숙해질 때쯤 만나게 되는 뿌연 증기 가득한 온천 호수와 온천 폭포 등은 살아 있는 지구의 안쪽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이 지구상 어디에서 또 이런 상상을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온천욕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남녀노소 누구나, 취향 까다로운 어떤 사람이라도 이 도시에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리얼 뉴질랜드. 박선영 김상훈 지음. 한빛라이프 출판.>


내가 즐겨 보는 여행 책자에도 최고의 관광도시라 쓰여 있다. 뉴질랜드는 액티비티의 천국인 나라인데 그중에서도 최고라니. 가봐야지!!

방학이라고 새벽 6시부터 기상한 나의 딸은 1시간 정도는 유튜브를 시청 후 배가 고프다며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충분히 천천히 먹었음에도 시간은 8시도 안 되었다. 로토루아로 출발하기 전까지 이동식 수영장에서 신나게 수영을 했다. 혼자 하는 수영도 즐겁단다. 사실 뉴질랜드는 아직도 이른 아침은 쌀쌀하다. 물이 얼음장처럼 차갑지는 않았지만 맹물에 수영하기는 많이 추운 온도였다. 그렇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이미 물속에 들어가 비명인지 즐거운 웃음인지 모를 데시벨 높은 돌고래 소리를 내며 물속에서 포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놀고 덜덜 떨며 나와 머리는 대충 물기만 닦고 옷을 갈아입은 채 로토루아로 출발했다.


집에서 로토루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이쑤시개처럼 생긴 얇고 길쭉한 나무들을 빼곡히 꼽아 놓은 듯한 산은 아름다기를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가 태어나 본 나무들 보다도 많은 나무를 보며 지나오게 될 것이다. 고층 건물, 고층 아파트만 보며 자랐던 나의 딸은 빼곡히 꽂힌 나무들이 신기한지 자동차 창가에 바짝 붙어 연신 우와 감탄사를 내뱉는다.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나 보다. 그렇게 풍경을 보며 지나오다 어느 순간 이상한 냄새를 맡게 된다. 계란 노른자 냄새다. 로토루아 초입에서부터 진하고 강한 유황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나는 생전 처음 맡아봤다. 유황 온천이란 곳을 안 가봐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나는 분명 온천수를 이용한 찜질방은 다녀봤는데, 그것과는 다른가 보다. 강력한 유황의 냄새를 맡으며 로토루아에 도착하면 주위에 가득한 모텔, 호텔, 콘도 등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숙박이 있으니 일정과 예산에 맞는 숙소 선택이 가능하다.

우리는 먼저 로토루아의 Red wood Grove로 향했다. 로토루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뉴질랜드의 수많은 병사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 수목을 심었다고 한다. 지금은 레드우드 숲이라 불릴 만큼 빡빡하고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딱 내리는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며 콧구멍이 빡 트이게 될 것이다. 그동안 미세먼지로 고통받던 폐가 많이 정화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한꺼번에 다량의 피톤치드가 콧속을 통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단전호흡 협회 회원이셨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단전호흡을 배울 수가 있었는데... 그때 배웠던 콧구멍을 통해 단전까지 공기의 기운 같은 것을 느끼고야 말았다. 고등학교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배움을 중년이 된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공기의 기운은 파스보다 독하고 상쾌하다. 이것은 은단과는 확연히 다르다.'

신선하고 신성하고 맑은 공기에 정신이 아찔해질 즈음 눈에 보인다. 레드우드 숲을 이루고 있는 길고 거대하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나무들을 말이다. 레드 우드 숲은 30분에서 8시간 까지 다양한 코스의 산책코스가 있다. 넓고 빽빽한 숲길에서 길을 잃지 않게 친절하게 컬러 표지판이 있다.

