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땅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땅의 조건이 서울 외곽 교외 지역이 아닐 때는 더욱 그렇다. 외곽이 아닌 서울, 그 중에서도 도심광화문과 용산, 강남 등 서울 중심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곳으로 정해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물론 이런 지역 조건에 맞는 곳은 충분히 많다. 그런데 여기에 땅값 총액이 너무 크지 않은 곳이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이런 땅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서울 중심지에서 가까운데 땅값의 크기는 작은 곳이라. 하지만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주 쉬워 보이는 방법이 있었다. 땅의 크기를 줄이면 된다. 땅값의 총액은 결국 ‘대지면적X3.3㎡당 가격(=시세)’다. 여기서 3.3㎡당 가격, 즉 시세는 집을 지으려고 염두에 둔 지역이 정해지면 그것에 따라 고정된다. 특정 지역의 시세는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까! 물론 시세 역시 선택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다. 3.3㎡당 가격이 낮은 외곽의 지역으로 나가는 걸 선택하면 된다. 즉 지역을 바꾸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선택지에 서울과 멀리 떨어진 외곽은 없었다. 따라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세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땅의 크기, 대지 면적을 줄이는 선택을 하면 됐다. 하지만 땅의 크기는 뭐 내 맘대로 자를 수 있나, 돈이 많아서 큰 땅을 산 다음 필지를 분할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서울에서 하기는 힘들었다. 그럴 돈도 없었다. 따라서 필지가 이미 작은 면적으로 쪼개져 있는 땅을 찾아야 했다. 서울의 경우 강남이나 서초와 같이 택지로 개발된 곳은 대개 그 지역 내에 있는 필지의 면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다. 오늘날의 강남, 서초에 해당하는 영동지역을 개발할 때 환지 방식을 사용했는데 종전의 다양한 크기의 땅을 합치고 다시 쪼개서 1필지의 최소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획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남 지역 대부분의 땅 크기는 200㎡ 이상이다. 드물게 120~130㎡인 경우가 있는데 정말 희소하다. 따라서 강남권에서는 작은 땅을 찾기가 어렵다. 내가 본 강남구 소재 가장 작은 땅의 규모는 93.9㎡(3.3㎡로 환산하면 약 28)다. 의외로 역삼동에 있다. 이 외에도 일부 작은 면적의 대지가 강남지역에 있겠지만 굉장히 드물다. 그러면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은 어떨까? 택지로 개발된 곳이 아닌 곳은 상대적으로 필지의 면적이 다양하다. 특히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은 대개 택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땅을 분할하여 집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필지당 면적이 아주 작은 곳도 많다. 참고로 영등포구 여의도는 강남지역은 아니지만 역시 택지로 개발된 곳이기 때문에 작은 필지가 없다. 특히 여의도에는 단독주택이 단 1채도 없다. 즉 단독주택 필지가 없이 공동주택용지와 오피스, 집합 상가용 토지만 있다. 어쨌든 여의도를 제외한 강남권 외 다수의 지역은 작은 필지가 있다. 다만 여기서 추가 고려사항이 필요해진다. 대개 필지가 작게 쪼개져 있는 곳은 주변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도로가 협소한 곳이 많은데 이런 조건은 결국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집을 짓고 직접 거주하여 오랫동안 살려고 하는 것이 목적인데 재개발이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목적에 맞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재개발의 가능성이 적거나 없는 곳, 이런 곳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토지 면적당 가격도 충분히 낮아야 예산을 맞출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해 나가고 보니 우리 부부 스스로 생각해도…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1.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법적으로, 기술적으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2. 도시 외곽으로 나갈 생각은 없다(즉 서울).
3. 도심 광화문, 용산, 강남으로의 접근이 차량과 대중교통으로 모두 유리한 곳.
4. 대지가 작아서 토지가격 총액이 지나치게 크지 않을 것.
