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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Feb 27. 2024

구독은 게으른 작가를...

6개월 만에 글쓰기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지겹다. 시끄럽다.

깨톡깨톡 하며 쉴 새 없이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부터

메신저나 페이스북 등 각종 SNS 들로부터의 소음 공해.

하지만, 그것들을 과감하게 차단하거나 박차고 나올 용기는 아직 없다.

이번엔 또 무슨 소식인지.

지역 물물 거래방에 공동 구매 소식이라도 올라왔나, 아님 자주 가는 마켓에 한국 물건이 도착했나.

'어라? 지금 막 내 브런치를 누군가가 구독했다고?'


가끔,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인기 있는 파워 작가도 아닐뿐더러, 그나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지도 않는

상당히 불량하고 불성실한 작가인 나에겐 이미 '출간'이나 '출판' 따위는 남의 일이 된 지 오래이고

글을 쓰는 재미나 기쁨을 느껴본 지도 한참 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핑계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주일에 5일 이상, 토요일에는 최소 20킬로, 나머지 요일에도 10킬로미터 이상씩 새벽 러닝을 하고 있는 나는

글을 쓰는 작가라기보다는 차라리 러너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고

동시에 두 가지를 같이 하기엔 내가 가진 역량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머리를 쓰는 쪽보다는 몸을 쓰는 러닝에 집중하며

마라톤 대회나 각종 레이스 등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브런치에 작품을 올린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죄책감이 들고 신경이 쓰이는 순간이 있으니 그건 바로,

가뭄에 콩 나듯, 잊을만하면 어쩌다 한 번씩

비루하고 초라한 내 브런치에 나도 모르게 들렀다가 '옛다!' 하고 구독 버튼을 누르고 가 주시는

참으로 관대하고 인류애 넘치는 인정 많은 소수의 독자분들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아, 어지간하면 글 한편은 올려야 하는데...' 하는 왠지 모를 부채감이나 죄책감 같은 것들이 밀려오곤 한다.


다음 달, 3월 9일에 있을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위해 몸관리와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늘 가슴속 한 구석엔, 언젠가는 글을 써야 한다는 자발적인 압박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역시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냥 격하게 글쓰기가 귀찮아졌다는 이유로 무려 6개월 동안 내 의무 아닌 의무를 저버리고 살았다.


하지만 오늘, 어느 고마운 독자님의 구독은

게으른 작가를 글 쓰게 했다, 그것도 6개월 만에...

그뿐인가.

세상 불성실하고 작품 활동에 대한 의욕이 없었던 작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렇다.

'구독과 좋아요'가 이렇게 무섭고 대단한 파워를 지닌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이토록 불량한 작가를 아직도 구독해 주고 계신

깊은 인내심과 넓은 아량을 지니신 독자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고

새롭게 구독자가 되어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래, 어지간하면... 웬만하면 글 좀 열심히 쓰자. 너, 작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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