나의 딸은 드넓은 숲길을 걷기보다 나무와 나무를 엮어 만든 곳을 걸어 보고 싶다 하여 우리는 트리워크를 걸어 보기로 했다. 나무들을 보며 관광객의 뒤를 따라 걷다 보면 뭔가 사뭇 다른 공용 화장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명이 이용하는 흔한 모습의 공용 화장실도 있고, 에스자 형태로 하나씩 개별로 되어 있는 화장실도 보인다. 화장실 근처에 레드우드 숲의 관광상품을 파는 샵과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레드우드 트리워크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티켓은 낮에 걷는 표, 나이트 타임 걷는 표, 둘 다 걸을 수 있는 표로 나뉘어 구매 가능하다. 관광 책자도 있으니 책자도 살펴보고 티켓도 구매하자. 샵 입구의 맞은편에 레드우드 트리 워크 entry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곳에서 레드우드 트리워크 출발이다. 입구에서 직원이 주의사항에 대해 고맙게도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게 천천히 설명해 준다. 대충 들어도 나무를 만지지 말고 워크에 8명 이상이 함께 걸으면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120년 이상 된 고목들 사이로 28개의 브리지가 연결되어 있는 700미터 길이의 거대한 숲의 일부를 걷다 보면 삼나무뿐만 아니라 양치식물들도 보인다. 하늘을 뒤덮을 만큼 울창한 나무, 양치식물, 이름 모를 식물로 이뤄진 거대한 숲을 걷는 동안 나의 딸은 토토로와 요정을 만날 것 같다며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아쉽게도 요정은 없단다. 개미가 있어......


나는 공룡이 나올 것 같았다. 쥐라기 공원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곳이 아닐까. 높다란 곳에서 흔들흔들 다리를 걸으며 숲 속을 걷고 중간중간 만나는 투명 바닥에 서서 인증 샷도 찍고 하다 보면 트리워크가 끝난다.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걸어도 충분히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낮 시간 동안 듬뿍 피톤 치드를 마시며 자유롭게 거대한 숲을 거닐고 나니 다리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나의 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뜨끈한데 몸 좀 담그고 싶다. 목욕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로토루아에서 오래된 스파를 가기로 결정했다. 바로 폴리네시안 스파! 숲에서 폐와 머리를 정화하고 뜨끈한 유황 온천에 몸을 푹 담그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니!


럭키비키잖아!!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스파 중 하나이고, 로토루아를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어 준 스파이기도 하다. 가버먼트 가든 근처에 있으니, 가버먼트 가든 걷고, 스파를 해도 좋다. 주위에 먹자 스트릿이 있으니 스파 후 배불리 먹을 수도 있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는 입구가 사뭇 고급지다. 입구 왼쪽에는 아이스크림과 음료, 디저트, 커피를 파는 가게가 있고, 오른쪽에는 기념품 샵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 치듯 나의 딸은 벌써 스파 후 아이스크림 사 먹고, 기념품 살 거라며 잔뜩 흥이 났다. 코스별로 가격이 다른데 나의 가족은 디럭스레이크 스파 이용권을 구매했다. 표를 구매하고 들어 가면 안쪽에 마사지 관련한 리셉션 데스크와 휴게실 같은 곳이 보인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창문을 통해 스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녀 탈의실이 구분되어 있고, 탈의실에서 곧장 스파로 나갈 수 있다. 탈의실이라 사진은 찍지 않았다. 넓고 깨끗한 현대식으로 되어 있고, 헤어드라이어와 어메너티가 준비되어 있고, 타올도 있다. 그러니까 돈과 휴대폰만 챙겨 가면 된다는 말!!


우리 이제 폴리네시안 스파를 갈 때 돈과 휴대폰만 챙기자고요!!


옷을 갈아입고, 무료 이용 가능한 락커에 가방을 넣어 열쇠로 잠그고 우리의 목욕탕 열쇠와 비슷한 열쇠를 야무지게 팔목에 4번 감고 나면 스파 하며 열쇠를 분실할 일은 절대 없다. 패밀리 풀은 수영장 처럼 되어 있어 작은 슬라이드가 있다. 아이들이 스파만 하기에 지루한데 조금은 덜 지루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나의 가족이 선택한 디럭스 레이크 스파는 인위적이지만 자연과 맞닿은 느낌의 야외 온천처럼 꾸며져 있다. 4개 타입의 온천 탕과 1개의 작의 찬물 탕이 있다.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중간중간 식수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주의 사항 문구가 한 중 일로 쓰여있다. 참고하자.

