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 식사 1년 차, 서툴러도 편안하다

다이어트와 인연을 끊은 지 1년, 나는 과연 건강해졌을까?

by 윤슬

아침 10시. 항상 멍한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항상 입맛은 가출 상태이다. 이불 정리도 해주고 학교 도서관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주니 입맛은 슬금슬금 걸어 들어온다. 점심 약속이 따로 없으면 항상 혼밥을 한다. 혼밥은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보면서 먹을까 기대감에 가득 찬 물음표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입맛에 솔직해진지도 1년이 되었다. 음식에 구속되어서 즉흥적으로 발생하는 상황들을 모면하려는 습관도 없어진 지 오래이다. 직관적 식사 1년 차. 1년 전 탈다이어트를 결심한 순간은 후회 없는 선택을 넘어서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오늘의 혼밥 메뉴는 이삭 토스트의 칠리새우 토스트와 아이스 오트 카페 라떼이다.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점심의 여유를 즐겨본다.

KakaoTalk_20240802_144854345_01.jpg


토스트 하나를 다 먹고 나니 적당히 배부르다. 아직도 가끔 속으로 '배부름 수치'를 떠올리며 식사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

지금은 딱 7이니깐 라떼를 더 이상 안 마셔도 될 것 같아. 더 마시면 내 속이 더부룩해질 것 같으니깐.

물론 이 배부름 수치가 항상 모든 식사에서 6에서 7로 머무를 수는 없다. 직관적 식사가 습관에 베였어도 과식을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직관적 식사자도 과식을 할 때가 있다

전날에 술을 마셨더니 낮에 신선한 음식이 당겼다. 그래서 포케를 점심으로 먹었다. 평소 같으면 적당히 배가 불러서 바로 할 일을 했을 텐데 살짝 허기가 진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바삭한 식감의 쿠키나 달달한 과자가 먹고 싶었다. 얼마 전에 일본 여행을 갔다 오면서 편의점에서 사 온 랑드샤 과자가 생각나서 하나 꺼내서 먹었다. 하지만 먹고 나서도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여행에서 사 온 과자 봉지를 뜯어서 먹었다. 그렇게 아쉬운 기분이 겹치고 겹쳐서 이어지다 보니 군것질을 계속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겉모습은 1년 전 폭식증을 갖고 있던 '나'와 비슷해 보이지만 마음이 그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 군것질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몸 상태를 존중하기, 즉 내 허기짐과 배고픔을 존중하기

- 먹는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즐기기

- 과자를 만족할 때까지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평소 모습대로 먹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마인드셋이 달라졌을 뿐인데 '폭식한 날'에서 '군것질거리를 조금 많이 한 날'로 대수롭지 않은 하루가 되었다. 죄책감을 느껴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을 거부하거나, 언니가 사 온 촉촉하고 쫄깃한 소금빵을 거부하게 된다면 그 소중한 추억들은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간식은 간식이고 밥은 밥이다. 저녁에 배가 고파져서 즐겁게 아빠가 해준 집밥을 먹은 후 가족들이랑 같이 일본에서 사 온 말차 과자를 나눠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이어트'라는 개념이 머릿속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한 번 몸이 원해서 많이 먹은 날을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내일은 또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조절된다. 그다음 날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대외활동 일정이 있어서 먹을 정신이 없었다가 중간에 주시는 초코파이를 먹고 저녁에는 집에서 카레라이스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음식을 먹고 만족할 때까지 먹는 습관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직관적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성격이 하나로 특정지어지지 않듯이 한 사람의 먹는 양도 매일 균일하지 않다. 직관적 식사를 하면서 먹는 양이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스스로를 '소식좌', '중식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틀을 씌우게 되면 틀에서 벗어날 때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먹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인생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소중히 다뤄야 할 경험들이 음식이라는 영역 밖에 무수히 존재한다.


어떻게 항상 자신이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겠는가

직관적 식사라고 해서 항상 나의 '직관'대로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는 없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고 그 예측 불가능함에서 우리는 경험과 자극을 얻는다. 단지 음식을 피하기 위해서 상황을 통제하게 된다면 그 자극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는 날이었다. 핸드폰에서 카톡 소리가 들린다.

친언니의 예상치 못한 달콤한 제안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빙수로 칼로리를 채우기 싫고 원래 먹으려던 식단이 있어 바쁘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안 먹었을 것이다. 다음 주면 언니가 해외로 멀리 오랫동안 떠나게 되는데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스스로 내던져버리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카톡에 답장을 했다. 그날 언니와 상큼 달달한 딸기 우유빙수를 먹으며 무더운 여름 날씨를 함께 피신했다.

KakaoTalk_20240805_120720778.jpg

그 주에는 언니가 이제 유럽으로 가면 한국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나랑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계속해서 제안했다. 그동안 언니가 독립을 하면서 함께한 시간이 많지 못했는데 떠나기 직전에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음식'을 먹었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서 '같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음식은 그저 우리의 추억 속 빛나는 일부분일 뿐이다. 다이어트 세계에서 벗어나게 되면 삶의 중심, 나의 초점은 음식이 아닌 현재의 순간과 감정에 맞춰지게 된다. 따라서 눈앞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오게 되었을 때 내 감정과 생각에 따라서 행동하게 된다.

다이어트 때문에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깜짝 선물로 부모님이 빵을 사 온 적이 있는데 먹기 싫다고 거부한 적이 있는가? 음식에 예민해지지 말아라. 음식은 일상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직관적 식사를 한다면 모든 순간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질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발전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1년 사이에 바뀐 점이 많다. 대식가였던 나는 1인분으로도 충분히 배가 차는 사람이 되었고, 치킨이나 떡볶이, 크림빵보다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담백한 빵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일 뿐이다. 물론 가끔 치킨을 먹고 싶으면 배가 적당히 배부를 만큼 먹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서 같이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과식을 할 때도 있다. 과식을 하면 속이 조금 더부룩할 뿐 후회하고 자책하지 않는다.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속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맛있었으니깐 됐어. 몸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했나 보다. 내일은 속이 편안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음식과 식사에 무던해지고 동요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게 직관적 식사의 핵심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음식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일상에 작은 행복을 주고 사람들과 유대감을 더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내 몸과 정신의 모든 부분이 건강해질 수 있게, 오늘도 먹는다.

매거진의 이전글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드프리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