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치워 드립니다_경이로운 미생물의 활약

by 전운경

오염수를 정화하여 자연에 되돌리는 것은 기술 및 장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여러 동맹군들이 필요합니다. 동맹군들은 바로 눈에도 보이지 않고 함성도 들리지 않는 미생물들입니다. 미생물들이 더러운 똥을 정화하는 일련의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지요.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똥을 비롯한 오염수를 처리하는 것에도 이 작은 미생물에 견줄만한 방법이 없으니까요. 우리가 먹고 배변한 똥이 깨끗이 정화되어 강이나 하천으로 배출되는 경로는 우리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작전명령 1호: 질소를 제거하라


똥을 처리하는 첫 단계는 똥과 오줌 속에 들어 있는 유기질소를 미생물에 의해 암모니아(NH₃) 또는 암모늄이온(NH₄⁺)으로 바꾸는 암모니아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해요.


질소는 반드시 제거돼야 할까요?


질소가 제거되지 않은 채 하천이나 호수로 흘러가면 부영양화가 일어나 녹조가 발생해요. 물속 산소가 고갈되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지요. 또한 암모니아와 질산염은 독성 및 음용수 오염의 원인이 되어 사람과 동물의 건강도 위협합니다.


똥에는 단백질, 아미노산, 요소처럼 질소를 포함한 큰 유기물 분자들이 들어 있어요. 그러나 똥을 처리하기 위한 선발투수 격인 Bacillus와 같은 미생물은 이러한 큰 분자를 그대로 처리하기 어려워 효소를 분비해 잘게 쪼갠 뒤 암모니아(NH₃)로 만들어 둡니다.


암모니아의 독성을 완화시켜라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그대로 놓아두면 안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미생물이 니트로소모나스(Nitrosomonas)와 같은 암모니아 산화균입니다. 탱크에 산소를 듬뿍 넣어 주면 이 미생물은 독한 암모니아를 산화시켜 아질산이온(NO₂⁻)으로 바꾸어 줍니다.


아질산이온도 아직은 독성이 남아있어 그대로 방류하면 안 됩니다. 이때는 미생물이 니트로박터(Nitrobacter) 나 니트로스피라(Nitrospira)와 같은 아질산 산화균이 활약합니다. 이들은 아질산이온에서 전자를 꺼내어 공기 산소(O₂)에게 넘기고 그 전자 이동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아질산이온은 질산이온(NO₃⁻)으로 바뀌어 비교적 안정된 형태가 되어 독성도 크게 줄어들어요. 이처럼 암모니아 → 아질산 → 질산으로 이어지는 두 단계의 산화 과정을 질산화라고 합니다. 암모니아를 두 단계에 걸쳐 점점 더 안전한 물질로 바꿔 주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그럼 이제 끝일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질산이온(NO₃⁻)만 남으면 겉보기에는 “아, 이제 다 되었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산염은 독성은 낮지만 여전히 질소라는 영양분을 가진 물질입니다. 질산이온이 하천이나 호수로 많이 유입되면 부영양화가 발생하여 생태계가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수처리의 목표는 자연의 생태계에까지 피해를 입히지 않게 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대단하지 않나요?


끝내기 장외 홈런_ 질소를 날려 보내라


질산화가 끝난 물에는 산소와 질산이온(NO₃⁻)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질소가 아직 물속에 남아 있으므로, 이를 제거하기 위해 탈질산화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처리 탱크 안을 산소가 부족한 환경으로 만듭니다. 산소가 있으면 탈질산화 미생물이 굳이 질산이온을 쓰지 않고 효율이 좋은 산소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미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산소 대신 질산이온(NO₃⁻)을 이용합니다. 미생물은 질산이온에서 최종적으로 질소기체(N₂)만 남을 때까지 산소를 하나씩 떼어갑니다. 생성된 질소기체(N₂)는 물에 잘 녹지 않아 기포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지요. 드디어 물속의 질소가 제거되었습니다. 대기로 방출된 질소는 공기의 주성분이므로 인체와 주변 환경에 해가 없습니다.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협업한 경이로운 결과입니다.




