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냄새 하나가 데려간 장소

by 강은자

동백꽃 냄새가 나를 부른다. 향기는 참 묘해서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다. 장미처럼 화려하게 쏟아지는 향은 아니지만, 차가운 겨울 공기를 뚫고 전해진다. 그 은은하고 단단한 생명력이 사람의 마음을 툭 건드리곤 해서 난 그곳에 간다.


​동백꽃 냄새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그곳은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유독 따스했던 거제 바다 외도 보타니아였다. 사랑했던 기억의 조각이 아닐까 싶다. ​붉은 동백이 머무는 풍경 ​동백꽃 향기가 데려간 곳 ​거제 바다 찬 바람이 불지만 햇살만큼은 눈부시게 찬란하던 겨울 바다와 그 곁을 지키던 붉은 꽃길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이 툭, 하고 꽃송이째 떨어져 바닥을 붉게 물들였던 정막 하지만 평화로운 꽃길 하지만 내 마음은 슬픔이었다

​"가장 추운 날 가장 붉게 피어난 마음 하나 그 꽃은 큰아들 미국으로 사회초년 직장생활

보내는 계절을 거슬러 가족들의 여행지였다


​동백꽃 냄새를 따라 도착한 곳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혼자 머나먼 미국으로 보낸다는 생각에 가슴으로 울었던 ​장소 그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장소의 분위기 향기는 내 마음속에 애닮음으로 남아있다.


동백꽃과 아들이 보고 싶은 날

2018년 2월 적어놓은 글이다

작년에는 시간 없다는

핑계 삼아 널 만나지 못했구나


​올해는 널 만나 바라보며

널 보고 싶었노라고 속삭이고

싶었노라


어느 유명한 화가가 저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뿌릴 수 있을까


​그 옛날 꽃 같은 새 신부의 전통 한복빨강치마노랑과 초록의 저고리고름으로 얼굴 가리고 있는 동백꽃


꽃 수술 속에 아주 수줍게 사랑을 주고 눈물을 주고 잡으려 하면 때가 늦은 여운 남기고 그곳에 툭 뚝 떨어져 있다


​또 한 번 뒤를 돌아보며 그 자리 아픔을 남기고 피웠다가 떨어지면 지나가는 행락객들의 발자취에 무참히 밟혀 잊지 못할 아픔 속에 눈물 흘리며 사라진 내 님의 이름 ((동 백 꽃 ))


​동백이 피고 질 때면

보고 싶어 나 혼자 가슴앓이 하지만

올해는 뒤늦은 동백꽃 나들이에

작은 행복을 찾노라


​거제 외도 작은 섬에서 이렇게 동백꽃과 멀리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세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