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엉망인 나라도,

by 연감자

이렇게 엉망인 나라도,


툭 들은 말 한마디에도-,

찰나의 눈빛에도-,

순간의 행동에도-,

가차 없이 흔들리는 나라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자고 있는 날 다시 깨워서

오늘 하루의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보채는 나라도,


그 반성문을 열 번, 스무 번 낭독해도

또다시 용인되지 않는 감정과 생각을 가져버린다고 해도,


그런 나의 떨리는 손,

흔들리는 눈동자,

잊고 싶어지는 기억,

아릿하게 상처 나는 소리를 내는 마음까지


손가락을 잡아주고,

눈 맞춰주고,

다른 기억으로 덮어 씌워주고,

너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소리를 무력하게 만들어 줄래.


좋아하는 것에 그저 이끌려 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싫어하는 것에도 그저 빠르게 지나쳐 갈 수밖에 없을 테지만,


이런 망가진 나를

좋아하진 못해도,

싫어하지는 말아 줄래.


싫어하지 못한다면,

외면하지만 말아 줄래.


너의 도덕적 양심이라도 기대어 버려지지만 않았으면 해서.

나도 붙잡을 테니, 너도 모른 척 잡혀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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