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그립다. 그렇게 몇 번이고 되새기다 보면, 정말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일까. 어느 날, 마치 자석처럼 이끌리듯 내게로 온 봄맞이꽃. 그 만남은 말할 수 없이 벅차고 기뻤다.
봄이 무르익어 가는 길목에서, 봄맞이꽃이 배시시 웃으며 내 바쁜 발걸음을 붙잡았다. 얼른 쪼그려 앉아 작고 앙증맞은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오직 한 송이, 단 하나의 봄맞이꽃만이 나를 반겨줄 뿐.
난생처음 보는 꽃이었지만, 첫눈에 앵초과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책에서 익혔던 꽃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설앵초와 닮았지만, 전체적으로 왜소하고 흰색 꽃을 피운다.
그러나 그 작은 몸으로 화들짝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는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잎은 땅 위로 둥글게 퍼지고, 가장자리는 삼각형 모양의 잔 톱니처럼 갈라져 있다. 줄기엔 가는 털이 내려앉아, 부드러운 햇살을 머금은 듯했다.
화면 속으로만 바라보던 봄맞이꽃이 이제는 내 눈앞에서 살랑이며 웃고 있다. 봄이 오면 다른 지역에서는 봄맞이꽃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봄맞이꽃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봄바람을 타고 속삭이듯 나에게로 온 이 꽃.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전국적으로 분포한다지만, 정작 제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던 봄맞이꽃. 어쩌면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아직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없이 바라던 꽃이, 강렬한 소망 끝에 내 앞에 홀연히 피어났다.
정말 보고 싶고, 간절히 원하면 어느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것일까. 봄맞이꽃이 나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는 것을 보며, 올봄엔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어느 날 무심코 스쳐 지나던 풀밭에서 홀연히 피어난 봄맞이꽃. 언젠가는 무성하게 꽃을 피울 그날을 기약하며, 다시 한번 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