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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즈 Oct 04. 2024

"DNF는 없다: 장수의 산에서 배운 것들"

"끝없는 오르막과 내리막, 하지만 멈출 수 없는 나"

Part 1. 기대감: 장수의 산

저녁 늦게 도착하여 농업연수원에서 멋진 레이스를 기대하며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나름 전략을 짜 시간 내 완주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 이름은 “주완” 거꾸로 하면 “완주” 이제껏

수많은 대회를 경험했지만 이름 덕분인지는 몰라도 DNF의 경험은 없다.

역시 이번 대회도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사실 모든 스포츠는 이때가 가장 즐겁다.


장안산의 멋진 능선을 비추며,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오랫동안 몸을 만들어온 보디빌더의 잔근육처럼 장수의 산은 웅장하면서 매력이 있는 모습으로 정말 멋져 보였다.

“그래 오늘 최선을 다해 달려보자!!” 다짐한다.

PART2. 출발 그리고 경련: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리라(장수 8:7)


A조에 배치가 되었으나, 트랜스제주 100K를 앞두고 훈련 겸 진행하였다.  B조 앞 출발선에 서서 사회자의 출발 그리고 나팔이 우렁차게 울렸다.

호기롭게 시작한 장수레이스,

어렵다고 하던 활공장 코스가 가뿐할 정도로 몸의 컨디션은 좋았다. 하늘은 청명했고 우리 모두는 장수의 산을 달린다.

크루동생 진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수를 추월하며 내달렸다.

그렇듯, 이번 대회도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CP2를 지나 시작된 장안산 업힐에서 자연 앞에서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임을 또 느꼈다. 아니, 나의 부족함과 마주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경사 높은 오르막 400m 구간을

너무 빨리 가려는 욕심에 상승 보폭이 길어졌던 모양이다.


훈련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최근 월출산 훈련, 부주산 10바퀴 훈련 등에서 탈수와 낙오를 경험한지라 오늘만큼은 결코 낙오할 수 없었다.

정신을 부여잡고 “절대 오늘은 DNF 할 수 없어~”라고 입으로 내뱉으며 올라갔다.


뛰는 동안 신체구조의 문제인가? 재학이 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장거리는 안 되는 몸인가? 싶기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불현듯 스친다.


돌계단을 오를수록 대퇴근은 경직되었고

나의 페이스는 산소가 없는 모닥불처럼 점점 느려졌다. 한쪽이 고장이 나니, 연이어 다른 곳도 아우성이다.


내리막에서는 정강이와 발가락, 오른쪽 햄스트링

오르막에는 양쪽 대퇴근이 말썽이었다.


장안산 정상 올라섰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의자에 걸터앉아 경직된 다리를 풀어야만 했다.


다시 일어서 성난 두 다리에게

재촉해 보지 요지부동이었다.


“천천히 갈게 조금만 힘내보자”,“그냥 DNF 할까?”


 2개의 감정이 서로 치열한 싸움을 했다.

 얼마가지 않아 또다시 주저앉길 반복했다.


그렇게 억새밭 등산객과 엎치락뒤치락

좁은 주로 귀퉁이에서 무릎을 꿇고 풀어본다.

“트레일러닝 다신 안 해!” 이렇게 다짐하며 내려간다. 통증이 더욱 심해지니 내리막은 지옥 같았다.


"장수는 커녕, 단명하게 생겼다"


PART3. 9시간을 달리며 배운 것들

내가 장수의 산을 달리며 배운 것들이 있다. 

첫째, 내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레일러닝은 로드마라톤과는 다르게 온몸의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아직 트레일과 등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는 오직 힘으로만 산을 오르고 내리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경험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번은 그간의 경험들이 독이 되었다.

둘째, 포기를 하고 싶어도 인내하면 결승선에 올 수 있다. CP를 들릴 때마다 DNF의 유혹이 있었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 라는 마음을 갖고 하다 보니 견뎌낼 수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머리 아픈 일들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셋째,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20km가 지난 이후부터 나는 함께 온 효문이를 만나게 되었다. 아마도 만나지 않았다면 완주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속도를 줄이고 서로 의지를 하다 보니 결국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뱉는 숨소리와 발걸음소리로 모든 것을 소통할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나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무엇인가 특별함이 있다. 러너로서 존중받을 수 있었고, 느려도 박수받을 수 있는 그런 멋진 대회였다.


그렇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그런 대회였다.


"이 경험은 나에게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매 순간은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들이 모여 나를 완주하게 했다. 앞으로 맞닥뜨릴 어떤 도전도 이 경험을 떠올리며 마주할 것이다."


사진출처: 사진 PHOTO | 장수트레일레이스 (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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