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는 우리가 찾는 매물에 대한 연락이…여전히 없었다. 1곳에서 다가구주택 매물 1건을 소개받았는데 가격이나 규모로는 고려할 만 했으나 다른 조건들이 맞지 않았다. 해당 건물은 전형적인 빨간 벽돌집의 다가구주택이었는데 세입자가 7명이나 있었고 방은 8칸이었다. 무엇보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할 뿐 아니라 좌우로 비슷한 다가구주택과 거의 벽이 닿아 있었고 남쪽으로도 같은 높이의 다가구주택이 있었다. 즉 3면이 같은 높이의 다가구주택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앞집도 똑 같은 집이었다. 바람도 통하지 않고 햇볕과 조망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차량의 진입도 쉽지 않았다. 결국 매물 구경만 하고 말았다. 우리가 매물을 찾겠다고 의뢰한 곳 주변에는 이 정도 위치에 이 정도 땅 크기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한데 하는 기존 주택들이 꽤 있었는데 문제는…그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찾는 이 시점에는 매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부동산, 그 중에서도 아파트와 같이 정형화된 물건이 아니고는 여러가지 조건이 딱 맡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나는 부동산 일을 하면서 고객들에게는 늘 같은 조언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조언이 나에게 필요한 시점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얼굴도 예쁘고 잘 생겼는데 마음씨도 착하고 공부도 잘하면서…집안도 좋은 사람은….없다. 아니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나 당신의 자녀가 딱 결혼을 하려할 때 당신 앞에 딱 나타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부동산 물건을 고를 때 중요한 마음가짐은 어떤 조건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가 아니라 어떤 조건을 포기할 수 있나 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남에게는 쉽게 했던 말이 막상 나한테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애초에 협소 주택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니 땅 크기가 좁다는 것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일이다. 도로의 조건도 마찬가지다. 번듯한 대로변에 있는 대지라면 좋겠지만 결국 도로의 크기는 다 돈이다. 접해있는 도로의 여건이 좋을수록 주변 땅값은 당연히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의 크기는 최소한 얼마나 되어야 할까? 사실 땅 크기 자체에 대한 제한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땅이 아주 좁으면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주관적인 잣대일 뿐이다. 국내에 알려진 가장 작은 규모의 집 또는 건축물은 아래 자양동의 건물이다.
[자양동 초협소빌딩]
자양동 건물은 역대급으로 작은 대지 위에 지어진 건물이다. 사실 건물이라 표현하는 것이 다소 어색할 만큼 과연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겠나 하는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주관적인 관점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나 하는 점이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왼쪽 사진과 같이 이런 좁은 땅에서도 건물은 지을 수 있다. 이 건물의 건축주는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이 땅의 존재 또는 거래의 경위나 투자로서의 결과를 떠나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실현해 냈다는 점만으로도 실로 대단한 일이라 생각된다. 해당 토지는 대지면적이 17㎡다. 세상에~땅의 크기가 17㎡라니, 자투리도 이런 자투리 땅이 없다. 일반적인 단독주택의 텃밭으로나 쓸만한 크기다. 텃밭 중에서도 작은 텃밭에 해당한다. 평균 키의 성인 남성 한명이 팔다리를 벌리고 누웠을 때의 바닥면적이 3.3㎡ 정도 되니까 5명 정도가 누우면 대략 팔 다리가 서로 겹치는 규모의 좁은 땅이다.
위성지도(아래)에서 보면 아파트 단지 담벼락에 삼각형 모양으로 들어간(붉은 선 안에 노란색 삼각형) 형태다. 하나의 동으로 되어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아파트단지(노란색 선) 크기와 비교해도 작고, 주변의 일반적 규모의 땅 크기를 가진 건물(흰색선 박스안) 크기와 비교해도 매우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땅의 용도지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의 모든 땅을 용도지역이라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크게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이렇게 4종류로 분류한다. 그리고 도시지역은 다시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나뉘고 주거지역은 다시 제1종과 제2종 전용주거지역, 제1종, 제2종, 제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용도지역의 분류는 그 땅 위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종류와 크기의 상한선을 정한다. 그래서 용도지역이 어떤 땅의 가치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이 땅은 제 3종 일반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중, 고층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데 건폐율이 50%, 용적률이 250%다. 법률에서의 상한선은 건폐율 70%, 용적률 500%인데 시행령과 조례의 의해 건폐율은 50%, 용적률은 100~300%이고 서울의 경우에는 건폐율 50%, 용적률 250%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땅 위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은 이론적으로 건축면적(=수평투영면적=건물을 수직 상공 위에서 봤을 때 외벽의 경계선을 이은 면적)으로 8.5㎡고 연면적의 상한선은 42.5㎡다. 다만 이것은 이론적인 수치일 뿐이고 일조권 사선제한이나 기타 건축에 따른 제약사항 그리고 건축주의 선택에 의해 이보다 작게 지어질 수도 있다. 실제 이 건물의 건축면적은 7.38㎡이고 연면적은 14.76㎡로 건폐율 약 43%, 용적률 약 86%로 지어졌다. 층수는 2층인데 실제 지어진 집의 높이를 감안하면 2층에는 다락이 있는 구조다. 2018년 7월에 허가를 받고 11월에 착공하여 20년 7월에 준공(사용승인)되었다. 대장상 주택이 아닌 제1종근린생활시설이다. 즉 집이 아닌 가게와 사무실 용도의 건물이다. 대장상 주차장이 없고 실제로도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그러면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고도 건물을 지을 수 있는가? 지을 수 있다. 주택의 경우 50제곱미터 이하, 제1종 근린생활시설은 200제곱미터 이하이면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고도 건축을 할 수 있다. 건축법과 주차장법에 의해 이렇게 정해져 있다.
