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친 뒤 집 앞 중랑천 뚝방길을 뛰곤 한다. 군자교에 다다랐을 땐 중랑천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적당한 바람이 불고 여전히 분주하게 퇴근하는 차들, 나처럼 하루의 마무리 러닝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가로등 불빛만을 반사하며 나머지 부분은 어둠이 내려앉아 마치 흐르지 않는 것 같은 중랑천의 모습. 분명 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을 텐데 어째서인지 그대로 멈춰있는 듯 보인다. 정지된 자연의 흐름을 둘러싼 비자연의 역동적인 움직임 간의 대비감은 참으로 기이하면서 색다르다.
러닝 할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밤공기를 맡으며 음악에 취하기 위해 러닝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몸의 온도와 심박수를 빠르게 올리기 위해선 절로 뛰고 싶어질 정도의 음악이 필요하다. 그때마다 난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단톡방을 찾는다. 이곳엔 음악에 미친 자들이 있다. 상황과 기분에 맞는 음악을 자판기처럼 쏙쏙 뽑아준다. 격렬하게 달리고 싶을 땐 정훈이 추천해 준 fall out boy의 <dance, dance>를,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땐 패트릭이 추천해 준 kitty의 <counting all the starfish>를 듣는다. 대부분이 영미권 노래인지라 가사를 바로 알아들을 순 없다. 그래서 난 추천해 준 이들을 떠올리며 듣는다. 어떤 마음으로 이런 곡을 추천해 줬을까. 그들은 이 노래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낄까 등등. 가끔 다른 생각을 하며 뛰어야 오래 뛸 때가 있는데, 음악과 추천인에 대해 생각하며 뛰면 한참을 뛸 수 있다. 감성에 흠뻑 젖어 밤을 느끼며 한없이 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