작전명령 2호: 인을 제거하라


하수처리에서 ‘인’을 왜, 어떻게 없앨까요?


하수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사실 이 인은 생명체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내는데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물질입니다.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걷거나, 음식을 넘길 때도 인을 필요로 하거든요. 식물도 마찬가지로 인이 없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ATP는 흔히 '에너지의 화폐'로 불리는 아데노신 3인산입니다. 여기에서 P는 곧 인을 의미하거든요.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질소와 같이 인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됩니다. 이 인은 물속에서 영양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이나 호수로 그대로 흘러가면 물풀이 폭발적으로 자라 물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결국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이것을 부영양화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수처리장에서는 인을 반드시 제거합니다.


작전 1 미생물의 성격을 파악하라


하수처리장에는 인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미생물이 있습니다. 이때 활약하는 미생물은 아시네토박터(Acinetobacter)등 인축적균(PAOs)입니다. 미생물은 특이하게도 필요 이상으로 몸속에 잔뜩 저장하는 습관이 있어요. 이 습관을 이용해 인을 제거합니다.


먼저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 하수를 잠시 머무르게 합니다. 이때 미생물은 별다른 먹거리가 없어 살아남기 위해 몸에 저장해 둔 인을 잠깐 물속에 내놓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를 모은 미생물은 산소가 충분한 조건을 주어주면 물속의 인을 대량으로 빨아들입니다. 이때 미생물은 인을 무지하게 많이 먹습니다. 그러니까 무산소의 물탱크에 다시 산소를 듬뿍 넣어두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산소를 미생물에겐 미안하지만 효과는 아주 좋거든요. 인을 잔뜩 삼킨 미생물은 바닥으로 가라앉으면 제거하게 되는 것이지요.


작전 2 유기물 게 섰거라


또 다른 방법은 알루미늄이나 철 성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물질들을 넣으면 물에 녹아 있던 인이 녹지 않는 단단한 덩어리로 변합니다. 이 덩어리는 물에 잘 녹지 않아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알루미늄과 철은 인과 화학적 성질이 잘 맞아 찰떡처럼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가라앉은 덩어리를 슬러지와 함께 제거하면, 물속의 인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작전명령 3호: 유기물을 없애라


똥에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 찌꺼기 등 다양한 유기물이 들어 있지요. 이러한 유기물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 가면, 물속 미생물이 이를 먹이로 삼아 급격히 증식하면서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게 됩니다. 그 결과 하천의 산소가 부족해지고, 악취가 나는 물질이 생성되며 물속 생물들은 질식해 죽어 생태계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똥을 그대로 흘려보내면 하천이 망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하수처리를 거친 뒤 깨끗해진 물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거지요. 탱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면, 산소를 좋아하는 Bacillus 등의 수많은 호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활발히 먹고 분해합니다. 오염물질을 먹고 자란 미생물은 무거워져 슬러지가 되어 가라앉고, 이렇게 분리·제거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물속 유기물의 양이 크게 줄어드는데, 이를 흔 BOD저감, COD감소라고 합니다.


*BOD(Biochemical OxygenDemand)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으로 물속의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필 요한 산소의 양으로 값이 클수록 유기물이 많아 → 산소 부족 → 물고기 질식의 위험이 있습니다.

*COD (Chemical Oxygen Demand)는 물속의 유기물을 화학약품으로 강제로 산화시키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으로 값이 클수록 물의 오염도가 큽니다.




미생물은 우리의 생활환경과 생태계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생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 27~30억 년 전, 사이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하여 광합성을 시작했고, 이는 지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식물은 미생물인 사이아노박테리아가 세포 안으로 들어와 엽록체가 되는 내공생 과정을 통해 광합성 능력을 물려받았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식물이 만들어 낸 산소와 유기물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으며,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식물이 조성한 숲과 생태계 위에서 인간 문명은 탄생하고 번영해 왔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미생물이야말로, 오늘의 지구 생태계를 가능하게 한 숨은 주역이며, 그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