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요.
#10. 난 핸드폰 케이스를 (잘) 쓰지 않는다. 가끔 끼우긴 하지만 벗기고 다니는 게 좋다. 150만 원짜리 핸드폰을 4년 쓴다고 계산하면 한 달에 3.2만 원 정도 기계값을 지불하는 셈이다. 비싼가. 난 한 달에 200km 정도 러닝을 한다. 20만 원짜리 러닝화를 1,000km를 신는다고 가정하면 5개월, 월 4만 원. 보통은 600km~700km 정도 달리면 쿠션에 한계가 오기 시작해서 더 자주 바꾼다. 그렇지만 러닝화를 아끼느라 불편하게 쓸 수는 없지 않은가.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한 달 3만 원 정도 값어치의 물건을 아끼느라 불편하게 쓰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근본적으로 물건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핸드폰 케이스를 왜 안 쓰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긴 대답을 하기 힘겨운 날이거나, 평소 내 긴 말을 들어주지 않던 사람들이 물음을 던지면 저 말을 짧게 요약해서 ‘귀찮아서요.’라고 대답한다. 오늘 난 ‘귀찮아서요.’라고 대답했다. 난 오늘도 *아포리즘을 실천했다.
*아포리즘(Aphorism)은 인생의 깊은 진리나 통찰을 매우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태로 표현한 짧은 글이나 문장을 말하며, 격언, 경구, 금언, 잠언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생각을 담아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핵심만을 전달하며, 대표적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나 파스칼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