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5일

[집을 짓기로 하기 전]

협소 주택을 짓기로 하기 전부터 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한 집을 찾아왔다. 당연히 아파트를 우선으로 했는데 그 방법론으로 경매가 1순위였다. 은행의 부동산팀장으로서 내가 하는 일이 경매를 비롯하여 부동산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매 실전은 부동산팀장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2014년에 경매에 나온 한 아파트에 입찰을 들어갔을 때는 4등으로 똑 떨어졌다. 경매에서 중요한 것은 권리 분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때 경험적으로 알았다. 경매는 1등만이 의미 있는 게임이다. 1등을 하지 못하는 한 권리분석이든 뭐든 다 무용지물이다(다만 실제 경매에서는 2등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본인의 보증금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차순위 2등으로 매수 신고를 한 사람에게 매수의 기회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권리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얽혀있는 권리관계에 따라 1등을 하면서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를 공부한 입장에서 보자면 권리분석보다 어려운 것은 낙찰을 받는 일이다. 낙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 경매에서 떨어지고 나서도 경매물건을 계속 탐문했다. 2018년 5월 도봉구 창동에 다가구주택 1채가 경매로 나왔다. 대지 99.2㎡(3.3㎡로 환산하면 약 30), 건물은 165㎡(3.3㎡로 환산하면 약 50), 지하1층에 지상3층 건물이었다. 감정가는 552,335,200원이었다. 기준권리인 1순위 근저당권 이후 설정된 등기부상의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물건이었다. 전입신고된 임차인이 1명 있었지만 대항력이 없었다. 게다가 현장 확인 결과 점유도 하고 있지 않았다. 권리 관계는 이상이 없었다. 토지의 용도지역은 준공업지역이었고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옥탑부 상단에 설치된 제시외 캐노피가 있었지만 매각에 포함되어 있었다. 1호선과 4호선 더블역세권인 창동역 2번출구에서 직선거리 700m, 도로를 따라 900m거리에 있었고 도보로 약 10분 거리였다. 바로 옆이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2,061세대, 25개동, 2004년 7월 준공)였고 본건을 포함한 구역부터 북측으로 방학역 주변까지 준공업지역인데 주로 자동차 공업소를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고 그 외에 공장이라고 까지 부를 만한 시설은 많지 않다. 이해하기 쉽게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 인근에 있는 가인초등학교, 홈플러스 방학점이 모두 같은 준공업지역에 해당한다. 즉 준공업지역은 꼭 공장지대만은 아니다. 준공업지역은 용적률 400%가 적용되는 곳이다. 준주거지역과 함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용도지역 구분상 일반상업지역 다음으로 용적률이 높은 곳, 즉 건물을 크게 지을 수 있는 땅이다. 7월 23일이 1차 입찰기일이어서 주말 동안 현장을 확인했다. 감정가 5억 5천만원도 충분히 좋은 가격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경매인만큼 1차 입찰에서 분명 유찰될 거라고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1차 입찰에서는 유찰되었다. 아무도 들어온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8월 27일 2차 입찰이었다. 최저입찰가격이 441,755,000원으로

[1]떨어졌다. 2차 입찰기일에 입찰에 들어갔다. 인근 매각가율을 고려할 때 2회차 최저매각가인 4억 4천만원다는 훨씬 높은 금액을 써야 했다. 4억원대 후반과 5억원대 초반을 고민하다가 5억 500만원을 썼다.


