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났다고 느꼈던 장소 하나 1

by 강은자

일상에서 벗어난 장소는 수영장이다.

아침 여덟 시, 삼 분이면 매일 도우미가

집으로 온다.


집 안 청소가 시작되기 전의 번거로움을 피해

는 서둘러 수영장 갈 준비를 한다.

야외 수영장을 찾는 일은 그렇게 나의 작은 탈출이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수영장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책을 펼친다.


무더운 햇살이 가득한 날도 있고

비가 소리 없이 내려오는 날도 있다.

때로는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가르는 날도 있다.


그런 날씨의 변화 속에서

익숙함은 잠시 내려놓아진다.

낯선 이방인들의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이곳에서 수영장은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조용히 위로를 받는 공간이 된다.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데도

야외 수영장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시원하다.

그래서 이곳은 내가 자주 머무르게 되는 장소이다.

긴 시간, 먼 거리, 는 아니지만 나의 하루를 짧은 시간을 책임져주는 수영장 은 이런 느낌을 갖게 해 주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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