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생겼다는 것이 다르다.
#20. 사유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내게 남은 확신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확신이었다. 단단한 근간을 찾아 사유해 온 나는, 결국 단단한 바닥 위야말로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다시 발이 빠지는 물렁한 바닥으로 돌아왔다. 완전한 무지 속에 서 있던 그때처럼. 다시 물렁한 바닥 위에 서 있다. 다만 여기에 서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 다르다. 물론 이것조차 내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할 자기 확신의 한 종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