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필요해

by 강은자

수학여행에서

나에게도 엄마는 분명히 존재했는데

나도 엄마를 이렇게 생각했을까?

이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바라보다 보니

지난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내 뱃속에서 열 달 동안 품어낸 아이 둘

그중 큰아이는 무덤덤하고 너무 과묵하다

엄마라는 삶이 새롭고 처음으로 가져보기 때문 잘해주지 못한 탓일까?

입은 무겁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꼭 필요한 말만 요점만 콕 집어 전한다.

그러면서 본인도 팩트만 이야기해 주세요 한다.

가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장난스럽게 저 새끼는 “정이 없다"라고 푸념 썩인 하소연으로 동생에게 말하곤 한다.


​둘째는 또 어떠한가?

성격은 둥글둥글하고 평범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엄마의 일상도 가장 많이

신경도 써주고 엄마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하고 묻기도 하며 아프지 말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지내라고 아름다운 기억만 남게

소소하게 전화도 잘해준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까칠해져

참 많이도 어려운 새끼다 싶다.

대학을 졸업과 동시에 입고 다닌 옷이며

신발들은 자기만의 익숙한 차림으로 엄마한테 절대로 의견을 묻지 않고 제 맘대로 원하는 패션을 하고 다니면서 오직 자기만을 위한

삶으로 잘 살아가줘서 고맙다.


​이 물건을 추억과 바꾸는 지금 이 순간

둘째와 나눈 대화가 마음속에서 조용히 속삭인다.

그때 시간들이 문득 떠오른다. 세상 누구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엄마 떠난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하던 녀석이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던 둘째의 뒷모습 계절은 지금처럼 따스한 가을이었고 살랑이는 바람 사이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흩날렸다.


아이를 학교 선생님들께 맡겨두고 학부모들도

2박 3일의 휴가를 찾아 휴식을 즐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잘 지켜주셨는데 시간은 쏜 화살처럼 지나가서 집으로 하교를 한다.

아이는 수학여행을 다녀오며 환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엄마, 이거 엄마 선물이야.”​

작은 손에 꼭 쥐어진 돌돌 말린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선물 뭉치를 내게 내밀며

“이게 뭐야, 뭐야?” 하며 웃는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세상에나 그 선물은 아이의 마음이었다.

아이는 엄마를 ‘아기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했단다.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풍요로웠던지

“엄마, 나는 여동생이 세 명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잘해줄 수 있어

하고는 천진하게 말했다.

세상에 맙소사

그럼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야? 하고 물으니

응 엄마 악기를 잘 부는 사람이야 나야!!!

엄마랑 동생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잖아

하며 해맑게 웃던 아이는 지금 너무 잘 자라서

늘 행복 바이러스를 남기는 그리운 아들 넌 서울 난 순천 살며 살아간 행복인 거 같아

아직 살아가야 할 시간 지칠 때도 있겠지만

좋은 길을 찾아 우리 잘 살아보자.

그때의 웃음과 맑은 눈빛이 지금도 선명하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자라고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어른이 되었지만

그날의 따뜻한 공기와 아이의 마음은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다.

사랑했던 기억 그 순수했던 마음들이

가끔은 아득히 흐려지지만

그날의 작은 손끝에서 전해진 사랑만큼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내 가슴을 두드린다.



세월은 흘러 아이는 어느덧 자라


나와 대화를 나누는 존재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 속엔 여전히 어린 날의 그 표정이 숨어 있다.


엄마로서 나는 여전히 그때의 아이를 떠올리며


이 물건을 손끝으로 매만진다.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이렇게 모양을 바꾸어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대상포진으로 급하게 한국에


들어와 병원생활과 집을 오가며


가슴에 통증을 움켜쥐면서 이 글을 쓴다.


말 못 하고 아파한 시간들도


챌린지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고통을


참으며 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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