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의 꽃은 여름. 이제 여름 시작이다. 뉴질랜드 여름의 특징은 해가 아침 일찍 뜨고, 밤 9시쯤부터 어두워진다. 깜깜한 밤이 되려면 더 시간이 흘러야 한다. 어둠이 깔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온도는 야외활동 하기에 충분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야외 활동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1월이 되면 아주 덥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동남아시아나 한국처럼 습하고 푹푹 찌는 듯한 온도는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타우랑가에서 타우포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타우랑가-로토루아-타우포 순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목표는 타우포에 위치한 워터파크다. 로토루아를 지나쳐 소와 양, 염소가 풀 뜯어먹는 풍경이 지루해질 즘에 타우포에 도착한다.
타우포는 어떤 도시일까?
타우포에는 거대한 면적의 호수가 있다. 면적 616제곱킬로미터, 길이 46Km, 둘레 길이 193Km의 거대한 크기에, 최고 수심 186m.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오겠지만 서울시 면적이 605제곱킬로미터라는 비교 수치를 듣고 나면 비로소 조금 실감이 난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오세아니아 전체를 통틀어서도 파푸아뉴기니의 머레이 호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호수로 기록되어 있다. 화산이 분출할 때 생겨난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형성된 타우포 호수는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곳이다.
<리얼 뉴질랜드, 뉴질랜드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박선영, 김상훈 지음>
타우포에는 호수와 온천을 이용한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다. 먼저,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를 여행하고 싶다면 타우포 크루즈를 추천한다. 1시간 30분 정도 호수를 투어 한다. 호수를 투어 하다 보면 조각가들이 4년 간 조각하여 완성한 마오리 얼굴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크루즈를 타고 깊고 거대하고 맑은 호수를 여행했다면 다음은 타우포 번지로 가보자. 그곳은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촬영 장소다.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친절하게 한국어로 표기가 되어 있다. 45m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수영장 점프대에서도 뛰어내리질 못한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패스! 다음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 바로 타우포의 워터파크!! 뉴질랜드 북섬을 가족 단위로 여행을 하고 있다면 하루 정도 숙박을 하며 온천물을 이용한 워터 파크를 체험해보자. 아이들은 수영하고, 어른은 온천하고. 몸이 녹아내린다. 물의 온도는 엄청나게 뜨겁지 않고, 적당하게 따끈하다. 그래서 노령층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곳은 호텔부터 캠핑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박이 가능한데, 숙박을 하면 워터파크는 할인이 된다. 당일 입장료를 내고도 이용가능하다. 매표소에서 결재를 할 때 슬라이드를 추가로 결재했는가? 그렇다면 직원을 따라 매표소 뒤편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몸무게를 재야만 한다. 연인끼리 같다면 센스 있게 눈을 감자. 그리고 직원에게 말없이 읽어 달라고 하자. 내가 갔을 때에는 직원이 " 너 58킬로야. 괜찮아. 탈 수 있어."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주 수치스러웠다. 나는 원래 47킬로였었는데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몸무게를 재는 이유는 슬라이드에 무게 재한이 있기 때문이다. 슬라이드를 타는 사람은 손목에 밴드를 채워준다.
매표소 옆의 오솔길을 따라 길을 내려가면 숲 속에 위치한 동화 나라가 펼쳐진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높은 슬라이드가 있다. 사이사이 안전 요원들도 있고, 유료 락커룸에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찬찬히 읽어 보고 필요하면 사용가능하다. 단, 카드는 안된다. 싱그러운 숲 속에 위치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워터파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튜브가 있다. 혹시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다.
이곳은 크게 Green pool, Blue pool, Play ground, Hydroslides로 나눠진다. Green pool은 깊어지는 곳이 있으니 조심하자. 온도는 온천욕 하기에 적당히 따땃한 온도다. 사이드 쪽으로 앉아서 온천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앉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Blue pool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다. 그래서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바람이 스치는 나뭇잎의 소리가 하모니가 되어 울린다. 사이드에는 보글보글 마사지 스파가 있으니 오십견이 있다면 거기에 앉아보자. 거북목, 오십견 퇴치! 다음으로는 어린아이들이 즐기기에 좋은 Play ground다. 한국의 아파트에 있는 워터파크 같이 작지만 알차다. 그리고 대망의 슬라이드. 3층 높이에 위치한 그린, 옐로우 슬라이드가 있고, 한층 더 올라가면 슬라이드가 있다. 슬라이드를 탄다 하여 워터파크 직원이 일일이 티켓 확인을 하지 않는다. 양심껏 타자. 현재는 4층 높이의 슬라이드는 이용하지 못한다. 그린 슬라이드는 터널 구간이 짧고, 옐로우 슬라이드는 터널 구간이 길다. 공황장애가 있거나, 어둠을 두려워하면 그린 슬라이드를 타시라. 상대적으로 밝고 슬라이드 길이가 짧다. 옐로우는 대부분이 껌껌한 터널을 광속으로 지나가기에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에 너무 어린 자녀라면 그린 슬라이드를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속도가 아주 빠르다.
너무 어린 자녀는 조심하자. 슬라이드는 엄청나게 빠르다. 뜨거운 물과 함께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도착지점에 다다를 때 숨을 깊이 들이마 쉬자. 안 그러면 입으로 코로 물이 왈칵 들어가 한동안 코가 얼얼해질 것이다. 나는 처음에 물을 너무 많이 먹어 머리가 아찔했다.
온천수에는 칼륨과 마그네슘,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 좋다고 들었는데, 먹어도 되겠지?
