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순간

by 강은자


요즘은 졸업 시즌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수많은 졸업식이 이어지고, 각 교문 앞에는 설렘과 아쉬움이 섞인 눈빛들이 가득하다. 졸업생들은 지금 무슨 생각에 잠겨있을까. 누군가는 친구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붙잡고,누군가는 새로운 시작 앞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입학하던 날의 설렘, 처음으로 새로운 교실에 들어섰던 긴장, 낯설지만, 반가웠던 친구들과의 첫 만남, 첫 시험, 첫 체육대회, 첫 발표, 그리고 첫 실수까지. 몸이 아파서 한 달 동안 학교를 결석 했던 모든 순간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흘러간다.


그때 그 순간들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 멈추고 싶다. 그때가 특별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바라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 시절의 불안과 설렘,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조금씩 성장했던 나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졸업식장은 학교 문을 나서는 장면이 아니다. 그건 시간을 회상하는 순간이다. 흘러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가 만나는 자리,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마주하는 자리다.


내가 기억하는 졸업식의 풍경에는 웃음, 눈물, 사랑, 아쉬움이 함께 묻어 있다.


졸업 시즌마다 느낀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기억은 천천히 쌓인다는 것을. 어린 시절, 중학교 때의 작은 사건들, 첫 친구와의 다툼, 첫 성적표의 설렘, 선생님에게 혼나고 울고 고개 숙인 날들,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기억은 더 선명하다. 처음으로 학교 문을 들어섰던 날의 긴장감과 가슴에는 하얀 손수건 코 흘리면 닦아야 한다. 책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느끼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복도, 처음 만난 작은 여자 선생님, 기뻐했던 마음… 그 모든 것이 아직도 마음 한쪽에서 따뜻하게 빛난다.


중학교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조금 더 넓어진 교실, 더 복잡해진 친구 관계, 처음으로 경쟁과 비교를 배우며 느꼈던 부담감, 그런데도 친구와 함께 나눈 웃음, 서툴지만, 마음을 다해 부르던 학예회 노래,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시절은, 더 많은 선택과 고민의 시간이었다.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몰라 흔들렸던 날들, 좋아하는 친구와의 사소한 오해로 마음이 아팠던 날들, 하지만 그 속에서 배운 건, 사람은 혼자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실수 속에서, 기다림,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을 배웠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울던 순간들, 학교를 떠나는 순간,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은 언제나 후회 속에 살게 한다. 졸업식장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장소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겹치는 순간,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졸업식장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지나온 시간 속 나를 만나고, 다가올 시간 속 나를 기다리며 조용히 숨을 고른다. 이 글을 쓰면서, 가족의 얼굴을 떠올린다.엄마가 차려준 밥상, 아빠의 다정한 한마디, 오빠 동생과의 사소한 다툼과 화해, 그 모든 것이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를 성장 시켰구나. 졸업 시즌이 지나도,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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