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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Oct 26. 2024

아이는 나를 사랑한다

본인이 원하는 걸 해줄 때만

4학년 큰 아이와 시내에 있는 치과에 갔다 본인이 먹고 싶다는 짜장면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도서관에서 '설민석의 삼국지'를 빌리겠다고 한다.


예체능 수업시간이 빠듯해서 고민을 했는데 책을 보겠다는 마음이 기특해서 함께 도서관에 갔다. 불행히도 책반납을 반납기한까지 못해 내일까지 대출불가인 상태. 예체능 수업을 듣기 위해 서둘러 아이에게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겠다고 한다. 책을 보는 아이를 두고 집에 가는 길. 갑자기 아이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엄마 기다려! 같이 가"


아이가 내 곁으로 다가와 다정하게 손을 잡아준다.


'아! 행복하다. 아이는 나를 사랑해!'


그러곤 이야기한다.


"엄마 나 마카롱 사줘!"


짜장면도 배부르다고 남긴 후라 마카롱은 안된다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는 얼른 잡았던 손을 뺀다.


아이가 나한테 갑자기 전화해서 다정하게 이야기하거나 손을 잡아주는 행동을 하면 항상 그 뒤에는 본인이 원하는 게 있다. 상황에 따라 들어주거나 못 들어주는데 참 마음이 씁쓸하다.


있는 그대로의 엄마가 좋을 수는 없냐? 아들아!


문뜩 술약속이 있거나, 1박 2일 친구모임이 잡히면 갑자기 다정해지는 남편이 떠오른다. 나는 남편이 다정해지면 뒤를 캔다. 그리면 반드시 뭔가가 나온다.


아들이나 남편이나 그들의 다정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상황이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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