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브랜드 마케터와 배우
여러 브랜드를 경험하며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은 어느새 내 정서와 기억의 자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은 마치 한 편의 영화가 끝난 뒤에 이어지는 여운과도 같다.
내가 바라보는 브랜드 마케터는 배우와 닮아있다. 배우는 역할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기술을 담아 대사를 전달한다. 같은 대사라도 어떤 해석을 바탕으로, 어떤 톤과 표정을 구사하는지에 따라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역할에 몰입한 배우는 때때로 대사를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절대 이성의 영역은 아니다.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기를 통해 명확한 이유를 느낄 새도 없이 동화시킨다.
브랜드 경험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여러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물론 브랜드 마케터가 배우처럼 대중의 앞에 서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들이 준비한 모든 요소들은 브랜드의 감정, 대사, 표정이 된다. 브랜드 경험은 감성적으로 소비자들의 정서에 유유히 스며든다. 예를 들어, 멋들어지게 기획된 패션 브랜드의 팝업 공간이 오픈을 하고 적절한 홍보가 이루어진다면, 힙한 사진 한 장을 위해 그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줄을 설 것이다. 각종 sns를 통해 그들의 사진이 공유될 것이고 오프라인 고객의 유입은 쭉쭉 늘어날 것이다. 그중 과연 사진만 찍고 떠나는 고객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 사실 이 물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사진 찍고 싶은' 팝업 공간의 목적은 각종 브랜드 경험을 자연스레 스며들게 할 수 있는 포문을 여는 데에 있다. 마치 영화에서 감독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물 흐르듯이 녹여내는 노련한 배우처럼 말이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 고객은 뛰어난 연기력과 미모를 겸비한 배우의 팬이 되는 것처럼 어느새 그 브랜드에 '입덕'하게 된다.
물론 향기처럼 어느새 스며드는 브랜드 경험의 물밑엔 철저히 분석적이고 계산적인 과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브랜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겉과 속을 감성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치와 지향점이 확고히 잡힌 브랜드일수록, 그리고 그것들을 정서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브랜드일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