5.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을 곳.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도심과 가까운 저층 주거지역중에 대중교통도 편리한데 대지 평당 가격은 싸면서 필지도 작게 쪼개져 있는 곳, 그러면서도 재개발 대상은 아닌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이런 곳이 과연 있을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2024년,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은 주로 강북을 비롯한 서울의 외곽지역이다. 도봉구, 중랑구, 금천구와 성북구 같은 곳 중 일부 저층 주거지역은 대지 3.3㎡당 2,000만원 이내인 곳이 아직 다수 있다. 중랑구 면목동 일대, 지하철역 기준 7호선 사가정역에서 면목역까지 좌우측 용마산로와 사가정로 이면의 단독, 다가구주택들은 23년과 24년 사이 3.3㎡당 2천만원 이내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동북쪽으로 서일대뒷산공원과 용마가족공원쪽으로는 드물게 3.3㎡당 1,000만원 이내의 거래 사례도 있다. 다만 이 일대는 역에서 1.5K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고 망우산으로 연결되는 곳이라 경사가 심하다. 강북구 수유동과 우이동 4.19민주묘지역 주변, 도봉구 쌍문동 일대, 금천구 독산동, 성북구 정릉 일대에도 3.3㎡당 1,000~2,000만원의 매물 또는 실거래사례가 다수 있는 곳이다. 다만 대부분 시내 중심지역과는 거리가 있고 대개 경사가 심한 산지에 가까운 곳이다. 지하철을 이용한 이동, 도심광화문으로의 연결성은 지하철 1,4호선과 경전철 등을 통해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강남과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대지의 시세가 아직은 저렴한 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확하게 이런 지역 위주로 이른바 도심 내 협소 주택 사례가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부부가 직접 찾아다닌 협소 주택의 분포가 대개 이와 거의 겹친다. 많지 않은 예산으로 서울에 집을 지으려고 하니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고 그 결과가 협소 주택의 밀집 형태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한 예외가 크게 2곳 정도 있는데 마포와 용산 후암동이다. 이 두 곳은 도심 및 강남과 가깝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면서 작은 규모의 대지가 다수 있는 곳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한번 협소 주택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예산의 범위 내에서 위 조건이 맞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멀었다. 서울이기는 하나 서울의 그야말로 외곽지역, 도시의 경계에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다만 이런 지리적 여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조건들은 위의 내용에 대부분 부합한다. 하지만 ‘입지’라고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 부부가 찾던 물건은 아니었다. 20년 가까이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나로서도 조건에 부합하는 땅을 찾는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어딘가에 우리가 찾는 땅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우리 부부는 경매부터 시작하여 다방면으로 적합한 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제한적이지만 서울 시내에 소재한 토지 또는 단독, 다가구주택의 매물 정보가 있다. 수시로 인터넷에 떠 있는 매물을 찾았다. 한편 역발상으로 생각해보니 다른 방법도 있었다. 서울 외곽 다수의 지역에 비교적 저렴한 토지는 위치가 맞지 않았으니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부부가 수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 물건을 찾기로 했다. 그렇다면 정해진 특정 지역에 부동산 매물의 정보는 어디에 가장 많을까? 바로 부동산이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러면 우리 부부가 수용할 수 있는 지역은 어디가 있을까? 가장 쉬운 곳에 답이 있었다. 바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 주변이었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곳, 그래서 지역적으로 거부감이 없으면서 도심광화문은 물론 용산과 강남까지 차량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이 쉬운 곳, 넓게 보자면 동작구와 영등포구 였다. 게다가 동작구는 아내의 고향이기도 하다. 처가는 원래 용산에 살다가 동작구, 정확히는 동작구의 서쪽 영등포구와의 경계로 이사 와서 자리를 잡았다.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익숙한 곳에서 부동산을 찾는다는 이론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권장할 방법은 아니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본인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가장 좋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집을 짓고 살기로 한 때부터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버린 것과 같다. 투자를 생각한다면 언제나 아파트가 답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더욱 그렇다. 어쨌든 투자가 아닌 이상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 주말에 바로 우리 부부는 바로 동네 주변의 부동산을 찾아다녔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간 주변 13곳의 부동산을 찾아가 우리가 찾고 있는 조건의 매물을 수소문했다. 당연히 그런 물건은….바로 있지 않았다. 그래도 부동산 사장님들께 우리 부부의 매입 의지가 얼마나 큰지 어필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구직을 하면서 면접을 볼 때도 이정도의 어필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예산과 위치를 감안할 때 땅이 작되, 집을 지을 수 있는 크기는 되어야 한다는 점, 지하철과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야 한다는 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재개발 지역이 아니어서 집을 짓고 오랫동안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 드렸다. 사장님들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그런 건 찾기 힘든데...그래도 내가 한번 찾아서 연락할게요.”
