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물통이, 봄빛 속 작은 별
들판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들꽃의 꽃노래가 어느새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가슴 한편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 노래 속에는 크고 화려한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고 수수한 풀꽃들이 어우러져 흥얼대는 소박한 선율이 있기에, 봄은 더욱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작은 존재들을 스쳐 지나친다. 이렇다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활짝 핀 모습만 사진에 담고는 곧 자리를 뜬다. 이름만 겨우 기억하고 지나치는 풀꽃들 속에도 경이로움이 숨어 있는데 말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도물통이’이다.
매년 봄, 나는 나도물통이의 신비로운 순간을 놓친 채 계절을 보내곤 했다. 다행히 어느 해, 자연을 함께 탐방하던 이가 그 경이로운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나는 또 한 번 그 소중한 순간을 지나쳤을 것이다.
쐐기풀과 같은 물통이 식물들 가운데, 나도물통이, 북천물통이, 모시물통이가 있다. 나도물통이의 꽃은 2~3mm 남짓. 물 한 방울도 담기 어려울 만큼 작은 꽃이지만, 그 안에 담긴 세계는 놀랍도록 크고 신비롭다.
다섯 개의 조그만 화피가 하얀 꽃술을 받치고 있는 모습은 마치 물동이를 이고 선 모습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도물통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낮은 키로 땅을 향해 몸을 낮추고, 자줏빛 꽃망울을 조심스레 터트리는 이 꽃은 눈을 낮춰야만 만날 수 있는 존재다.
햇살이 가득한 어느 날, 그들이 외출할 준비를 마친 듯 닫혀 있던 꽃잎들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맑고 투명한 수술이 꽃 속에서 튕겨 나오며 하얀 폭죽을 터트리듯 화분을 흩뿌렸다. 작은 꽃 속에서 말려 있던 수술이 꽃이 피는 동시에 하나씩 솟구쳐 나오는 장면은 마치 축제가 열린 듯했다. 오밀조밀 모여 피어난 꽃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폭죽을 쏘아 올리는 듯한 풍경이었다.
이 짧고 환한 순간을 놓친다면, 나도물통이의 진짜 얼굴을 영영 모른 채 지나칠 것이다. 이토록 작은 꽃 속에서 터지는 생명의 순간은, 오직 기다리고 바라보는 이에게만 허락된다.
작고 연약한 풀꽃이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 피워내는 힘과 존재의 찬란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그저 평범하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지나친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는 늘 그러하다. 가장 작고 낮은 곳에서 가장 깊고 눈부신 기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