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미리 아는 것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42. 러셀의 칠면조 이야기를 가끔 생각한다. 칠면조의 주인은 칠면조에게 늘 친절하다. 먹을 것과 잠자리를 주고 보살펴 준다. 칠면조는 처음에는 그것을 의심하다가 이내 그것을 받아들이고, 종국에는 보편적인 우주의 진리는 주인이 매일 같은 시간에 먹이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수감사절 전날까지는. 칠면조는 그것을 알아챌 기회가 있었을까. 칠면조가 모든 사건을 복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착각하며 후회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고는 결론에 과정을 끼워 맞춘 사고방식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칠면조는 안타깝지만 또한 그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행복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칠면조가 진실을 일찍 깨달았다 한들 칠면조가 행복한 시간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결말을 미리 아는 것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