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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Jun 26. 2024

사치스러운 하루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랍니다

스타벅스 돌체라떼를 두유로 대체하면 과연 어떤 맛일까?


운동하면서 스쳐 지나기만 했던 스타벅스에 오늘 드디어 들어가 직원에게 주눅 들지 않고 "돌체라떼 두유로 바꿔 제일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다. 하도 오래간만에 하는 주문이라 핸드폰 어플에 있는 스타벅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어 취소 후 다시 결제해야 했지만 어쨌든 주문은 성공이다.


사람들 없는 2층 자리로 가서 편안한 의자에 앉았는데 갑자기 내가 귀족이라도 된듯한 느낌이다. 이곳은 조용하고 깨끗하다. 음악도 나오고 내가 평소 사는 세상과는 다른 곳 같다.


20대 때 바쁘게 출근하며 스치듯 바라본 커피숍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던 사람을 보며 그들의 여유를 부러워했는데 16년이 지난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40대인 지금의 나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들은 집에 있으면 눈치 보여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가장 저렴한 커피 한잔 시키고 이력서를 열심히 쓰고 있는 취준생일수도 있고, 정신없이 아이들 등교수발을 들고 학교에 보낸 뒤 운동하러 나왔다 갑자기 충동적으로 '돌체라떼'라는게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매장문을 열고 들어간 중년의 여인일 수도 있다.


어제 아이들 치과진료 때문에 시내에 갔다가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꽃다발을 들고 지상철을 타는 걸 목격했다. 나에게도 저렇게 눈부시게 아름답던 시절이 있었을까? 저 꽃은 누구에게 받았을까? 스스로 산 것일까? 꽃 같은 그녀를 보며 그 나이 때 나는 항상 불안하고 가난했었는데 그런 나를 스쳐 보는 어떤 중년의 여인은 그 젊음이 눈부시다며 나를 바라봤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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