그리고…


떨어졌다. 입찰에 무려 13명이 참여했다. 최고가 매수인은 무려 6억원이 넘는 6억 190만원을 썼고 차순위자도 525,250,000원을 썼다. 등수는….한~~~참 아래였다. 결국 또 한번 패찰의 쓴 잔을 마셨다. 금액으로 보건데 1등으로 낙찰을 받으신 분은 이럴 거면 유찰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1차 입찰기일에서 감정가 그대로 552,335,200원을 써냈다면 경쟁없이 매수할 수 있었을 텐데 대체 뭐하자고 유찰이 된 다음에 뒤늦게 최초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들어왔을까 싶다. 반대로 경매이기 때문에 싸게 사야 한다는 것에만 매몰되면 이렇게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건 나와 같이 입찰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리고 6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 낸 최고가 매수인은 1차에 들어갔다면 5천만원이나 낮은 금액으로도 매수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경매다. 그런 점에서 경매는 흥미롭기도 하다. 1차 때 유찰이 되었는데 2차 때 눈치싸움으로 경쟁이 붙으면 1차 때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낙찰되기도 한다. 외견상 이해할 수 없는 일, 즉 그럴 거면 1차에 들어가지 뭐하러…이지만 경매라는 것이 그렇다. 해당 물건은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매각 불허가 결정이 되어 12월에 다시 경매가 진행되었고 재경매에서는 1명이 단독입찰하여 589,999,999원으로 낙찰되었다. 재경매가 진행되면 유찰되었던 가격은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감정가 552,335,200원으로 경매가 진행된다. 재경매의 낙찰자는 원 경매에서의 진행상황을 옆에서 지켜보고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999원으로 끝나는 입찰가격에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원 경매 낙찰 이후 매각 불허가 결정이 떨어진 것은 비어있던 경매물건 지하 1층의 하자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탐문 되었다. 지하에 물이 넘쳐 있었던 것이다. 즉 원 경매의 최고가 매수인은 낙찰 후 이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신청하여 매각 불허가 결정을 받고 입찰 보증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즉 입찰 보증금을 날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각물건명세서와 감정평가서에서는 지하층에 대하여 ‘곰팜이 등에 의한 내부 손상이 심한 상태이고 2층 천장 일부에 누수 흔적이 보이는 등 건물의 수선이 필요’라고만 되어 있었다. 감정 이후에 내린 비 때문일 수도 있고, 어쨌든 곰팡이와 누수가 있다고 하면 누수를 넘어 물이 차 있을 위험을 고려하는 것도 경매를 대하는 보수적인 자세가 될 수 있다. 다만 오해하면 안되는 것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해서 입찰에 들어가면 안되는 물건인 것은 아니다. 그 부분을 입찰가에 반영하여 참여하면 될 뿐이다. 재경매에서 1차 낙찰 때보다 조금 더 낮은 금액으로 낙찰을 한 분은 이런 요소를 잘 아는 분 같다.


[도봉구 창동 다가구주택 경매_출처: 신한은행 SOL앱 신한옥션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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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경매 진행.png


[1]서울지역 법원의 경우 대개 유찰저감율이 20%, 즉 유찰될 때마다 가격이 20%씩 떨어진다. 유찰저감율은 지방법원별로 다르다.




창동 다가구주택의 경매에 패찰은 했지만 이 물건을 통해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역세권 또는 양호한 주거지인 곳에서도 전용 59㎡이하 아파트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도 충분히 단독주택 또는 상가주택을 구입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적은 노력으로 이런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여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해당 경매의 참여 시점에는 아직 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2018년~2019년]

MBC 방송 ‘구해줘 홈즈’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다. 시청자들의 신청을 받아 각자의 예산으로 원하는 지역에 매매 또는 전월세로 집을 대신 구해서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먹고 사는 문제, 그 중에서도 살 집을 구해서 두 팀이 대결구도로 서로 더 좋은 조건의 집을 소개해주니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아파트가 중심인 시장 분위기상 초반에는 아파트 매물 소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사람들의 선호는 아파트에 가서 꽂혀 있다. 게다가 원래 아파트의 숫자가 그 외 다른 주택의 숫자보다 많다[1]. 아파트의 비중은 59.8%다(2023년 통계청, 주택총조사, 다가구주택은 주택 1동을 1호로 집계한 기준임). 다른 유형의 주택 전부를 합한 것보다 아파트가 훨씬 더 많으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2019년 초에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그 중에서도 협소 주택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프로그램 자체도 인기가 있었지만 협소 주택 소개 편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 시기를 전후로 이뤄졌지만 협소 주택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그 이전부터 소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마침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촉발되었다. 이후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JTBC)’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대구의 협소 주택이 소개되었다. 3층 구조의 단독주택이었는데 내부에 스킵플로어를 적용하여 층과 층 사이에 단차를 두어 내부에서는 총 7층에 이르는 구조를 가진 집이었다. 스킵플로어(skip floor)의 바른 영어표현은 스플릿플로어(split floor)다. 그 의미는 층과 층 사이를 나누어 하나의 층을 더 만든다는 뜻이다. 물론 국내 기준 우리말사전에는 스킵플로어에 대해 같은 뜻으로 해석되어 있으니 콩글리시가 맞는가 틀린가 하는 문제일 뿐 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써도 괜찮아 보인다. 어쨌든 이 스킵플로어(=스플릿플로어, 이하 이 책에서는 스킵플로어라고 한다)는 본래 건축에서 다양하게 응용되는 기법인데 협소 주택에서는 특히 좁은 공간과 건축법에 의한 건축물 높이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 또는 경사진 곳에 있는 대지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스킵프로어 구조도.png