이 땅의 개별공시지가는 2018년 2,742,000원/㎡이었는데 2024년에는 5,033,000원/㎡, 2025년에는 5,195,000원/㎡이다. 2018년 4월에 땅을 3.3㎡당 820만원, 총 4,200만원으로 샀고 건물이 지어진 후 2021년 5월에 토지와 건물을 일괄하여 1억 4천만원, 토지면적 기준 3.3㎡당 2,800만원에 팔렸다. 2025년 6월 현재 가죽제품을 제작하는 가게가 영업 중이다.
국내에 있는 다른 협소 주택은 어떤 게 더 있을까? 땅값 비싼 서초구에도 협소 주택이 있다. 잠원동에 있는 이 집은 국내의 협소 주택 중에서도 기념비 적인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잠원동 협소주택]
잠원동에 소재한 이 협소 주택은 그야말로 좁은 건물이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땅이 신축 전 대지의 모습이다. 좁고 길어서 마치 수로(水路)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대지다. 해당 토지는 땅 모양으로 인해 오랫동안 활용되지 못하고 빈 땅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필지 오른쪽은 국유지로 사람 어깨 높이 정도만큼 높은 땅으로 막혀 있었다. 즉 도로에서의 접근이 오직 좁은 전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측면으로 긴 쪽에서도 차량 등 접근이 가능했다면 신축 등 공사에서 용이한 측면이라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땅이다. 게다가 전면이 좁기 때문에 여기에 건물을 올렸을 때 건축물의 폭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가 관건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폭이 좁은 건물에서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점에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결론은…역시 가능하다. 실제로 이 집에는 가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토지는 용도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건폐율이 60%, 용적률이 200%다. 대지의 크기가 67.7㎡(20/3.3㎡)다. 건폐율 50.92%로 지어져서 수평투영면적은 34.47㎡로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 용적률은 147.46%다. 특이한 점은 협소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지하층에 40.85㎡ 규모로 근린생활시설-사무소 공간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통상 이와 같이 좁고 긴 형태의 토지에서는 건축비를 더 높게 감수해가면서 지하로 땅을 파지는 않는다. 지하1층을 두려면 건물의 기초는 그보다 더 깊게 파야 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많이 상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물건이 위치한 곳이 강남∙서초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워낙 좁은 대지로 인해 건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건축주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건물의 폭이 좁은 전면은 벽과 벽 사이가 대략 2m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 건물의 특이한 점이다. 다만 안쪽으로 갈수록 조금 더 넓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고, 대지 오른쪽은 작은 공원으로 되어 있어 건물 서쪽의 창을 통해 밖을 보면 멋진 나무의 모습이 보이는 구조다. 게다가 이집은 무려 강남(정확히는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과 논현역 사이)에 위치해 있다. 다만 강남∙서초 지역의 경우 이와 같은 규모의 작은 대지를 찾기는 어렵다. 특히 강남과 같이 땅값이 비싼 곳은 대지 규모가 작은 필지가 없다면 협소 주택을 지을 땅을 찾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다만 드물지만 있기는 하다. 내가 강남 일대에서 본 집을 지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대지 중 하나는 약 129㎡(약 40/3.3㎡)의 청담동 소재 토지였다. 작은 상가와 주차장이 있는 이 집(다음 사진 참조)은 약 231㎡(70/3.3㎡) 크기로 지하1층/ 지상4층+옥탑2개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이다. 경사지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대지의 규모에 비해 크게 지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집이다.
