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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즈 Oct 15. 2024

왜? 100Km를 달리는가?(2024트랜스제주)

Avicii- The Nights(동기부여)

https://youtu.be/f5sBQm8MOYM?si=FQ8OzfgDvnU7ryyi

나의 트랜스제주 100km의 도전은 이 노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과거의 나는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삶에 감사하며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다.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했었다.

이 노래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성경을 비롯하여 수많은 격언에서는

삶의 유한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맞다. 지금 이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 아이들이 키가 커 성장할수록 나는 늙어가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진리이다.


젊었을 때 뭐라도 도전해야한다.



아비치의 노래에서도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내 가슴을 "쿵"하고 내리치는 한 마디가 있었다.


He said, "one day, you'll leave this world behind"

"언젠가는 너도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거야"라는 노래 가사처럼


도전하지 않았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도전한 트랜스제주 100km였다.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는가?

그럼 지금 바로 실행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목포8산=컨디션 난조로 실패

월출산 새벽 트레일=탈수로 15km 중탈

장수 38J=20km부터 경련


사실, 장수트레일 대회가 끝나고

트랜스제주는 포기하려고 했다.

20k부터 쥐 내리는 놈이 무슨 UTMB 100K? 현실을 직시하고 포기하려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응원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나의 실패한 오답노트들은 헛된 경험들이 아니었다. 우선 근육경련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그네슘을 5일 전부터 복용했고, 크램픽스를 비롯한 뉴트리션도 별도 구비했다.


출발 20분을 앞두고,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긴장감을 완화해 주었다.  

초반 속도는 오버페이스 하지 않도록 가장 후미에서 출발하였다. 첫 번째 1,700m인 윗세오름까지는 천천히 가고 후반에 컨디션 봐서 스피드를 올릴 전략이었다.


22년 50k 경험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Cp와 화장실의 위치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지금까지 대회 중 가장 좋은 날씨와 함께 즐거운 한라산 여행은 시작되었다.


하늘은 푸르고, 산은 절경이었다.

윗세오름 이후 뒤로는

서귀포의 대해양으로 향하는 바다가,

앞으로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펼치지니 다운힐이 더욱 경쾌해졌다.

 데크길부터 어리목까지 어림잡아  100명 정도 추월한 것 같았다.  앞무릎이 뻐근한 건 같아 종선이 형님이 주신 크램픽스 1포를 먹었다. 오징어무침에 식초를 뿌리듯 다리가 다시 부드러워진다.


한참을 달리는 중 한 어르신이 묻는다.

"100km를 뛰면 무슨 좋은 상을 받냐? 정말 이해가 안 된다"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제가 받는 상은 자신감과 인생의 경험입니다."라고 외치며 내려 달려가니  함께 올라가던 등산객들이 멋지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물질적인 것을 얻기 위한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덧 14시간이 지나 75km를 달려왔지만 아직도 남은 거리는 31km라는 게 헛웃음이 나왔다.

100km가 길긴 정말 길었다.


아직 갈길이 먼데 큰 문제가 생겼다. 나의 랜턴조작법이 미숙한지 최대광량으로 밝기를 맞춰 1시간 만에 배터리가 다 되었다. Cp에서 충전 배터리로 바꿨지만 이것도 방전...


이제 남은 것은 보조랜턴 하나였다. 이것도 완충을 한 것이 아니라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더욱 어둠이 두려워졌다.


함께 달리는 사람을 놓칠까 봐 최선을 다해 따라갔고 멀어지면 다음 주자가 오길 기다렸다.


야영장 CP에서 튀김우동을 먹으며 기다리는데 DNF를 한다는 주자들이 속출하였다. 그간 90km를 달리며 몸이 고장 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는 생존이 걸려있어 죄송하지만

"DNF로 죄송한데 혹시 남는 AAA배터리 있으시면 좀 나눠주세요"했더니 흔쾌히 본인 랜턴에서 빼주셔서 감사했다.


아마도 이분이 아니었다면 나도 DNF를 했을 것이다.


결국, 랩이 100이 찍히고 102km가 되자,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유리몸인 내가, 107km를 완주하다니 정말 꿈같았다.


새벽 2시 40분 내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이다.

샤모니 느낌은 안 나지만

결승선 주변에는 한 20여 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박수를 쳐주며 마지막 피니시를 축하해 주었다.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뻗었다. 드디어 내가 해냈다.


뜨거운 완주의 눈물이 흐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덤덤하였다.


이제는 끝이라는 안도감과

더 이상 뛸 필요가 없다는

공허함이 함께 다가왔다.


20시간 59분 05초

포기하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만족한 기록이었다.

이제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UTMB 파이널

12월에 추첨에 꼭 성공해서

이 여정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라.

오늘 밤의 기억은 영원하다.


제주도에서 제네시스는 미끄러움! 검은돌 조심 하세요.

#트랜스제주 #UTMB #샤모니 #트레일러닝 #아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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