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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Nov 09. 2021

집사의 숙명

Berry's Story /반려묘 이야기

'뜨아! 오늘도 기어이 피를 보고야 마는구나!'

아침부터 책상머리에 앉아 이것저것 확인하느라 바쁜 나에게

유난히 칭얼대며 징징거리는 막내 냥이, Berry.

베리는 유난히 나에 대한 집착이 강한 녀석이다.


마치 애정 결핍이나 분리 불안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내가 화장실을 가든 컴 앞에서 작업을 하든 부엌일을 하든

어디든 졸졸 따라와서 기어이 내 무릎을 차지하려고 한다.


오늘도 아침마다 업로드되는, 네 컷짜리 만화를 보고 혼자 피식 웃고 있던 중이었는데

세상에나...

그 만화 내용과 똑같은 일을 바로 겪게 되다니.

집사들이 즐겨보는 네 컷 짜리 만화이다.
"기어이 엄마 무릎을 정복하고 말겠어!" 베리야, 이제 만족하니?


내 알 바 아니고요~ 시침 떼는 베리


냥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응당 크고 작은 스크래치 몇 개쯤은 몸에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것이 집사의 숙명인 것이다.


물론 녀석들이 일부러 할퀴는 건 아니지만

목욕을 시킬 때나 발톱 정리를 해 줄 때, 혹은 집사가 좋다고 엉겨 붙는 과정에서

늘 사랑의 흔적들이 남는다.


우리 삼색이 막내, 베리 양은 아주 도도하고 당당한 꼬맹이다.

업둥이로 운 좋게 우리 집에 들어온 녀석이지만

처음부터 아주 옴팡지고 악착같이 적응했었다.


오히려 베리보다 먼저 우리 집 냥이가 됐던 Cherry가 주도권을 뺏겼을 정도로

손바닥만한 녀석이 아주 야무지고 대찬 구석이 있었다.


나는 요즘 우리 베리 녀석이 혹시 천재 냥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냥이들이 집사와의 유대관계가 잘 형성이 되면

감정 표현도 다양하게 잘하고 심지어 대답도 한다는 건

냥이를 좀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사람의 언어를 쓰지는 않지만

집사가 냥이와 눈을 맞추며 무슨 얘기를 하거나 물어보면 거기에 맞게 반응하거나

좀 더 똘똘한 녀석들은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어느 날 오랜 시간 동안의 외출을 마치고 귀가하는 나를 보자마자

현관문 앞에서 어슬렁 거리던 베리가 나에게 따지듯이 한다는 소리가

"응냐 응냐, 음마~~~!"

내 귀를 의심했지만 이 녀석이 분명히 '엄마'라고 들릴만한 소리를 냈다는 건 확실했다.

"뭐? 베리야, 지금 엄마라고 한 거야?"

나 혼자만 들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그 소리를 듣고

신기하다는 듯 웃으며 현관으로 달려 나왔기 때문이다.


'이 녀석, 천젠데?'


우리 집 천재 냥이 베리 양은 아주 눈치가 빠르고 약은 것이,

허당인 언니 체리를 찜 쪄 먹을 기세다.


깍쟁이냥 베리

다른 집안 식구들한테는 그다지 살갑게 굴지 않으면서

오로지 엄마인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냥냥 거리는 녀석.

내 발과 손에 자기 얼굴이 뭉개지도록 비벼대고 문질러 대는 베리는

늘 나에게 안아주고 쓰다듬어 달라고 보채고 졸라대는 희한한 녀석이다.

심지어 피아노 연습을 하는데도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베리.

"엄마, 피아노를 발로 치는 거냥?"


예전에도 고양이들을 키워 본 경험은 있었지만

체리와 베리 두 녀석을 키우면서 새삼, 냥이들과의 교감이 이렇게 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반려묘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어린아이 두 명을 데려다 키우고 있는 느낌이다.


두 녀석이 사이좋게 뒤엉켜서 잠든 모습을 보면

심란하고 예민해져 있던 마음이 평온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스민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없는 오전 시간, 두 녀석들과 침대에서 뒹굴 거릴 때의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따스하다.


Cherry & Berry!

My sweet furry babies!

Cherry &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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