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리즈 Jan 09. 2024

여수 바람의 언덕을 넘어서라!

2024년 여수해양마라톤 참가후기


올해 3월에 열리는 동아마라톤 대비하여 우리나라 3대 난코스로 소문난 여수마라톤을 신청하였다. 풀코스 1차 반환을 다녀오면 32km가량으로 언덕훈련과 함께 장거리 LSD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 전, 많은 지인들은 "그거 뛸 거면 풀 뛰는 게 어때?"라고 했지만 ESTJ인 나는 계획대로 진행하였다.



클럽 훈부님께서 보내주신 전략은 작년에 하프를 뛰었던 곳으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다만 23년도의 느낌을 살려 업힐과 다운힐  그리고 평지에서 어느 정도 속도에 달려야 할지,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았다.


올해는 총 4,500명의 러너가 참가하여서 그런지,  초반부터 병목이 심하였다. 2km 정도 지나자 꽉 막힌 정체가 풀리고 바람을 뚫고 올라온 언덕에서 여수의 일출과 바다를 바라보니 역시나, 아름다웠다.


다도해의 아름다움과 수평선, 그리고 바다에 떠있는 대형 화물선들이 조화로웠다. 뛰는 도중 여수 러닝 유튜버 짭초게님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뛰었더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에게 끈끈하게 의지하듯 탁탁탁 지면을 박차며 언덕을 올라갔다.


1차 반환 후, 한국석유공사 탱크로리를 지나 언덕은 내려갈 때는 몰랐는데,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 롤러코스터를 올라간듯한 경사에 깜짝 놀라고, 머리를 박고 바닥에 그려진 추월차선만 세어보면서 올라갔다. 추월차선의 숫자가 약 50개 정도 지나자 언덕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물리학자가 물리학을 경험하듯 롤러코스터를 즐겁게 타는 광기 어린 모습이 떠올랐다. 집에 따뜻한 전기매트 위에 누워 있으면 편하고 좋겠지만 이렇게 춥고, 배고프고, 힘든 3중고를 겪으며 뛰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정답을 답하진 못했다.

다만 무엇인가에 이끌림에  나는 뛰고 있었다.


이제는 마라톤이 건강관리를 넘어, 인생의 한 목표로 다가왔다. 뭐가 옳고 뭐가 틀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만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정상급의 선수의 기록은 아니다. 인생도 그렇듯 타인과의 재산, 직업 등을 비교하면, 더 삶이 고단한 법, 그때그때 내 기량에 맞는 목표에 도전하고 목표를 이루었을 때 환희와 기쁨은 더욱 큰 법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풀코스가 아닌 32km만 뛰었기에, 2시간 45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마라톤 풀코스를 뜻하는 빨간색 배번을 달고 뛰어오니, 오해한 5km, 10km,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날 바로 본다.


 운영팀에서도 입상자로 오인하여, 4등 목걸이를 주는 모습이 오늘의 포토제닉이다. 상황을 설명드리고 입상자가 아님을 말씀드리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매번 죽을 표정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오늘은 연습의 목적이었기에 웃는 모습으로 들어왔다. 나의 모습을 본 지인들은 "즐기는 내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였다."


이 모습 이대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주최측에서 찍어준 사진이 맘에들었지만 5.000원 내야만 원본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