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뭍

8강 - 서하진 소설 '제부도' 읽고, 작가의 시선으로 분석하기

서하진 '제부도' 줄거리


화자는 연인과 함께 왔던 제부도를 다시 혼자 방문한다. 섬 곳곳에 깔린 조개껍질의 잔해는 과거 감정의 파편을 되살리며 그녀를 과거로 끌어당긴다.


화자는 그의(유부남) 가슴에 연민을 불러일으켰고, 그 연민 속에서 잠시 안도했다. 그러나 그 연민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그녀는 그 관계에서 어떤 기적을. 어떤 변화라도 일어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협궤열차의 열린 창 밖으로 스치는 하얀 영상은 텅 빈 동굴 같은 눈을 한 여자의 얼굴로 변한다. 화자는 그 영상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불안이 뒤섞인 내면의 그림자를 본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싸리꽃. 존재조차 알아주지 않는 자신을 상징한다. 첩의 딸이라는 낙인이 찍힌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 결핍은 그녀 안에 숨어 있던 간절한 욕망으로 매년 싸리꽃이 피는 봄이면 알 수 없는 열병처럼 되살아난다. -나는 달아날 거야, 나는 달아나고 싶어, 달아나고 말거야.- 그녀의 내면으로 중얼거리는 이 말은 비상의 욕망이다.


그와 함께 제부도로 향하는 길은 그녀에게 작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은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녀는 그의 진심을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그에게 따져 묻지 못한다. 그와 헤어진 밤이면 그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대여섯 개의 캔맥주를 비워야 했다.


섬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뭍과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한다. 이 풍경은 그들의 관계가 영원한 이별인지, 계속되는 만남인지 알 수 없는 관계를 상징한다. 차갑고 무뚝뚝하고 무심한 그는 화자가 넘어서야 할 산과 같은 존재였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그를 끌어당기던 느낌은 화자를 짓누르는 사랑의 중량이었다. 발에 생채기가 나더라도 그를 힘겹게 끌어올린 후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위로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는 사라졌다. 화자가 아무리 부르고 또 불러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그는 그렇게 그녀의 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그가 의도한 사라짐은 화자를 떠난 낯선 사람이 되기 위함이었다. 그가 떠나 자리에 되살아난 것은 그녀가 도망쳐 나왔던 가족의 기억이다.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녀는 어머니의 비보를 통해 관계의 또 다른 단절을 경험한다. 전화선은 그녀의 손을 묶는 포승처럼 얽혀 있었고, 그것은 그가 건네준 가시관 같았다.


과거를 회상한 화자는 다시 바다로 향한다. 섬은 섬으로, 뭍은 뭍으로 돌아가는 시간, 이별하는 섬과 육지가 눈물을 쏟아내듯 파도쳤다. 화자는 사라져 가는 길을 향해 천천히 차를 몰며 나아간다. 그가 사라진 길을 따라가 보리라.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를 따라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둠 저편에서 그가 미소 짓고 있는 듯했고, 그녀는 그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춤추는 바다를 밀어내며 그녀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서하진의 소설 '제부도'를 읽고 작가의 시선으로 분석하기


하루 두 번 물길을 여는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소리, 색채, 빛으로 풍경과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것도 단정 짓지 않는다. 섬과 바다, 희뿌연 하늘빛, 조개껍질의 하얀 잔해, 싸리꽃, 맥주캔, 축축한 바다 냄새, 파도 등을 통해 이미지와 감정을 전한다. 그저 한 여자의 시선에 포착된 바다와 남자, 그리고 분위기만을 그려낸다. 한 사람의 내면이 깊게 흔들릴 수 있음을, 그리고 위태로운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열린 결말로 남자의 최후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지는 여백을 남기고 있다.



그간 급한 일이 생겨 이제야 숙제를 제출합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잔불이 남아 있어 작가님들의 귀한 글에 발자취를 남길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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