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4. 연말이 다가왔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 하나에 대해 말해달라.’는 말을 듣고 고뇌에 빠졌다. ‘가장 좋았던’이라는 표현을 내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좋았던 책 아무거나 말해달라.’고 했다면 고뇌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압도적으로 호감을 품는 대상이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올해 좋은 책을 많이 봐서 오히려 압도적으로 좋은 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좋았지만 고만고만했던 책 중 하나를 ‘선별해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그런 종류의 선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10대-20대를 규정한 키워드는 열등감이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당시의 나는 그것에서 회피하는 대증요법을 취했다. 비교하지 않는 것. 나란히 세워놓지 않는 것. 비교에 대한 강박적인 회피가 시작되었던 시기. ‘지금 더 먹고 싶은 것’은 말할 수 있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음식’은 말할 수 없던 시기. 비교에 대한 강박적인 회피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절의 흔적은 내 표현 방식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겼다.
결국 ‘가장 좋았던 책’은 못 골랐고, 대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말했다. 가장 좋았던 책을 고르기가 힘들다고 말하면서. 대신 이 책은 가장 최근에 읽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