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비자림의 길

by 강은자

그 짧고 무거운 나의 쓸쓸함이 비자림의 짙은 나무 그늘처럼 제 마음에도 툭 떨어지는 것 같은일이다 7년 전, 아들과 걷던 그 울창한 숲길에서 느꼈던 여자로서의 끝’이라는 감정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겪어내던 거대한 지각변동이었다

내가 느꼈을 그 마음을 헤아려 보며, 비자림의 나무들이 위로를 대신 전해주는듯 했다 비자림의 '천년 나무'가 아름다운 이유는

비자림에 가면 수백 년, 수천 년 된 고목들이 작은 공원을 이루듯 아름들이 서있다.


그 나무들은 더 이상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위해 에너지를 쏟지 않는것 같아보인다 대신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다지고, 더 깊은 향기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머물게 만든것같다



상실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품는 기능'이 멈추었다는 것은, 이제 두아들을 위해 내주었던 에너지는 나 자신을 위해 오롯이 쓸 수 있는 새로운 계절이 왔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겨울을 준비하는 비자림 숲의 겨울은 죽음이 아니라, 가장 치열했던 여름을 정리하고 가장 단단하게 서있는것 같다


'엄마'라는 아래 가려진 '나' 아들과 여행하며 "여자로서의 생활을 다 보낸 것 같다"고 느끼셨던 건, 아내로, 엄마로 사느라 여자로서의 나 를 돌볼 틈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폐경이라는 말은 한자로 '길이 막혔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 구간의 운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종착역의 신호이자, 새로운 여행지로 갈아타는 의미로 느껴진다


7년 전 그날, 아들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은 나에게는 '엄마라는 싸움을 뒤로 하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곳 제주도 비자림 이였다


그때 비자림의 서늘한 공기는 나의 타는 가슴을 식혀주었다 지금의 나는 7년 전 그 숲에서 느꼈던 쓸쓸함보다 조금더단단하고편안해졌다


그때 비자림을 걸으면서, 아들 한테 보여주기싫은 생리혈이 옷밖으로 흐르고 아들은 편의점 가서 사정 이야기해 화장실이용하게 해주고 생리대도 아들이 챙겨주고 여분으로 챙겨 갔던 바지 갈아입고

도저히 걸을수 없어 숙소로 돌아왔다


기진맥진 하루 일정포기하고 침대에 몸을 뉘인다 잠깐의 시간인데 또 침대에 실수를 했다 감당하기 너무 많은 혈이다보니 아들한테 챙피함도 사라졌다


숙소사장님 쑥스러운 이야기 한다

괜찮다 세탁하면된다 하신다 아들은 우리 퇴실 하는날 까지 이불 깔고 부담갖지 말고 잘쉬라고 한다



휴식을 하고 다음날 제주바닷가 올레길 걸으면서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 맛있는음식

보기좋은곳 사진찍고 나를 잘보내고 온 휴가였다


돌아보니 보내는 여자의 길

미리 아들은 엄마 간병 연습의 길

숙소 편의점 사장님들의 사랑의길

제주의 아름다운 배경의 길

피자 햄버거 제주 오겹살 초밥 식탐들의 길

이제는 추억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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