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곁에서 얻은 삶의 선물
나는 여러 직업을 거쳤다.
20대에는 농촌진흥청 제주시험장에서 연구사들의 보조 업무를 맡았고, 30대에는 전업주부로, 40대에는 기자로, 50대에는 청소년지도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했다. 그 외에도 짧지만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삶의 여정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시간은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값진 시절이었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교 정문 앞에서 홍보지를 나누며 동아리와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모집해야 했다. 짧은 순간에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 언제나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프로그램과 활동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모든 고생이 보람으로 바뀌었다. 봉사 동아리는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간 결과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청소년운영위원회는 대정읍 일대의 전쟁과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를 알리는 ‘다크투어’를 기획·운영하며 같은 상을 받았다. 상의 유무를 떠나, 청소년들이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깨닫는 순간들을 지켜보는 일은 큰 보람이었다.
특히 초등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보다 학부모의 선택이 더 크게 작용했다. 나는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개인 휴대폰 번호로 직접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했다. 신청만 해놓고 아무 말 없이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참여자에게는 선택지가 넓었지만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늘 경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결원에 대비해 차순위 명단을 마련해 두기도 했다.
나는 청소년지도사의 역할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 걸음씩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과 동아리 운영, 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을 함께하며 청소년들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나 또한 나이테의 흔적을 남기며, 단단해졌다. 캘리그래피, 꽃공예, 영상 제작 같은 새로운 배움도 청소년들과 나란히 익혀 나갔다.
8년 6개월 동안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며, 나는 다시 젊음을 얻은 듯했다. 그들과 웃고 배우고 성장하는 동안, 나 자신도 조금씩 더 나은 어른이 돼갔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내 인생이 가장 반짝였던 계절이었다.
그동안 '청소년, 그 반짝이는 이름을 위해' 브런치북을 읽어주시고, 구독과 따뜻한 발자취를 남겨주신 독자님과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모두 행복한 시간으로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