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숲의 숨결에 스며들다

자연은 늘 아낌없이 주네!

연둣빛 물감이 스며든 숲, 바람결에 잎새마다 팔랑이며 봄볕을 맞는다. 겨울의 쓸쓸함을 지우듯, 메마른 가지 위로 생명의 물결이 조용히 번져간다. 낙엽 위에 내려앉은 볕뉘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숲은 어느새 봄의 속삭임으로 가득해진다.


봄을 노래하는 새들이 날아들고, 자그마한 들꽃들은 순서라도 정한 듯 줄지어 피어난다. 아기 손톱만 한 새순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고, 햇살을 가득 머금은 연초록 싹들은 바람 속에서 팔랑이며 웃음 짓는다.


그 길 위를 걸으면 어느새 봄 소풍이라도 나선 듯 마음이 가벼워진다. 지즐대는 개울물 소리, 산새의 청아한 노랫소리, 얼굴을 간질이는 소슬바람까지도 숲의 작은 축제가 되어 온 감각을 두드린다. 볕의 숨결을 따라 숲을 지나 계곡에 이르자, 바위마다 나뭇가지마다 초록의 꿈이 새록새록 피어오르고 있다.


비록 물 흐르지 않는 건천일지라도, 계곡은 아름답다. 오름을 감싸 않은 웅장한 바위들이 마치 숲을 지켜주는 수호자처럼 단단하다. 한쪽에 쓰러진 서어나무. 이미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그 위엔 파르스름한 이끼의 숨결을 입고, 다시 살아난 듯 싱그럽다.


그 위에선 표고버섯이 옹기종기 피어 있다. 작고 단단한 버섯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룬 듯, 마치 작은 마을을 이룬 듯, 쓰러진 나무 위에 펼쳐진 또 하나의 세계. 자연산 표고버섯을 이렇게 무리 지어 만난 것은 처음이다. 생명의 경이로움에 발걸음이 멈추고, 그 고요한 기적에 가만히 눈을 맞춘다.


그 풍경은 마치, 작은 요정들이 버섯집에서 불쑥 튀어나와 놀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마저 부른다. 바람이 불어오면 그 부드러움에 몸을 맡기게 된다. 숲과 계곡이 들려주는 자연의 이야기에 나는 온전히 스며든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조건 없이, 그 품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배운다. 삶이 무거울수록, 봄빛 스민 숲은 조용히 우리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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