신나게 수영을 하고 샤워장에서 멀끔하게 씻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 몇 년 전 시설을 리뉴얼하였기에 샤워장도 화장실도 깨끗하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매표소에서 아이스크림과 팹시 콜라를 샀다. 시원하게 먹고 마시며 오솔길을 걷는데 행복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운곳에 있다. 여행이 별게 아니다. 그냥 오늘 하루 집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왔다면 그 또한 여행이다. 가야지 가야지 하지 말고, 오늘 하루 다른 동네로라도 떠나보면 어떨까?
여행이 주는 삶의 위로는 위대하다.
타우포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오리족의 오래된 생명수와 같은 약수터 물이다. 와이라케이 테라스에 가자. 간헐천 구경도 하고, 야외 온천풀도 이용해 보자. 특이하게 이곳은 백 년도 전부터 마오리족들이 치유와 치료의 물로 이용했다. 노화예방과 편두통 치료, 관절염, 고혈압, 당뇨에 탁월한 효능 있단다. 이왕 간 김에 한잔 마시자. 끝으로 와이라케 지열발전소, 후카 폭포도 구경하고, 새우 공원을 가보자. 어린이가 있다면 새우 공원 가야지. 나의 딸은 해산물을 싫어한다. 그래서 먹지는 못했다. 새우 양식장에서 새우 낚시도 해보고, 양식장 투어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해주는 즉석 새우 요리도 먹자. 높은 지열을 이용한 온수에서 자란 새우라 그런지 탱탱탱하고 달달한 것이 감칠맛은 상상을 초월한다.
타우랑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관광지 타우포는 볼 것도 할 것도 많다. 하루 안에 다 하기는 어렵다. 뉴질랜드는 소도시마다 도시의 풍경이 있다. 도시의 색깔과 도시의 맛을 즐기기에는 하루가 짧다. 뉴질랜드 북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타우포에서 1~3일 정도 머물러 보길 추천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토루아에 들렸다. 로토루아의 맛집을 검색하면 몇 개의 레스토랑을 검색할 수 있다. 이번에 나의 가족은 로토루아 시내에 위치한 히스토릭 펍 Pig&Whistle로 향했다. 이곳은 1940년~1969년까지 로토루아의 다운타운 경찰서로 사용한 건물을 개조하여 현재는 Pub&Restaurant로 이용 중이다. 각종 수제 맥주와 칵테일, 와인, 피자, 햄버거, 스테이크, 샐러드 등의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구글에서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이다. 4시 30분쯤 도착했는데 대부분의 테이블이 예약으로 꽉 찼다. 우리는 높은 의자가 있는 테이블 당첨. 굳이 예약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왠지 기대가 되었다. 서버들은 아주 친절했다. 나의 가족이 앉은 테이블을 주문 받는 서버가 얼마나 친절하던지.
"주문할래?"
"응. 필렛 스테이크와 하프 립, 콜라로 할게."
"좋아. 한번 더 확인할게. 내가 오늘 첫날이거든."
"너 오늘 일하는 첫날이야? 축하해. 영광이네. 우리 가족은 오늘 처음 여기 왔고, 너는 처음 일하고 말이야."
"고마워. 즐거운 여행 했어? 꼬마 아가씨? 맛있는 메뉴를 잘 골랐는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로토루아의 이곳이 기억될 거야. 스테이크를 먹을 때마다 나도 떠오르겠지? 해피메리크리스마스!"
서버와의 짧은 대화는 잊지 않으려고 휴대폰의 메모 어플을 열어 곧장 적어 뒀다. 사람, 날씨, 기온 모든 것이 여유 넘치는 뉴질랜드를 어떻게 안사랑할 수 있을까?!
행복의 도시, 뉴질랜드다.
나는 사실 립을 싫어한다. 한국의 레스토랑에서 먹을 때면 립 소스 특유의 인공적인 맛을 났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의 딸은 친절한 키위가 인상 깊었는지 서버만 보면 방실방실 웃어 보였다. 나의 가족이 앉은 테이블은 벽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 벽에 창이 나있어 맥주와 음료를 만들고 그릇을 정리하는 직원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있다. 그 직원들 조차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짧은 대화도 나누었다.
"로토루아는 처음이야?"
"응. 사실 밥 먹으러 왔어. 우리는 타우포에 있다 왔거든."
"좋아. 다음에는 로토루아도 여행해.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야."
"고마워. 여기 음식도 맛있을 것 같아."
"그럼. 맛있는 걸 먹으면 기억에 오래 남아. 너에게 그런 곳이길 바래."
"고마워"
"해피메리크리스마스"
누구와도 서슴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띄며 소통할 수 있는 키위의 여유가 부럽다.
서버와 눈이 마주치면 웃고, 눈이 마주치면 이야기를 나누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유쾌 상쾌한 키위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금세 음식이 나왔다. 몽둥이 같은 거대한 립과 스테이크는 3명이 먹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립 2조각을 남겼다. 너무 배가 불렀다.
그런데 이곳은 립이 맛있어. 웬일이야!!
스테이크도 촉촉하니 맛있다. 사실 뉴질랜드 어딜 가도 소고기는 다 맛있다. 집에서 구워 먹어도 레스토랑에서 사 먹어도 다 맛있다.
나오는 길에 레스토랑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 다시 와야지.
돌아오는 길에 나의 딸이 말했다.
"엄마, 아빠. 고마워. 나도 키위들처럼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거야. 많이 웃고, 좋아하는 고기도 많이 먹을 거야. 뉴질랜드에 데려와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