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돌보지 않아도 제때 피어나는 풀꽃처럼, 바위틈을 비집고 자라나는 생명력처럼, 우리도 자연 속에서 삶을 터득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만에 아이와 단둘이 자연 속으로 들어섰다. 오솔길을 따라 작은 숲으로 향하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오랜만의 손길 이어서일까, 아이는 유난히 기뻐 했다. 단진 손을 잡아서가 아니라, 엄마와 단둘이 걷는 이 시간이 그저 좋은 모양이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다. 마음에 여유만 있다면 어디서든 풀꽃을 만날 수 있다. 주말의 쉼을 거창하게 계획할 것도 없다. 아이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길섶 풀꽃들이 따사로운 봄볕에 콧노래를 부른다. 더 바랄 것이 없는 날. 봄바람에 실려 유채꽃 향기가 은은하게 흩날린다. 그 향기를 맡으니 봄과 함께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인다. 하지만 자연이 전하는 향이 늘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스레피나무는 자그마한 꽃들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특유의 향을 뿜는다. 마치 작은 방울을 매단 듯 앙증맞은 모습이지만, 뜻밖에도 화장실 냄새 같은 강한 향이 퍼진다. 아이도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엄마, 식물들도 자신을 보호하는 게 있나 봐?”
장미가 가시로 자신을 지키듯, 사스레피나무는 독특한 향으로 스스로 방어하는 셈이다. 발밑엔 작은 풀꽃들이 모여 꽃무리를 이루고 있다.
“저 꽃은 개불알풀이야. 꽃이 지고 씨방이 맺힌 모습이 개 불알을 닮아다 해서 붙은 이름이지.”
“이건 광대나물이야. 자세히 보면 꽃이 귀여운 토끼나 여우 같지? 잎 모양이 광대 옷을 닮아서 그 이름이 붙었어. 어린순은 식용으로 쓸 수 있어”
아이의 손끝으로 새끼노루귀 잎을 살짝 만진다. 보송보송한 촉감이 재미있는지 손가락으로 비벼 본다. 키 작은 자금우엔 탐스러운 붉은 열매가 맺혀 있다. 작은 나무에도 열매가 열린다는 사실이 신기한 듯, 아이는 한참을 들여다본다.
“엄마, 저 꽃은 무슨 꽃이야?”
“산자고야.”
"산자고가 나도 좀 찍어달래. 얼른 찍어줘!”
산자고는 햇볕이 들면 화들짝 피었다가, 해가 지면 꽃잎을 꼭 다문다. 아이도 핸드폰을 꺼내 꽃 앞에 대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이 작은 꽃은?”
“꽃마리야. 이름도 예쁘지? 꽃대가 나올 때 말려 있던 모습에 ‘꽃말’이라 불리다가 지금은 ‘꽃마리’라는 이름으로 불려, 이름도 곱고, 꽃도 곱지.”
“꽃마리~ 꽃마리~”
장난스럽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황새냉이도 오밀조밀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마치 “나도 봐줘!”하고 말하는 듯, 바람에 흔들린다. 봄바람이 장난을 치는 바람에, 황새냉이 앞에 한참이나 주저앉아 꽃을 담는다.
생강나무도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다. 아이에게 나뭇가지를 살짝 긁어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자, 아이는 코끝을 대고 킁킁거리더니 눈을 반짝인다.
“진짜 생강 냄새야!”
잎을 비벼도 생강 냄새가 난다. 그래서 이름도 ‘생강나무’다.
돌아오는 길, 하얀 별꽃들이 아이의 맑은 눈빛처럼 해맑게 웃고 있다.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저 별꽃처럼 순수하고 싱그럽게, 아름답게 자라나길.
오늘도 이 시간의 기억처럼, 자연이 아이에게 오래도록 삶의 빛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