그러면 경사지에서는 왜 작은 대지에도 더 크게 지을 수 있을까? 대지에는 용도지역이라는 것이 지정되어 있다. 용도지역[1]에 따라 대지면적의 일정 비율만큼 건물 바닥의 최대 면적(=건축면적=수평투영면적)이 제한된다. 이를 건폐율이라고 한다. 이를 그림과 수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토지의 이용 및 건축물의 용도,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을 제한함으로써 토지를 경제적∙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공공복리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서로 중복되지 아니하게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하는 지역,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구분된다. 도시지역일수록 개발이 용이하고 자연환경보전지역은 상대적으로 민간의 토지 개발이 어렵다. 도시지역은 다시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나뉜다.
[건축면적과 건폐율]
그리고 대지면적의 일정 배수만큼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용적률이라고 한다. 즉 용적률은 건물 전체의 면적 규모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상업지역에서는 이것이 상대적으로 크고 주거지역에서는 이것이 작다. 그래서 강남역이나 테헤란로와 같은 곳에서는 같은 대지 위에 20층, 30층의 높은 건물이 가능하고 청담동이나 논현동의 제1종 전용주거지역과 같은 곳에서는 1~2층의 건물로 지어지는 것이다.
[연면적과 용적률]
건폐율과 용적률은 법령에 상한선을 두고 각 지자체의 건축조례에 의해 그 범위 안에서 다시 비율을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준공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서는 건폐율이 60%, 용적률이 400%다. 서울의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는 건폐율 50%, 용적률 250%다. 그리고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는 건폐율 60%, 용적률 200%가 적용된다.
그런데 건축법상 건물의 규모에 대한 제한으로 작용하는 연면적, 즉 용적률 산정용 연면적은 지상층의 연면적에 의해 계산된다. 즉 지하층은 용적률 계산시 연면적에 포함하지 않는다. 건축물대장에서도 이것을 구분할 수 있다.
[건축물대장의 연면적과 용적률산정용연면적의 구분]
1번의 연면적은 지하층을 포함한 건축 각층 바닥면적을 합계한 것이다. 즉 사용자가 쓸 수 있는 모든 면적을 말한다. 2번의 용적률산정용연면적은 지하층 면적을 제외한 지상층만의 면적이다. 그리고 3번의 용적률을 보면 1번의 연면적이 아닌 2번의 용적률산정용연면적, 즉 지하층을 제외한 면적으로 계산됨을 알 수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지하층이 제외되는 용적률의 산정 도식]
따라서 지하층은 대지의 경계 내에서 얼마든지 깊이 팔 수 있다. 그러면 왜 지하는 무한정 깊게 파지 않을까? 지하로 들어갈수록 건축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게 건물의 전체 규모에 비해 지하까지 깊게 파는 건물이 있기는 하다. 다음 사례가 바로 그런 특이한 경우다.
어쨌든 이런 경우는 그렇게 일반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지하층을 그렇게 깊게 파지는 않는다. 그런데 얖서 청담동의 이 작은 대지 위에 건물은 토지의 규모에 비해 높게 지어질 수 있었다. 왜 그럴까? 대지가 경사지에 있기 때문이다.
낮은 도로와 높은 도로를 이중으로 끼고 있는 대지의 경우 각각 높은 도로와 낮은 도로에서 바라보는 층, 즉 1층이 2개가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지하층은 용적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대지의 규모에 비해 더 크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경사지에 있는 경우 지하층의 기준]
흔히 경사지에 있으면 복이 없는 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령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집 짓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2025년 5월 18일 서울시는 건축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2025년 5월 19일부터 2028년 5월 18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제2종과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소규모 건축물 용적률을 50%포인트씩 상향해주기로 했다. 대상은 건축법에 따라 건축허가 신고를 하고 건물을 짓는 경우,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법」에 따른 1만㎡ 미만 재건축, 5천㎡미만의 재개발, 36세대 미만의 자율주택정비사업건이다. 뒤의 3가지는 디벨로퍼나 정비조합 등 법인이나 단체에 해당하는 것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건축법에 따른 신축도 대상이 된다 즉 이 3년의 기간 동안 제2종이나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는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신축계획이 있는 경우 해당 기간에 건축 인허가를 받으면 건물을 더 크게 지을 수 있다. 다만 용적률만 완화되고 일조권사선제한은 그대로 10m(종전에는 9m였다)이기 때문에 필지별로 차이는 있다. 따라서 도로를 북쪽으로 두고 있어 일조권 사선제한의 부담이 없으면서 토지의 용도지역이 제2종 또는 제3종인 경우에 매우 중요한 건축 규제의 변화라고 할만하다. 건물을 더 크게 지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고, 이것이 또한 한시적인 규제의 완화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아는 것이 곧 돈이다.
[서울시 보도자료, ’25.5.19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