[1]전국의 주택 총 수는 1,954만 6천호다. 이 중 아파트는 1,263만 1천호로 비중은 64.6%에 달한다. 서울은총 주택수가 315만 5천호다. 이 중 단독주택은 29만 1천호(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영업겸용주택 포함), 연립주택이 11만 1천호, 다세대주택이 83만 9천호이고 비주거용건물 내 주택이 2만 7천호다. 그리고 서울의 아파트는 무려 188만 7천호에 달한다.


[2018년~2019년]

한편 협소 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던 때 우리 부부는 원래 일삼아 협소 주택의 시공 사례들을 찾아다녔었다. 예쁜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은 그 자체로 재미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협소 주택을 찾는 첫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다. ‘협소 주택’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에서 검색하면....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의외로 광고다. 건설사 즉 시공업체의 파워링크 광고가 제일 먼저 뜬다. NH건설, 하우징팩토리..국민들 누구나 알만한 초대형 건설사는 아니지만 주택건설 쪽에서는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규모가 있는 업체들의 광고가 먼저 뜬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아니다. 아직 땅도 찾지 않았으니 시공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물론 시공사를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절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건설사 외에 건축사무소 광고가 있고 언론사의 건축관련 강좌도 있다. 전부 다 지금의 우리에게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듣지 않았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언론사의 건축관련 강좌는 상당히 집약적으로 집 짓기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시작하려는 경우에는 강좌에 먼저 참여해서 공부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러한 강좌의 장점은 집을 짓는 각 단계의 과정과 관련된 다양한 강사진, 예를 들어 건축사, 구조기술사, 경험 있는 건축주 등이 강사이므로 본인의 집 짓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개를 받거나 직접 의뢰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어쨌든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첫 협소 주택은 안양에 있는 집이다.


[안양 협소 주택]

안양 협소주택.png

안양에 있는 이 집은 어느 동네에나 흔히 있을 것 같은 2층 양옥집을 부수고 지은 협소 주택이다. 협소 주택 건축을 염두에 두고 웹서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사례다. KTX광명역과 2Km거리, 1호선 관악역까지 1.2Km 거리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무난하다. 집 남쪽으로 보차혼용도로를 사이에 두고 어린이공원이 있다. 대지의 크기는 128㎡(3.3㎡로 환산하면 약 39)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다. 건폐율 58.84%, 용적률 173.23%로 지어졌다. 1층은 근린생활시설 음식점이고 2층 다가구주택, 3~4층은 단독주택이다. 스타코플렉스와 강판으로 외장 마감했다. 건축구조가 특이하고 작은 땅 위에 알차게 상가와 집을 배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외장마감재의 특성상 노후화가 빠른 것이 아쉬운 점이다. 2016년 11월에 준공되었으니 (2025년 기준) 9년 남짓 지났는데 최근 다시 가보니 스타코플레스는 일부 변색이 있었고 1층 기단부의 간접조명을 위해 띄운 석재가 일부 파손되어 있었다. 스타코플렉스의 장점은 저렴하고 간편한 시공인데 내구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 역시 아쉬운 점이다. 간접조명을 위한 기단부 석재의 경우 폭이 넓지 않지만 아무래도 아래에 받치는 것 없이 허공에 떠 있는 구조다 보니 위에서 누르는 힘에 의해 파손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간접조명을 통해 밤에 멋진 구도가 나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했다.


안양 협소주택 현관 띄움.png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그 인지도 만큼이나 잘 지어진 집이라고 생각한다. 구조도 훌륭하고 사선으로 마감한 상층부의 조감도 훌륭하다. 한마디로 멋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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