나의 가족이 선택한 디럭스레이크 온천은 8살 어린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온도다. 처음에는 나의 딸이 수영장과 달리 조용히 해야 하고 발장구 칠 수 없고, 수영도 할 수 없어 지루해했다. 그러다 싱가포르에서 휴가차 온 동생과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더니 둘이 놀게 되면서 그 누구 못지않게 온천을 즐겼다. 둘이 신나게 냉탕 온탕을 번갈아 가다 갑자기 나의 딸이 나를 불렀다.


엄마. 빨리 와봐. 여기 아기 새 있어. 갈매기 아기래.

얼른 가보니 진짜 노천탕 옆에 갈매기 새끼가 있다. 로토루아 호수를 바라보며 세계 10대 유황 온천 중 하나인 폴리네시안 스파에서 갈매기 새끼까지 보고 대박이다. 사람도 많이 없고 한적하니 편안하게 스파를 즐겼다. 유황 온천에 장시간 몸을 담그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니 중간중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쉬는 공간에서 쉬어야 한다. 유황 온천이라 온몸의 모공을 활짝 개방하여 노폐물이 쫙쫙 빠져나가는 듯하다. 피부는 맨질 맨질 윤이 나고, 관절염, 근육통등과 함께 모든 근심,걱정도 싸악 치료될 것만 같다.


엄마 모시고 올껄.... 우리 엄마가 화를 잘...흠흠헙


엄마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그렇게 스파를 여유 있게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퍼부었다. 비를 맞으며 하는 노천 온천이라니. 빗물 닦으랴, 온천하랴 손이 바쁘다. 나의 딸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마침 잘됐다. 나 목말랐는데.

어미새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빗물을 받아먹으려는 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행복한 시간이다. 나의 딸이 스파에서 사귄 동생과 함께 빗물을 받아먹으려 애썼는데, 그런 둘이 서로의 모습이 재밌었는지 깔깔 웃는 모습이 청춘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렇게 2시간을 하고 우리는 탈의실로 돌아와 준비되어 있는 어메너티로 씻고 나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샀다. 마침 직원분이 한국인이어서 반갑게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하루 이틀 동안은 피부에서 유황 냄새가 날 거예요. 여기 온천물이 좋아서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다음에는 부모님과 와보세요.


내년에 엄마가 오면 꼭 모시고 가리라 다짐했다.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면 우리 엄마의 성격도 다스려 질까요....또르륵


젖은 수영복을 트렁크에 넣어 두고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러 Pig&Whistle로 향했다. 두 번째 방문이라 굉장히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테이블로 향했다. 우리가 처음에 앉았던 같은 테이블. 메뉴는 피시 앤 칩스와 키즈 치즈버거, 필렛스테이크, 콜라.

피시 앤 칩스는 여기서 먹지 마.


이건 우리끼리 비밀이다. 키즈 치즈 버거는 오우, 속이 꽉 찬 소고기 패티가 약간 수제 느낌 낭낭한것이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말해 뭣해. 맛있었다. 신나게 밥을 먹고 차를 탔는데.


무슨 냄새야? 계란 노른자 냄새가 독한데.


스파를 하고 젖은 채로 차에 두고 내렸더니 차 안 가득 유황 온천의 향이 배여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창문을 활짝 열고 도로를 달렸다.


120년 된 삼나무로 이뤄진 거대한 숲과 세계 10대 유황온천을 즐기고 온 로토루아. 로토루아에는 볼 것, 할 것이 천지다. 테푸 이아, 와이오타푸 서멀 원더랜드, 와이망구 계곡, 테 와이로아 매몰촌, 머드스파, 가버먼트 가든, 호수 까지 볼거리 즐길거리가 한가득이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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