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때는 8월이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촬영반
수강생들은 백운산으로 첫 출사를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사진 촬영반에 몸을 담았던 그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사진 이야기를 나누고 카메라를 들고나가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평범했던 수업시간들이 훗날 이렇게 그리운
추억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비 내리던 백운산의 경치와
렌즈 위로 맺히던 물방울
서로의 웃음소리가 섞이던 그 장면들이
지금도 마음 한편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시절의 사진들을 꺼내본다
사진 속의 원추리꽃은 조금 어색하고
형편없을지 모르지만 난 꽃과 추억을
그날 그 감정들을 깊이 간직한다
그 속에는 분명히 지금의 나
를 만들어준 시간이 담겨 있다
오늘 이렇게 글쓰기 공부방에 앉아
다시 그날을 떠올린다
비가 내리던 여름의 냄새와 함께
그리운 순간들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백운산에서의 기억
을그날 우리는 한 장의 사진을 남기겠다고 백운산 휴양림을 찾았고 또한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 아줌마들이 운전해서 가슴 조이며 찾아가서 이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비가 엄청 내리고 흐린 하늘 아래 카메라를 들고 나선 첫 출사였지
산자락을 따라 원추리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여름인데도 산속에 바람은 빗줄기와 함께 여서일까 유난히 서늘했다
그러나 그날은 참 이상했다
사진보다 서로의 마음이 먼저 흔들리던 날이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도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숲의 풍경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원추리꽃이 또 피어 있었다
꽃잎 끝에 맺힌 이슬이 마치 그날의
눈물처럼 반짝였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때의 너를 떠올렸다
그날은 아팠지만 이제는 그 기억조차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훗날 이렇게 바라보니
그때의 너도 그때의 나도 참 예쁘구나?
이런 추억 속에서도 배시시 미소 짓게 된다
그날 내 곁에 있던 님은 이렇게 말했다
“미쳤냐? 이런 폭우에 사진 찍으러 간다는 생각이 잘못된 거야.”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그땐 그저 나를
걱정해서 화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 같으면 그런 일로 화를 내면
나도 구시렁구시렁 반문할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난 배움의 사진 찍는 법을 이어가지 못했으나 내가 사랑하는 내 새끼 둘째가 조금 영향을 받았을까
지금은 영상 일을 하며 자신의 일상을
담고 추운 겨울도 더운 여름도 늘 쌍
촬영한답시고 얼굴도 잘 보여주지 않은
몸 값 비싼 녀석이 내 곁에 자라고 있다
원추리 꽃은 이런 사연을 남내 가슴에 자리 잡고 함께 살아간다
ㅡ2025 년 11월 8일 무안 샌텀 호텔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