그리고 그 이후 사장님들과의 결과도 항상 같았다. (적어도 우리가 물건을 찾던 그 기간 동안에는)연락이 없었다. 그런 물건은 정말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그런 땅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 물건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부부는 그런 물건의 성공적 사례를 더 구경하기로 했다. 인터넷 서핑과 함께 이미 출간된 이 분야의 책들을 섭렵했다. 이미 출간된 이 분야의 책들 중에는 「전원속의 내집」과 같은 잡지도 있었고,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도 있다. 이중 전적으로 주관적 견해에서 단연코 1등인 책은 「우리나라 협소 주택, 2017년 11월 출간, 주택문화사」 이다. 저자는 전원속의 내집 편집부, 즉 바로 그 잡지사다. 이 책의 부제는 ‘도심 속 자투리땅, 작은 집 짓기에 도전하다’로 되어 있다. 눈물이 앞을 가릴 만큼 격렬하게 동의하고 싶은 제목이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출판 당시까지의 성공적인 작은 집 짓기의 결과물을 양질의 종이에 Color판으로 하고, 표지는 두꺼운 하드커버지로 되어 있다. 양질의 종이에 하드커버지라는 것은 대개 ‘비싸다’는 것과 통하는데 이 책은 2024년 8월 현재 인터넷 판매가 기준 24,300원이다. 출간된 지 좀 되기는 했지만 이정도의 책이 24,300원이라는 것은 싸다는 것을 넘어선 것이다. 이 분야의 책 중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협소 주택1과 협소 주택2, 2018.4.18, 아키랩편집부」다. 협소 주택과 관련하여 주로 도심 내 협소 주택이 먼저 시작된 곳이 일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근대 이후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시화가 진행되기도 했고,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곳은 도심 땅값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도심 내 협소 주택의 시공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땅값이 비싼 곳에서 집을 짓고 살려면 대개는 땅이 작아져야 보편적인 가정의 예산 범위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세금과 관련된 규제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일본은 단독주택의 다수가 목조주택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통상 2~3층 이내의 단독주택인 경우 목조주택이 콘크리트 등 다른 유형의 주택보다 효율성이 좋다. 협소 주택의 사례가 많은 이유다. 어쨌든 이 책은 일본의 협소 주택을 소개한 책인데 역시 올~Color, 하드커버지로 되어 있다. 그런데 가격이 권당 60,000원, 합계 120,000원이다. 두 개의 책이 분량이나 재질의 차이가 크게 있기는 하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은 꽤 비싸고 「우리나라 협소 주택」은 저렴하다. 미학이나 건축구조적인 공부까지 하려는 입장이라면 두 책을 다 보는 것을 권하지만 집 짓기에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보자면 「우리나라 협소 주택」이 낫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집도 집안의 레이아웃은 참고할 만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일본의 법령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두 책 외에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 짓기 진실’, ‘전셋값으로 도심 속 내 집 짓기’, 꼬마빌딩 건축 실전 교과서’, ‘전원주택홈플랜200’,’주거인테리어해부도감’,’100일만에 완성하는 신혼집 인테리어’,’실패 없는 아파트 인테리어’,’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작은 집 두배 넓게 쓰는 수납이 좋아’,’작은집 설계도감’,’99하우스’,’새로운 주택 디자인 도감’,’내집 짓기프로젝트’,’살고싶은 집 짓고 싶은 집’,’한지붕 2가구 행복한 집 짓기’가 내가 읽은 책이고 이 외에도 건축박람회 등에서 시공사 홍보를 위해 제공하는 많은 종류의 건축 포트폴리오 책이 있었다. 건축박람회에서는 다양한 회사들이 홍보를 위해 책을 나눠주므로 시간을 내어 찾아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