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힘들 때 몸을 혹사한다.
아침에 일어나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등교시키면 미친 듯이 동네를 걷거나 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집에 와 집안일을 척척해치우고, 급히 점심을 먹고는 하교하는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를 데리고 영어학원에 넣은 후 집에 와 집안일을 마무리한다.
학원 다녀온 둘째 간식을 챙기고 숙제시키다 보면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가 집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그걸 오리거나 만화책을 본다. 숙제하라고 하면 "이따 하겠다"는 열받는 대답만 들려온다. 아이 아빠까지 전화해서 아이에게 숙제할 것을 채근하지만 아이는 본인 페이스대로 학원 가기 10분 전에 급하고도 대충 학원숙제를 하고 학원으로 향한다. 오늘도 재시(일일 테스트에 통과 못하면 또 보는 시험)에 걸린 나의 큰아들은 맑은 목소리로 내게 전화해 친구와 학원 끝나고 아주 재미있게 놀았다며 지금 집에 가는 중이라고 다정하게 알려준다.
정성껏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밥 먹으라고 채근하면 만화책을 들고 식탁 앞에 두 아들이 앉는다. 1시간 넘게 이어지는 식사와 그 뒷정리. 그 후 목욕하고 숙제하라는 나의 지시와 그에 대응하는 아이들의 반항이 이어지고 드디어 10시! 아이들과 내가 잠드는 시간이다.
드디어 쉴 수 있구나. 침대에 누울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매일 꿀잠을 자는 나에게 친구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물어본다.
"친구야! 절대 쉬지 말고 깨어있는 동안 몸을 혹사시키렴. 잠드는 순간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꿀잠은 혹사시킨 몸의 선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