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설거지를 할 때면 노래를 불렀다.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로 노래를 부르면 나는 그 음조에 맞춰 따라 부르며 경박한 춤사위를 보이곤 했다.
당신은 이따금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는 다정한 단어로 북돋아 주었다. 100점을 다수 맞은 성적표를 들고 사인을 받으러 가면, 항상 자랑스럽다는 끝 말을 잊지 않았다.
당신은 교대근무를 했었다. 대부분의 기억은 거실에서 이불도 없이 곤히 잠이 든 눈을 감은 모습이다. 어린 눈에도 튼튼해 보였던 다리는 절대 사라지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이 보였다.
당신은 길이, 질량, 무게 등의 과학의 단위를 알려주곤, 크면 더 어려운 것을 배울 텐데 그때 또 알려주겠다 약속했었다. 나는 너무 어려워서 더 이상 자라고 싶지 않다는 고집을 키웠다.
당신은 용돈으로 5,000원을 쥐어주곤, 고학년이 되면 조금 더 주겠다고 했다. 용돈이 더 늘어나면 사고 싶은 책들을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붉어졌다.
당신은 마법천자문 만화책을 좋아했다. 매번 새로운 회차의 책이 나오면 조그마한 애들에게 먼저 보여줄 법한데도, 꼭 당신이 먼저 본 후 책을 주었다. 그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몰입한 모습을 보며, 만화책보다도 먼저 그 표정을 보는 것이 왜인지 모르게 보기 좋았다.
당신은 그날, 나와 동생,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단다. 그 소리를, 그 간절한 외침을, 나는 듣지 못했다.
당신은 하얗고 깨끗한 붕대를 머리에 감고는, 거실에서 자던 그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 미간에 주름이 진 표정이 아닌, 좋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아주 조금은 안도했다.
당신의 그 모습을 이제 영원히 볼 수 없음이 느껴져 몇 시간을 그렇게 고모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바지를 적셨다.
당신을 원망했다가도, 다시 조각조각 흩어진 파편들을 찾는다. 너무 작고 빛이 바래져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간신히 모아서,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아도, 꾸역꾸역 사랑이라는 줄로 연결해 본다. 이름 있는 별자리가 될 수는 없지만, 그 싸라기별들을 찾아서 밤이 너무나도 어둑한 날에 온 힘으로 이어 본다. 방향을 잃을 때, 나의 북극성이 된 그 별자리를 쫓아 정처 없이 걸어본다. 깊고 무서운 밤에 나를 버려두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어본다. 자랑스럽다는 끝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